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진출하는 해외 지역에는 현대모비스가 있다. 두 완성차 업체가 현지에서 운영하는 생산시설과 A/S센터에 모듈, 부품을 공급하는 곳이 현대모비스이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현대차·기아의 생산량과 판매량이 많은 곳이라면 현대모비스 실적은 누구나 예상 가능할 정도로 준수하다.
현재 이에 부합하는 지역은 인도다. 최근 정의선 회장이 방문한 인도는 현대차와 기아가 시장점유율 2위(2022년)를 차지하는 곳으로 부상했다. 인도는 20년 가량 현대차만 진출한 곳이었으나 2017년 기아가 현지법인을 세운 뒤 판매 활동을 본격화하면서 양사의 점유율이 빠르게 상승했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 현지법인도 큰 수혜를 입고 있다.
◇2년 넘게 '순이익 1위' 해외 자회사 올해 1분기 말 현대모비스의 해외 자회사와 손자회사 등은 총 35개다. 이 가운데 당기순이익 1위를 기록한 곳은 인도 생산법인 '모비스 인디아'로 469억원을 기록했다. 미국법인 '모비스 아메리카' 당기순이익 554억원으로 85억원 많지만 미국 내 손자회사들의 실적을 합산한 값이다. 이를 제외하면 모비스 인디아가 1위다.
모비스 인디아는 2005년 설립됐다. 설립 이후 한동안은 두각을 내지 못했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최대 매출처인 현대차와 기아의 주력 해외 시장은 미국과 중국, 유럽이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보다 9년 늦게 인도에 진출한 것도 현대차가 부품 수급을 현지에서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생산량과 판매량이 많지 않아서다.
하지만 2016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를 기점으로 현대차·기아의 중국 판매량 감소가 지속되면서 두 완성차 업체는 인도 공략을 대안으로 삼았다. 이미 진출한 현대차에 이어 기아는 2017년 인도 현지법인을 세우고 2019년부터 판매를 본격화했다. '마루티 스즈키'를 위협할 경쟁사들의 진출을 원했던 현지 수요도 충족했다.
모비스 인디아 실적이 몰라보게 달라진 것도 이때부터다. 2017년 655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1764억원으로 5년간 169% 증가했다. 2021년에는 모비스 아메리카를 제치고 당기순이익 1위를 차지했다. 이후 올 1분기까지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순이익 규모만 크지 않다. 올해 1분기 순이익률은 8%로 모비스 아메리카보다 4배 수준이다.
◇'부채비율 50%'로 재무안정성도 우수…배당여력 높아 모비스 인디아는 재무구조도 준수하다. 올해 1분기 말 부채비율은 50%로 비슷한 규모의 순이익을 내는 모비스 아메리카(93%), 현대모비스 멕시코(228%)보다 나은 재무안정성을 보이고 있다. 2018년부터 작년까지 국내 본사가 모비스 인디아에 추가 출자를 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꾸준한 호실적이 탄탄한 재무구조의 이유로 풀이된다.
이런 까닭에 모비스 인디아는 배당여력이 큰 해외 자회사로 꼽힌다. 지난 6월 현대모비스는 올해 안에 해외 자회사로부터 총 2억달러(약 2600억원)를 배당금으로 가져오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법인세법 개정으로 국내 본사가 해외 자회사로부터 배당금을 가져올 때 부담하는 세금이 크게 줄어든 데(과세율 5%) 따른 결정이다.
사실 현대모비스는 매년 배당수익으로 수천억원을 받았다. 대부분의 배당금을 관계 또는 공동기업으로 분류되는 현대차와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오토에버 등에서 가져왔다. 인도와 미국, 멕시코 등 우량 해외 자회사로부터는 배당금을 가져오지 않았다. 이러한 기조에 변화를 주겠다는 계획이다.
단 국내 본사는 모비스 인디아로부터 배당금을 가져와도 출자 형태로 다시 자금을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5월 현대차는 앞으로 10년간 3조2000억원을 인도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확대될 인도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투자가 예정대로 이뤄지면 현대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모비스 인디아도 이에 발맞춰 생산시설을 전기차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