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가운데 자기주식을 가장 잘 활용하는 곳으로 꼽힌다. 최근 몇 년 동안 매년 대규모 자사주를 매입하고 또 소각하고 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소각한 자사주 규모만 6600억원이다.
올해에도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이어간다.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11월까지 전량을 소각하기로 했다. 올해 몫까지 더하면 5년 동안 소각한 자사주 규모는 8100억원에 이른다.
현대모비스는 2015년 자사주 규모를 크게 늘린 이후 3년간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2014년 181만주였던 자사주 수는 이듬해 말 278만주로 54% 증가했다. 자사주 보유량이 증가하면서 유통주식 수도 2014년 9554만주에서 9456만주로 줄었다. 이후 2018년까지 3년 동안 자사주와 유통주식 수에 큰 변동은 없었다.
달라진 건 2018년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이후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1조원 매입이 골자였는데 이듬해부터 실행에 들어갔다. 2019년 3225억원, 2020년 2348억원, 2021년 4286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모두 더해 9859억원 규모였다.
소각도 매년 이뤄졌다. 자사주 소각은 유통주식 수를 줄여 주가를 높이는 가장 적극적인 주가 부양 행보로 꼽힌다. 현대모비스는 2019~2021년 5986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3개년 계획이 끝난 지난해에도 자사주 3300원어치를 매입하고 이 가운데 625억원을 소각했다. 올해는 규모가 늘어 1500억원을 매입하고 모두 소각한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몇 년 사이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적극적으로 바뀌었지만 현대모비스처럼 매년 매입과 소각을 꾸준히 진행하는 곳은 없다.
다만 이같은 움직임이 실제 주가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올들어 현대모비스 주가는 16% 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그룹 내 삼형제로 통하는 현대차가 26%, 기아가 35% 올랐는데 여기에 훨씬 못미친다. 범위를 확대하면 2018년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을 밝혔을 당시 주가는 24만원이었는데 현재 주가는 이보다도 낮다. 5년 동안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주가를 전혀 끌어올리지 못한 셈이다.
그렇다고 실적이 나쁜 것도 아니다. 최근 5년의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은 꾸준히 우상향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부침이 있긴 했지만 연간 2조원 안팎에서 유지됐다. 올해의 경우 분위기가 매우 좋다.
현대모비스는 2분기 매출 15조6849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영업이익은 663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7697억원에서 9320억원으로 늘었다.
현대모비스 주가가 힘을 못쓰고 있는 이유는 결국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그간 현대모비스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서 유력한 지주사 후보로 꼽혔다. 주가가 낮을수록 오너 일가에게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영 힘을 쓰지 못했는데 여전히 이런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이 이른 시일 안에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전환, 미래 모빌리티 사업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이 시급한 상황도 아니다. 또 최근 몇 년 사이 그룹의 기조를 볼 때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지더라도 시장에 충격을 덜 주는 주주친화적인 방향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모비스 TSR도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THE CFO에 따르면 현대모비스의 TSR은 2019년 말 41.35%까지 높아졌지만 2022년 말 -20.27%까지 내려왔다. 2021년 -9.93%에 이어 2년 연속 손실 구간에 머물고 있다.
TSR은 주주들이 1년간 특정 기업 주식을 보유했을 때 거두는 수익을 구체화한 지표다. 일반적으로 주가 상승분과 주당 배당금을 합산해 계산한다. 현대모비스의 TSR이 낮아지고 있는 건 주가 때문이다. 2018년 이후 주당 배당금(보통주 기준)은 4000원으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주주환원 성과 측정 지표로 TSR을 도입하며 주주가치 극대화를 재차 약속했다. 현대모비스가 도입한 TSR에는 기존 주가 상승분과 배당금에 더해 자사주 순매입분도 포함됐다.
현대모비스의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TSR은 -18%다.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TSR 계산법에 따른 지표(-20%)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주주는 손해를 보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