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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 나온 카프로, 신임 대표에 김기일 경영지원본부장

코오롱 출신 권용대 사장 사임, 코오롱인더 '손떼기' 작업

문누리 기자  2023-08-08 17:53:16
나일론 원료 '카프로락탐'을 독점 생산하는 화학업체 카프로의 대표가 교체됐다. 10여년간 재직한 권용대 사장이 사임하고 대신 김기일 경영지원본부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올라섰다. 김 신임 대표는 재무팀장 등을 역임하며 회사 내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현재 카프로는 인수합병(M&A) 시장 매물로 나온 데다 9월까지 공장 가동 중단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회사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김 신임 대표가 운영 정상화와 피인수 과정을 진두지휘해야 할 전망이다.

카프로는 지난달 25일 이사회를 열고 임기가 만료된 권 전 대표이사의 후임으로 김 신임 대표를 선임한다고 공시했다. 1970년생으로 인하대학교를 졸업한 김 대표는 상무보(미등기임원)로 카프로에서 영업팀과 재무구매팀장 등을 거쳤다.

지난해 4월부터 경영지원본부장을 맡다가 1년4개월만에 대표로 올라섰다. 회계와 재무, 구매, 공시부서를 이끌며 사업보고서 공시작성 책임자로 이름을 올리는 등 사내 CFO 역할을 했다.


다만 김 대표가 진두지휘할 회사 상황은 녹록지 않다. 업계에서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매출 1조2000억원, 영업이익 2000억원대의 초우량 화학기업으로 평가받았던 카프로는 최근 사업 기반이 약해졌다. 중국업체들과의 경쟁과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업황 부진이 심화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카프로락탐 원료인 암모니아 가격이 급등하면서 지난해 1147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보였다. 작년 재무제표 회계감사에서 한영회계법인으로부터 한정 의견을 받고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후 올해 4월엔 카프로락탐과 유안비료의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실적 개선을 위해 한시적으로 운산 공장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6월 말 생산 재개할 계획이었으나 나일론 산업 수요 침체가 지속되면서 다음달 말까지로 생산 중단 기간을 연장한 상태다.

해당 공장에서 생산하는 분야의 매출액은 5622억원가량으로 전체 매출액(약 5824억원)의 96.52%에 달한다. 사실상 회사 운영을 손놓은 상태다.


여기에 최대주주인 코오롱과 효성의 경영권 분쟁으로 기초 체력이 약해진 배경도 있다. 효성그룹과 코오롱인더스트리는 1974년 민영화와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경영 참여를 시작했는데 양사간 전략과 의견 차이로 지분율 갈등과 차명주식 논란 등 법적 공방이 이어졌다.

결국 지난해 말까지 지분 12% 이상을 보유하던 효성티앤씨는 올해 지분을 연달아 정리했다. 효성티앤씨 지분율은 3월 말 7.37%, 4월 2%대로 줄었다. 9.56%를 보유 중인 코오롱인더스트리도 주식 보유목적을 경영참가에서 단순투자로 바꾸는 등 사실상 경영권에서 손을 뗐다.

일각에선 이번 인사도 코오롱과 효성 측의 '손떼기' 과정 중 하나라는 평이 나온다. 현재 카프로 이사회 멤버를 보면 전체 5명 중 권용대 전 사장과 조충환 사외이사가 코오롱 출신, 조도선 사장, 조봉규 사외이사가 효성 출신이다. 주필은 사외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이 모두 최대주주 회사 출신이나 이번 인사로 코오롱 인사가 하나 빠지게 된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매각 과정에서 최대주주인 코오롱 측에서 카프로 회사 설명자료를 요청할 정도로 관심 밖이었던 기업"이라며 "이번 인사도 매각 앞두고 '체면치레'로 이뤄진 인사로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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