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카프로가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가운데 대주주인 코오롱 측의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대주주인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자문사에 투자 설명서(IM)를 요청하는 등 관심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다만 코오롱이 출회되는 신주를 추가로 인수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투자 중인 수소·황산 관련 사업과 카프로에서 진행할 수 있는 사업간의 결이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효성 측과 오랜 기간 카프로 경영권 분쟁을 치뤘던 만큼 피로도도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카프로, 제 3자 배정 유증 형태로 매수자 탐색 중 카프로는 최근 소시어스를 매각 자문사로 선정하고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지난달 25일에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발행 주식 수를 기존 5000만주에서 5억주로 늘렸다. 신주 100%를 제 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넘기는 거래 구조다.
시장에서는 현재 최대주주로 남아있는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최근 지분 매각을 단행한 효성티앤씨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작년 말까지 지분 12% 이상을 들고 있던 효성티앤씨는 올해 들어 연달아 지분을 정리하며 최근 지분율이 2%대까지 내려왔다.
지분 9.56%를 보유 중인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1월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에서 '단순 투자'로 바꿨다. 같은 절차로 지분 매각을 실시했던 효성티앤씨와 사실상 동일한 흐름으로 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카프로를 통해 충분히 신규 사업을 벌일 수 있는 두 회사가 왜 지분 추가 인수에 나서지 않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사업 재정비 이후 충분히 재기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카프로락탐 생산 과정에서 수소와 황산 등 활용도가 높은 부산물로 발생한다는 점이 근거다.
수소는 이차전지, 황산은 첨단 소재로 평가받는 아라미드(Aramid) 생산에 사용될 수 있다. 아라미드는 총알도 뚫지 못하는 강도를 자랑한다. 500°C의 불 속에서도 타거나 녹지 않는 내열성 그리고 아무리 힘을 가해도 늘어나지 않는 뛰어난 인장강도를 가진 섬유다.
실제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최근 수소 사업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핵심 구성품인 수분제어장치와 전해질막(PEM)을 2020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했다. 지난 5월에는 구미 공장에 아라미드 펄프 생산 라인을 증설하기로 결정했다. 투자금액은 약 220억원원으로 2025년 증설이 완료되면 총 3000톤의 생산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인수 검토 나선 코오롱, 나일론 사업 정리 등 시너지 한계 코오롱은 실제 매각 자문사인 소시어스에 IM을 요청하며 카프로의 신주 인수에 관심을 내비췄다. 하지만 사업간 시너지를 고려했을 때 신주 인수 가능성은 상당히 낮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황산의 경우 아라이드 생산에 필요한 순도를 맞출 수 있을 지에 대해 의문이 크다는 지적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생산하는 아라이드 펄프는 브레이크 패드, 클러치, 가스켓 등 차량 제품의 보강재로 주로 활용한다. 반면 카프로의 황산은 반도체용 불산 생산에 더 적합한 순도로 제작하는 것이 용이하다.
카프로에서 생산 가능한 수소 역시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기존 사업과는 시너지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카프로 생산시설의 경우 암모니아 개질 설비를 갖춘 후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평가다.
코오롱이 나일론 필라멘트 시장에서 발을 뺐다는 점도 신주 인수 가능성이 낮은 이유다. 코오롱은 코오롱머터리얼을 통해 원사 사업을 유지해왔지만, 2021년 전면 중단했다. 이후 코오롱인더스트리가 2021년 코오롱머티리얼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이후 유휴자산 양수·매각을 통해 관련 사업을 완전히 정리 중인 단계다.
한 시장 관계자는 "정유사가 생각하는 수소 사업과 화학사가 생각하는 방향은 사뭇 다른 편"이라며 "대주주로 있던 코오롱 역시 관심을 표현했지만, 기존에 카프로가 생산하던 카프로락탐 외에 내용들은 잘 모르기 때문에 검토 차원 정도로 보이며 지분 추가 인수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