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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한화에어로스페이스 '왕관의 무게'

문누리 기자  2023-08-07 07:21:18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빅(Big)'에선 13세 아이가 하루아침에 30세의 어른으로 변한다. 어른이 되면 뭐든 할 수 있을 것이란 꿈을 꿨던 아이는 현실과 부딪히면서 갖가지 해프닝을 겪는다.

이 영화의 주인공과 겹쳐보이는 두 회사가 있다. 바로 에코프로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공통점은 올해 들어 몸집이 갑자기 불어났다는 점이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시가 총액은 작년 대비 60%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의 몸집은 12배로 불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지난해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하고 ㈜한화의 방산부문을 인수하면서 그룹의 사업 재편 중심에 섰고 덩달아 규모가 커졌다. 다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우주 사업 핵심인 발사체를 담당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사업부는 아직 실적을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

악화하는 재무 건전성도 과제다. 부채비율은 2021년 말 181%에서 지난해 말 286%, 올 상반기 295%로 올랐다. 기업의 단기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은 같은 기간 145%에서 104%, 84% 등으로 하락했다.

에코프로도 마찬가지다. 2차 전지 특수에 대표적인 양극재 제조기업으로 급부상하면서 올해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처음 포함됐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 들어가면 각종 공시의무가 더해지고 규제도 이전보다 강도 높게 받는다. 그만큼 IR, PR 등 대내외 소통조직 체계를 더 견고하게 하고 리스크관리에도 철저하게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에코프로 기관투자자 대상 컨퍼런스콜은 오히려 폐쇄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일부 애널리스트를 제외하곤 많은 투자자들이 참석을 거부당했고 질의응답 등 내용 전문도 외부에선 공유받을 수 없었다. 단기간 주목받아 급격히 크다 보니 업력이나 노하우가 부족해 주주들과 기관들에 제대로 응대하는 시스템과 방법론이 부족했다는 평이다.

고평가 논란으로 증권가 애널리스트 리포트 가운데 현 주가보다 낮은 목표주가를 제시하거나 사실상 매도 의견인 투자의견도 대거 나오고 있다. 에코프로 시가총액이 현재 기업가치와 차이가 크다고 평하며 매도 의견을 직설적으로 내놓은 증권사도 나왔다.

영화 빅의 주인공처럼 준비되지 않은 채 커버린 아이는 받는 충격도 그만큼 크다. 특히 황제주에 등극하는 등 세간의 관심을 받는 경우 더욱 그렇다. 이들이 왕관의 무게를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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