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방의 별' 이스타 탄생
1.1. 설립과 함께 시작된 출혈경쟁
1.2. 출혈경쟁 후유증, 9년간 지속된 자본잠식
2. 자축 못한 취항 10주년
2.1. 2019년 한꺼번에 찾아온 위기
2.2. 역대 가장 심각해진 재무구조
2.3. 탈 많은 오너 일가, 결국 누른 '매각 버튼'
3. 무산된 제주항공으로 매각
3.1. LCC 1위 굳히기 시도한 제주항공
3.2. 체불임금 놓고 갑론을박
3.3.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변수
4. 성정은 결국 고래 삼킨 '새우'였다
4.1. 싱겁게 끝난 인수전
4.2. 형남순 성정 회장의 자신감
4.3. 1년도 함께 못한 성정과 이스타항공
5. 전보다 튼튼한 '날개' VIG파트너스
5.1. VIG파트너스, 성정보다 나은 자금력
5.2. 3년 만의 운항 재개
5.3. 턴어라운드 목표 달성 기간은 4년
최초 문서 작성일 : 2023년 7월 27일
1. '동방의 별' 이스타 탄생펼쳐보기 접기
이스타항공(EASTARJET Airlines)은 2007년 10월 설립됐다. 이스타(EASTAR)는 '동방의 별'이라는 의미로 대한민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뻗어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설립은 전주 출신 기업인이자 정치인인 이상직 KIC그룹 회장이 주도했다. 새만금법과 새만금 군산경제구역 지정 문제가 해결되면서 새만금을 중심으로 한 물류와 관광객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이를 흡수하고자 설립했다.
해당 콘텐트는 이스타항공이 2019년 시장에 매물로 나온 배경과 2019년 이후 벌어진 인수합병(M&A)전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1.1. 설립과 함께 시작된 출혈경쟁펼쳐보기 접기
첫 취항은 2009년 1월 이뤄졌다. 단 노선은 '김포-제주'였다. 당초 설립 취지였던 새만금 지역의 물류·관광객 수요 흡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서울과 인천을 중심으로 한 항공 운항은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 새만금과 가까운 군산이나 청주공항을 중심으로 항공 운항 계획을 세우는 게 설립 취지에 맞지만 수요 측면에서 서울과 인천에 비할 바가 못됐다. 항공업은 고정비가 많이 드는 사업이다. 빈 좌석 없이 항공기를 띄워야 이익을 낼 수 있다. 군산과 청주공항이 출발지이거나 도착지인 승객은 많지 않았다.
문제는 서울과 인천을 중심으로 항공 운항을 하는 항공사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2009년 LCC업계는 제주항공과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으로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었다. 이들도 이스타항공처럼 지방의 운송 수요 확대를 기대하고 설립됐지만 모두 서울과 인천을 중심으로 한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었다. LCC들은 동일하게 중소형 항공기를 활용했기 때문에 공간 제공 측면에서 차별화를 꾀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이들은 '저가 요금' 경쟁을 벌인다. 이스타항공도 '서울-제주' 항공권을 최저 1만9900원에 판매하는 등 출혈경쟁에 뛰어든다.
1.2. 출혈경쟁 후유증, 9년간 지속된 자본잠식펼쳐보기 접기
2. 자축 못한 취항 10주년펼쳐보기 접기
2019년은 이스타항공이 첫 취항한 지 꼬박 10주년이 되는 해였다. 하지만 임직원들은 취항 10주년을 자축하지 못했다. 주력 기종인 B737맥스(MAX)의 운항 강제 중단, 일본 불매운동으로 실적이 순손실로 전환했고 완전 자본잠식(자본총계가 음수)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오너 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 모회사인 이스타홀딩스도 지원할 여력이 없었다. 결국 취항 10주년에 이스타항공은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
2.1. 2019년 한꺼번에 찾아온 위기펼쳐보기 접기
'위기는 한꺼번에 찾아온다'는 말은 2019년 이스타항공을 두고 하는 말이다. 연초부터 악재가 발생했다. 2018년 10월과 2019년 3월에 B737맥스 항공기가 연이어 추락하면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 등 전 세계 주요 국가가 B737맥스 운항을 중지한다.
문제는 이스타항공이 총 2대의 B737맥스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스타항공은 인천-오사카, 인천-방콕, 인천-푸꾸옥 등의 노선에 B737맥스 항공기를 투입해 총 8694개의 좌석을 공급하고 있었다. 공급 좌석 규모는 많지 않지만 모두 '알짜 노선'들이었다. 하지만 2019년 3월 B737맥스 운항 중단으로 해당 노선 영업에 차질을 빚는다.
하반기에도 영업에 타격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한다. 2019년 7월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대한 자국 기업의 수출을 통제하면서 국내에선 '일본 불매운동'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됐다. 일본 여행도 불매운동 대상이었다. 이에 따라 일본 여행객 수가 급감하면서 일본 여행객 의존도가 높았던 이스타항공의 수익은 급감한다.
2.2. 역대 가장 심각해진 재무구조펼쳐보기 접기
결과적으로 2019년 이스타항공은 90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8년에는 3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로 인해 2018년 말 266억원이었던 결손금은 2019년 말 1175억원으로 늘어나고 자본총계는 -632억원으로 음수로 바뀐다. 과거에도 자본총계가 음수를 보인 적은 있었으나 그 규모에서 2019년 말이 최대였다.
자본총계가 음수라는 건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음을 의미한다. 기업이 지금까지 번 돈과 주주들이 납입한 돈을 모두 잃었다는 뜻이다. 순이익 전환과 모회사 출자가 시급했다. 만약 이스타항공은 상장사였다면 상장 유지를 걱정해야 할 처지였다. 거래소는 2년 넘게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인 기업은 상장 폐지 여부를 검토한다.
2.3. 탈 많은 오너 일가, 결국 누른 '매각 버튼'펼쳐보기 접기
하지만 2019년 말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을 지원할 만한 돈이 없었다. 현재 이스타홀딩스의 2019년 사업보고서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없다. 방편으로 2018년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그해 말 이스타홀딩스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억7049만원에 불과했다.
현금 확보를 위해 매각할 만한 자산이 있거나 현금창출력이 준수하지도 않았다. 이스타홀딩스는 별도의 사업을 하지 않아 현금창출력도 좋지 않았다. 신용으로 돈을 빌려서 이스타항공을 지원하기도 어려웠다. 이스타홀딩스는 철저하게 이스타항공 경영을 위해 만들어진 기업이었던 셈이다.
더불어 창업자이자 이스타홀딩스 최대주주인 이원준·수지 씨의 아버지인 이상득 국회의원의 끊임없는 구설수도 이스타항공 경영의 어려움을 배가시켰다. 이 의원의 탈세와 횡령 등을 문제제기하는 목소리는 업계 안팎에서 꾸준히 나왔다. 이처럼 오너 일가도 모회사도 이스타항공을 지원할 만한 상황도 여력도 되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이스타항공은 2019년 9월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하고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취항 10주년을 맞은 해에 시장 매물로 나왔다.
3. 무산된 제주항공으로 매각펼쳐보기 접기
B737MAX 운항 중단과 일본 불매운동, 그리고 오너 리스크라는 악재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지만 이스타항공 인수에 관심을 갖는 이들은 있었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면 취득이 어려운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가질 수 있고 마찬가지로 확보가 어려운 국제 운수권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을 위기에 빠뜨린 원인이 대외 환경 악화와 대주주 문제였던 만큼 업황 회복만 이뤄지면 실적 회복은 시간 문제라고 본 것이다.
3.1. LCC 1위 굳히기 시도한 제주항공펼쳐보기 접기
가장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인 곳은 매출액과 보유 항공기 대수 기준 1위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이었다. 이스타항공을 품으면 티웨이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 등 2위 그룹과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는 기회였다. 제주항공이 애경그룹의 '캐시 카우(Cash Cow)'로 거듭나고 있었기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도 항공 사업 확장에 관심이 컸다.
이스타항공도 항공업에 이해가 높은 제주항공으로 매각하는 게 기업 지속가능성과 임직원 당국 승인 등 여러 측면에서 이로웠다. 그간 LCC업계의 출혈 경쟁으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온 때였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품으면 자연스럽게 업계 구조조정도 이뤄진다. 2019년 12월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는 제주항공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3.2. 체불임금 놓고 갑론을박펼쳐보기 접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MOU를 체결한 지 약 7개월 만에 제주항공은 인수 포기를 선언한다. 표면적 이유는 이스타항공 임직원 체불임금 해소를 놓고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간의 이견이 컸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로는 MOU 체결 이후 2020년 2월 이스타항공은 임직원에게 급여 40%만 지급했다. 이후에도 임직원에게 급여의 일부만을 지급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해 3월 제주항공은 545억원에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 51.17%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임직원 체불임금을 제대로 해소하지 않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우지 못했다. 제주항공이 인수 포기를 선언한 2020년 7월 업계에선 이스타항공 임직원 체불임금 규모가 최대 1000억원에 달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제주항공으로서는 인수 이후 임직원들과 마찰과 예상하지 못한 추가 지출을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2020년 7월2일 10일 내에 이러한 의구심을 해소해줄 것을 계약 이행을 위한 조건으로 이스타항공에 요구한다. 하지만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스타항공 노조에서 제주항공이 구조조정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양사 갈등은 악화일로에 접어든다. 선결조건 이행 기간도 지나간다. 마침내 2020년 7월23일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하겠다고 공개 선언한다.
3.3.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변수펼쳐보기 접기
인수합병(M&A)이 무산된 표면적 이유는 체불임금 문제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변수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2020년 1월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는 '팬데믹'을 선언한다. 이에 따라 국가 간 여객 운송이 제한됐고 화물 운송 사업을 하지 않는 LCC들은 직격타를 맞았다.
제주항공도 마찬가지였다. 이스타항공과 체불임금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던 2020년 상반기 동안 제주항공은 202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다. 이로 인해 2019년 말 1058억원이었던 이익잉여금은 2020년 6월 말 -962억원의 결손금으로 바뀐다. 같은 기간 정상적이었던 자본 구조도 부분 자본잠식 상태로 악화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분 취득에만 545억원이 드는 인수는 한층 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었다. 더욱이 피인수기업 노조와 인수 완료 전부터 갈등이 빚어졌고 최대 1000억원에 달하는 임금체불 문제도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점은 인수 부담을 더 키웠다.
물론 이스타항공이 이익을 내고 있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스타항공도 제주항공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LCC였다. 지분 인수 이후 기업 존속을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더 투입해야 할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제주항공으로서는 인수를 통한 확장보다는 생존 자체를 우선할 수밖에 없었다.
4. 성정은 결국 고래 삼킨 '새우'였다펼쳐보기 접기
2020년 7월 제주항공으로 매각이 공식 무산되면서 자금 수혈이 이뤄지지 않자 이스타항공은 더 곤궁한 상황에 놓인다. 수십대의 항공기를 반납하고 임직원 1000여명을 내보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맸다. 그러나 영업을 하지 못하고 모회사도 지원을 손 놓은 상황에서 이러한 비용 절감 노력은 한계가 있었다. 2020년 말까지 새로운 원매자가 등장하지 않자 이스타항공은 2021년 1월 서울행정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고 법원은 내달 이를 받아들인다.
4.1. 싱겁게 끝난 인수전펼쳐보기 접기
회생절차 개시 이후에도 이스타항공은 적극적으로 인수자를 찾았다. 이미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을 당시 법원에 향후 대책으로 "M&A를 통해 영업 개시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제주항공과 매각 협상을 벌일 떄인 2020년 3월 항공기 운항을 중단하면서 항공운항증명(AOC)이 효력 정지됐으나 매각만 원활하게 이뤄지면 AOC 재발급과 경영 정상화는 어렵지 않다고 판단했다. 20대 이상의 항공기를 운항한 경험과 해외 운수권은 여전히 매력적이라고도 봤다.
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2021년 3월 이스타항공의 매각 추진을 허가한다. 법원과 이스타항공은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했다. 스토킹 호스는 수의계약으로 우선매수권자를 먼저 정한 뒤 공개경쟁입찰을 거치는 방식이다. 우선매수권자는 공개경쟁입찰에 참여한 기업이 제시한 인수가격만큼만 제시해도 우선 인수권을 가져간다.
가장 먼저 인수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인 곳은 중견 건설사인 '성정'이었다. 2021년 6월14일 본입찰을 진행하기 한 달 전인 5월에 이스타항공은 성정과 가계약을 체결했다.
4.2. 형남순 성정 회장의 자신감펼쳐보기 접기
2021년 6월14일 공개경쟁입찰에 쌍방울그룹(광림컨소시엄)이 단독 참여한다. 이로써 두 번째 이스타항공 인수전은 성정과 쌍방울그룹의 치열한 2파전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쌍방울그룹이 제시한 인수가격인 약 1100억원을 성정이 본인들이 직접 부담하겠다고 밝히면서 본입찰이 진행된 지 일주일 만에 서울회생법원은 성정을 인수자로 선정한다.
시장의 의구심은 성정의 자금 동원력이었다. 1100억원의 인수금액을 마련해야 할 뿐 아니라, LCC업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라 추가 운영자금 투입도 고려해야 했다.
그러나 2020년 연결기준 성정의 영업이익은 5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2020년 말 현금및현금성자산도 2억85000만원밖에 되지 않았다. 성정의 형남순 회장 일가가 보유한 백제컨트리클럽(CC), 대국건설사업, 대국종합건설, 지디에스 등의 자산을 활용할 수 있다고 해도 인수 이후 대규모 투자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업계 안팎에서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오자 2021년 7월 성정의 형남순 회장은 직접 "인수 자금 조달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자신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실제 2021년 11월 성정은 인수 잔금 630억원을 모두 납입하며 우려가 기우였음을 확인시켜준다. 2021년 12월 국토교통부에 항공운항증명(AOC) 재발급도 신청한다.
4.3. 1년도 함께 못한 성정과 이스타항공펼쳐보기 접기
2022년 2월 이스타항공은 형남순 성정 회장을 회장으로 선임한다. 이어 2022년 3월 서울회생법원은 1년1개월간 지속된 기업회생절차를 종결한다. 이스타항공은 2020년 정리해고한 직원들을 재고용하는 방안까지 고려할 정도로 영업 조기 정상화를 자신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변수가 또 다시 등장한다.
2022년 7월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대주주 변경으로 면허를 재신청하는 과정에서 이스타항공이 허위 회계자료를 제출했다고 판단, 특별검사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이스타항공이 당시 결손금이 4851억원임에도 1993억원으로 보고한 것이다. 2022년 7월은 이스타항공이 재운항을 위해 국토부로부터 AOC 재발급을 기다리고 있던 때라 국토부와 관계가 중요했다.
AOC 재발급 지연은 새로운 주인인 성정의 재무 부담을 가중시켰다. 항공업은 대규모 설비(항공기)와 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고정비 비중이 큰 편이다. 고정비는 사업이 호황이든, 불황이든 관계없이 소요되는 비용이다. 이스타항공은 허위 회계자료 제출 문제로 2022년 AOC 재발급을 받지 못했다.
2022년에 이스타항공은 49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고 완전 자본잠식 문제를 해소하지 못했다. 반면 2022년 하반기부터 일본과 동남아 등으로 여행이 가능해지면서 다른 LCC들은 대규모 이익을 올렸다. 경쟁사들과 격차는 더 벌어졌다. 그럴수록 앞으로 경쟁력 회복을 위해 대주주인 이스타항공이 지출해야 할 자금 규모도 커져 갔다. 운영에 부담을 느낀 성정은 인수 이후 항공기도 제대로 띄우지 못하고 1년 만에 이스타항공을 매물로 내놓는다.
5. 전보다 튼튼한 '날개' VIG파트너스펼쳐보기 접기
2023년 시작과 함께 이스타항공 매각설이 흘러나왔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VIG파트너스가 진원지였다. VIG파트너스가 지분투자를 넘어 성정이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 100% 를 인수하기 위해 실사를 진행 중이라는 얘기였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LCC들에 관심이 컸다. 티웨이항공에 투자한 JKL파트너스가 대표 사례다. 2023년 3월 말 JKL파트너스는 펀드(펀드명 더블유밸류업)을 통해 티웨이항공 지분 21.11%를 보유한 2대주주다.
5.1. VIG파트너스, 성정보다 나은 자금력펼쳐보기 접기
매각설은 진짜였다. 2023년 1월6일 성정은 VIG파트너스가 설립한 스카이투자목적회사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총 1100억원 규모의 신주를 스카이투자목적회사 앞으로 발행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성정 인수 때와 다르게 이스타항공에 직접 유입되는 자금이 있는 것으로 그 규모도 1100억원으로 적지 않았다. 성정은 기존 주주들이 들고 있는 지분을 인수했을 뿐 추가로 출자하지 않았다. 이스타항공에 자금을 대여하는 방식으로 지원했다.
VIG파트너스의 인수 절차는 계약을 맺은 지 약 3주만인 2023년 1월27일 완료됐다. 2020년 끝내 결렬된 제주항공과의 매각 협상, 2021년 성정으로 결정된 스토킹 호스 방식의 매각전 등을 고려하면 속전속결이었다.
이스타항공은 2023년 3월 5분의 1 무상감자도 단행했다. 무상감자는 자본잉여금(주식발행초과금 등)을 활용해 결손금을 줄이기 위해 실시했다. 출자와 무상감자로 이스타항공은 완전 자본잠식에서 탈출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2022년 말 자본총계는 -464억원이었다.
신창훈 VIG파트너스 부대표는 2023년 1월27일 인수 거래를 완료한 뒤 "지난 수 년 동안 국내 항공산업과 이스타항공의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었던 만큼, 인수 절차가 예정대로 마무리돼 기쁘다"며 "국내 항공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하는 데 이스타항공의 재도약이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5.2. 3년 만의 운항 재개펼쳐보기 접기
2023년 1월 VIG파트너스가 인수한다는 설이 돌았을 때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었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인수한 기업을 단기간에 턴어라운드(기업회생)시켜 몸값을 높은 뒤 매각해 이익을 낸다. 인수설이 돌았을 무렵 이스타항공은 AOC 재발급을 받지 못한 상태였고 재발급이 언제 이뤄질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VIG파트너스가 구주와 신주를 인수하는 형태로 이스타항공을 품은 건 재무구조 개선만 이뤄진다면, AOC 조기 재발급에 따른 항공기 운항 재개로 빠르게 턴어라운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업황 회복세가 2023년에도 이어지고 있었다.
VIG파트너스가 인수한 뒤인 2023년 2월28일 이스타항공은 국토부가 AOC를 재발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달 김포-제주 노선을 시작으로 항공기 운항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항공기 운항 재개는 2023년 3월26일 예정대로 이뤄졌다. 2020년 3월 항공기 운항을 전면 중단한 지 꼬박 3년만이었다.
2023년 3월26일 첫 항공편(205편)을 운항한 이스타항공 조준범 기장은 이륙 후 기내방송을 통해 "3년 만에 재도약하는 이스타항공과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이스타항공을 잊지 않고 이용해 주시는 만큼 최고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김포-제주 노선은 총 20편이 운항됐고 모두 완판됐다.
5.3. 턴어라운드 목표 달성 기간은 4년펼쳐보기 접기
이스타항공은 연간 감사보고서만 제출한다. 따라서 2023년 1월 VIG파트너스라는 새로운 날개를 단 이후 이스타항공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정확하게 숫자로 파악되지 않는다. 단 2023년 3월 VIG파트너스의 선택을 받은 조중석 대표이사의 포부를 통해 얼마나 달라질지 대략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다.
2023년 3월14일 재운항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조 대표는 "올해 말 10대 기재를 확보해 1460억원의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내년 흑자 전환을 시작으로 2027년에는 20대 이상의 기재 확보와 매출 8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2022년 말 이스타항공 보유 항공기 대수는 3대였다. 올해에만 7대를 추가로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조 대표의 발언을 보면 VIG파트너스와 이스타항공의 턴어라운드 목표 달성 기간은 4년이다. 이스타항공이 처음으로 시장에 매물로 나오기 직전 해인 2018년 연간 매출액은 5664억원이었고 보유 항공기 대수는 22대였다. 이때가 회사 역사에서 가장 많은 매출액을 낸 해다. 조 대표는 이를 뛰어넘는 결과물을 2027년에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VIG파트너스는 스스로를 "한국의 중견기업 바이아웃(Buyout) 투자에 집중하는 회사"라고 설명한다. 이스타항공도 턴어라운드만 이뤄지면 시장에 다시 매물로 내놓겠다는 얘기다. 조 대표의 발언을 고려하면 그 시기는 2027년 즈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