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LCC 생존 재무전략

'5분의 1 감자' 자본잠식 마침표 찍은 이스타항공

⑬올해 유증으로 1100억, 감자로 953억 확보...3년 넘게 이어진 '자본잠식 탈출'

양도웅 기자  2023-07-03 13:57:18

편집자주

LCC(저비용항공사)들이 '드디어' 다시 비상하고 있다. 일제히 흑자전환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미래 전망 지표 중 하나인 선수금도 대폭 늘어났다. 하지만 다시 비상에 성공하기 전까지 LCC들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일본 불매운동으로 줄일 수 있는 비용은 최대한 줄이고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은 최대한 확보하는 지난한 세월을 감내해야 했다. THE CFO가 LCC들이 4년간 어떻게 생존했는지 그간의 재무전략을 리뷰한다.
이스타항공이 지난 3월 공언한 대로 자본금을 5분의 1로 줄이는 무상감자를 단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주인인 VIG파트너스의 대규모 유상증자 이후에 이뤄졌다. 이에 따라 2019년 말부터 약 3년간 이어진 자본잠식(자본금>자본총계)에서 벗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재무구조 악화의 근본 원인이 코로나19 팬데믹보다는 고비용 구조에 있는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재무구조는 언제든 다시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시급한 문제인 자본잠식을 해결했기 때문에 사업 경쟁력 강화와 비용 구조 효율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풀이된다.


◇증자·감자로 늘어난 자본잉여금...5000억 넘는 결손금 줄이는 데 쓰일 듯

지난 3월16일 이스타항공은 주식수를 2383만788주에서 476만6158주로 줄이는 5분의 1 무상감자를 실시했다. 자본금은 1191억원에서 238억원으로 동일하게 5분의 1 감소했다. 조중석 대표이사가 이틀 전인 14일 기자 간담회에서 밝힌 자본잠식 해소 방안을 계획대로 추진했다.

이번 무상감자로 이스타항공은 자본잠식 탈출과 함께 953억원의 감자 차익을 올렸다. 이번 감자 차익은 일단 자본총계 중 하나인 자본잉여금으로 이동한다.

앞서 지난 1월 기존 최대주주인 성정이 사모펀드 운용사인 VIG파트너스에 경영권을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VIG파트너스는 이스타항공에 유상증자로 1100억원을 공급했다. 이 가운데 55억원은 자본금으로, 나머지 1045억원은 자본잉여금으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유상증자가 있고 두 달 뒤에 5분의 1 무상감자가 단행돼 953억원의 감자 차익이 자본잉여금에 추가로 유입된 것이다. 연이은 증자와 감자로 이스타항공 자본금은 238억원으로 줄었지만 자본잉여금은 지난해 12월 말 3748억원에서 5746억원으로 53% 넘게 증가했다.

이스타항공은 6000억원에 육박하는 자본잉여금의 상당수를 결손금을 줄이는 데 사용할 것으로 점쳐진다. 3년 넘게 계속된 당기순손실로 지난해 12월 말 결손금은 5347억원으로 늘었다.

상법에 따르면 회사는 자본준비금(자본잉여금 포함)이 자본금의 1.5배일 경우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결손금 보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스타항공의 자본잉여금은 자본금의 20배가 넘는다. VIG파트너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무리없이 결손금 보전금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2018년 이미 급감한 이익과 수익성...비용 구조 효율화 '과제'

'1100억원 유상증자→5분의 1 무상감자→결손금 보전'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 이스타항공은 2019년 12월 말부터 3년 넘게 계속된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뿐 아니라 재무구조도 개선된다. 관건은 앞으로 내부에서 지속해서 순이익을 창출해 재무구조를 튼튼하게 유지할 수 있느냐다.

이스타항공의 자본잠식 원인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하기 이전인 2019년 12월 말 자본총계는 -632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였다. B737-MAX 항공기 운항 중지, 일본 불매운동 등 예기치 않은 대외 환경 악화로 대규모 순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럼 이러한 대외 환경 악화가 없던 2018년은 괜찮았을까. 2018년 이스타항공 매출액은 5664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66%, 88% 감소했다. 인건비와 마케팅비, 여객판매수수료 등 대표적인 고정비와 변동비 증가율이 매출액 증가율을 앞질렀고 이자비용은 전년 대비 5배 늘었다.

일본 불매운동(2019년)과 코로나19 팬데믹(2020년)이 일어나기 전부터 비용 관리에 실패하면서 이익이 감소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새로운 최대주주인 VIG파트너스와 조중석 대표 이하 임직원들의 과제가 비용 구조 효율화를 동반한 사업 경쟁력 강화에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달 말 이스타항공은 네 번째 항공기인 보잉의 B737-8기종을 들여와 대만 노선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B737-8은 현재 운영 중인 B737NG 기종의 차세대 모델로 조작 방식이 유사해 운항과 정비 교육에 상대적으로 비용이 덜 들어간다. 연료비도 15% 이상 개선될 전망이다. 연료비는 항공사 비용 구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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