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LCC 생존 재무전략

임원 연봉 '7분의 1'로 줄인 제주항공

②2018년 '7억'서 2022년 '1억'으로...인건비 절감과 고통 분담 목적

양도웅 기자  2023-06-02 15:18:17

편집자주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수렁에 빠졌던 LCC(저비용항공사)들이 비상하고 있다. 일제히 흑자전환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미래 전망 지표 중 하나인 선수금도 대폭 늘어났다. 하지만 비상하기까지 줄일 수 있는 비용은 최대한 줄이고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은 최대한 확보하는 지난한 세월을 감내해야 했다. 살(지분)까지 내준 곳도 허다하다. THE CFO가 LCC들이 지난 3년을 어떻게 버텼는지 그간의 재무전략을 리뷰한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한 첫해 제주항공은 임원 연봉을 크게 삭감했다. 그해 등기이사 기준으로 6명의 보수총액은 9억4800만원으로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5800만원이었다. 전년도인 2019년과 비교해 평균 연봉을 37%나 줄였다. 비용 절감과 고통 분담의 일환이자 회사를 대표하는 경영진으로서 솔선수범을 보이기 위함이었다.

사실상 코로나19 팬데믹의 마지막 해로 평가받는 2022년은 어떨까. 지난해는 매출액이 7025억원으로 2020년, 2021년 매출액과 비교해 각각 86%, 157% 증가했다. 앞선 두 해와 동일하게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그 규모는 1775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평균 연봉을 올릴 만한 요소가 분명 있었던 해다.

그런데도 등기이사들의 연봉을 또다시 삭감했다. 지난해 등기이사 5명의 보수총액은 6억8000만원으로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100만원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첫 해 크게 줄었던 2020년과 비교하면 36%, 코로나19 팬데믹 2년차인 2021년과 비교하면 14% 줄였다.


2년 연속 영업이익 1000억원 이상을 기록하며 호황을 맞았던 2018년 때만 해도 제주항공 등기이사 6명의 1인당 평균 연봉은 무려 7억4200만원이었다. 공동 대표이사인 안용찬 부회장과 최규남 사장에 지급한 대규모 퇴직금이 1인당 평균 연봉을 끌어올렸지만, 이를 제외해도5억2866만원이었다. 규모가 더 큰 대기업과 비교해도 결코 작지 않았다.

호황이었던 2018년과 코로나19 팬데믹 마지막 해인 2022년을 비교하면, 임원 1인당 평균 연봉을 크게는 7분의 1 수준으로 줄인 것이다. 안 전 부회장과 최 사장에 지급한 일회성 인건비인 퇴직금을 제외해도 5분의 1 수준으로 삭감했다.

물론 인건비 감축은 불황을 맞은 기업이 비용 절감과 수익성 향상을 위해 흔히 취하는 비상 대책이다. 하지만 제주항공처럼 대표이사 포함한 임원들의 평균 연봉을 호황 때와 비교해 최대 7분의 1 수준으로 줄인 기업은 흔치 않다. 더욱이 등기이사 포함 전체 임원 수도 2018년 23명에서 2022년 14명으로 줄여 임원 1인당 업무 강도는 만만치 않았다.

그럼 직원들은 어떨까. 일단 전체 직원 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호황이었던 2018년 제주항공 전체 직원은 정규 직원(기간에 정함이 없는 직원) 2044명, 기간제 직원 805명으로 총 2849명이었다. 지난해는 정규 직원 2654명, 기간제 직원 180명으로 총 2834명이었다. 전체로는 11명 줄었으나 정규 직원이 늘고 기간제 직원이 줄었다.

전체 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은 지난해 4400만원으로 2018년과 비교해 12%, 2019년과 비교해선 20% 삭감됐다. 2021년 전체 직원의 평균 연봉은 3900만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팬데믹 기간 순환근무제를 도입해 전체 인원은 큰 변동 없이 유지했으나 근무 시간 감소와 회사 전체 실작 악화에 따른 연봉 축소는 직원들도 피할 수 없었다.

이러한 전 임직원의 희생으로 2018년과 2019년 두 해 연속 2000억원이 넘었던 인건비는 2020년 1762억원, 2021년 1509억원, 2022년 1827억원으로 3년 연속 1000억원대를 유지했다. 지난 3년간 전사 차원에서 인건비 절감에 나선 것이다.


'고정비'의 일종인 인건비는 기업이 주도적으로 규모를 줄이고 늘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비용 항목이다. 유류비와 정비비, 공항 이용료(공항관련비) 등 매출 확대와 연동돼 움직이는 '변동비'는 기업이 상대적으로 줄이고 늘릴 수 있는 비용은 아니다. 그런 까닭에 수익성을 방어해야 하는 많은 기업이 인건비를 줄이는 선택을 한다.

제주항공도 이러한 선택을 했다. 단 눈에 띄는 점은 연봉 감축에도 직원 수가 크게 줄지 않았다는 점이다. 직원들의 1인당 평균 근속연수도 2018년 3.2년에서 2022년 6.5년으로 3.3년 늘었다. 퇴사한 직원도 적지 않지만 대다수 직원이 자리를 지킨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임원진도 연봉 삭감을 수용하는 등 솔선수범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회사 관계자는 "항공기 보유 대수를 줄이고 임직원 연봉을 삭감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직원들의 고용 유지를 위해 애썼고 직원 수도 크게 줄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여행객 수요가 증가하며 업무량이 증가하는 때에 바로 현업에 투입할 수 있는 직원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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