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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 생존 재무전략

제주항공이 3년간 반복한 두 가지 '유증과 영구채'

③세 차례 유증과 다섯 차례 영구채 발행으로 '총 7300억 조달'...자본잠식 탈출

양도웅 기자  2023-06-08 14:55:18

편집자주

LCC(저비용항공사)들이 '드디어' 다시 비상하고 있다. 일제히 흑자전환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미래 전망 지표 중 하나인 선수금도 대폭 늘어났다. 하지만 다시 비상에 성공하기 전까지 LCC들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일본 불매운동으로 줄일 수 있는 비용은 최대한 줄이고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은 최대한 확보하는 지난한 세월을 감내해야 했다. THE CFO가 LCC들이 4년간 어떻게 생존했는지 그간의 재무전략을 리뷰한다.
2020년 1월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본격적으로 '하늘길'이 막히기 시작하자 순손실이 급격히 확대된 제주항공의 자본총계(연결기준)는 단 6개월 만에 약 3분의 1로 줄어든다. 2019년 12월 말 3251억원이었던 자본총계는 2020년 6월 말 1231억원으로 감소했다.

자본총계 감소는 자본잠식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해서 봐야 할 변화다. 실제 자본총계가 급감한 2020년 6월 말 제주항공은 자본금이 자본총계보다 큰 자본잠식 상태에 접어든다. 자본총계는 크게 주주들이 투자한 몫인 자본금과 자본잉여금, 그리고 기업이 사업으로 벌거나 잃은 이익잉여금(결손금)으로 구성된다.


◇6개월 만에 자본잠식...모회사와 정부에 지원 요청

2020년 6월 말 당시 제주항공의 자본잠식률은 7%였다. 상장폐지 검토 사유 중 하나인 2년 연속 자본잠식률 50% 이상에는 미치지 않았으나, 코로나19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이 이뤄지던 시점이라 손 놓고 있을 경우 자본잠식률 상승과 그에 따른 상장폐지 우려는 불 보듯 뻔했다.

상황이 이렇자 제주항공은 모회사인 AK홀딩스에 손을 내민다. 2020년 8월 AK홀딩스가 참여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본금 607억원과 자본잉여금 899억원을 조달한다. 이 유증으로 2020년 9월 말 자본잠식률은 -7%로 자본잠식에서 벗어난다.

유증과 함께 정부에도 손을 내민다. 정부는 기간산업 기업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갑작스레 위기에 빠진 곳을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지원 대상 기업에 선정된 제주항공은 산업은행을 통해 2020년 12월28일 두 차례의 영구채(영구CB)를 발행해 총 464억원을 조달한다.

사채이지만 만기가 30년 이상이고 발행사가 만기를 연장할 권한을 가진 까닭에 자본증권으로 분류되는 영구채는 자본잉여금을 늘리는 효과를 낸다. 이에 따라 2020년 12월 말 제주항공 자본잠식률은 -13%로 다시 소폭 개선된다. 업황 회복 시기에 따라 다시 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이 우려되는 수준이긴 했지만 유증과 영구채 효과는 분명했다.

이후 제주항공은 자본잠식 예방과 탈출을 위해 매년 유증과 영구채 발행을 반복한다. 2021년에는 한 차례의 유증과 한 차례의 영구채 발행으로 총 2366억원을, 2022년에는 한 차례의 유증과 두 차례의 영구채 발행으로 총 2963억원을 추가로 자본총계에 수혈한다.


◇매년 반복한 유증과 영구채 발행, 부작용은 없나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제주항공이 마지막으로 유증한 때는 2015년 11월이었다. 이마저도 상장을 위한 유증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처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유증이 아니었다. 상장 이후 4년 넘게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유증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3년간 매년 반복한 셈이다.

영구채 발행도 마찬가지다. 2020년 12월28일 영구채를 발행하기 전까지 제주항공 조달 선택지에 영구채는 없었다. 영구채뿐 아니라 회사채 발행 자체를 꺼렸다. 기존 금융기관 대출을 선호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매년 영구채를 발행해 자본을 확충했다.

일반적으로 상장 기업은 유증과 영구채 발행을 꺼린다. 유증은 주식수를 늘려 기존 대주주의 지분을 희석시킨다. 영구채는 다른 사채에 비해 이자율이 높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처럼 순손실이 발생하는 곳에 많은 이자비용은 특히 더 부담스럽다. 그런데도 유증과 영구채 발행을 매년 반복한 건 다른 방법에 비해 빠르게 자본 확충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3월 말 현재 자본잠식률은 -357%로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4배 이상 많은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순손실에서 순이익으로 전환한 올해 1분기의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지난 3년간 자본 확충을 위해 반복한 유증과 영구채 발행은 당분간 없을 전망이다.

단 부작용은 있다. 총 세 차례 유증으로 2019년 12월 말 58.8%였던 AK홀딩스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023년 3월 말 현재 51.6%로 떨어졌다. 매년 유증 참여를 위해 차입을 하면서 같은 기간 AK홀딩스 부채비율(별도기준)은 18.1%에서 69.2%로 악화했다. 더불어 제주항공의 연간 이자비용은 2019년 259억원에서 2022년 273억원으로 5.4%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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