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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감사사항(KAM) 분석

현대차·기아 CFO의 숙명 '무상수리비 측정'

감사인이 매년 뽑은 KAM '판매보증충당부채'...최근 5년간 연평균 5조씩 쌓아

양도웅 기자  2023-07-20 15:15:18

편집자주

2017년 12월 금융감독원은 기업들이 매분기 작성해 공시하는 감사보고서에 핵심감사사항(Key Audit Matter, KAM)을 기술하도록 '핵심감사제도'를 도입했다. KAM은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이 중점적으로 검토한 사안이다. 투자자들은 기업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꼼꼼히 봐야 할 재무 정보가 무엇인지 KAM을 통해 알 수 있다. 2020년 코넥스를 제외한 전체 상장사로 핵심감사제도가 확산됐지만 여전히 관심 밖에 있다. THE CFO가 각 기업별 KAM과 선정 배경을 살펴본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그리고 감사인들이 회의만 열면 빠지지 않고 논의하는 주제가 있다. 바로 '무상보증 수리비가 합리적으로 산출됐는가'다. 현대차와 기아는 차량을 구매한 고객들에게 모델에 따라 'O년/Okm' 이내에서 제조상 잘못으로 결함이 생긴 부품을 무료로 교환해준다. 고객 입장에서 무료라는 건 관련 비용을 회사가 부담한다는 뜻이다.

이 비용이 바로 무상보증 수리비다. 회계 용어로는 판매보증충당부채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현대차와 기아 감사인들이 매년 첫 번째로 꼽은 핵심감사사항(KAM)이 판매보증충당부채다.


◇'비용'으로 처리되는 판매보증충당부채...매년 평균 5조씩 추가

자동차 한 대를 완성하기 위해선 약 3만개의 부품이 필요하다. 전기차는 2만개 정도다. 현대차와 기아가 전 세계에서 연간 판매하는 차량은 약 300만대다. 모델도 수십 종에 달한다. 이 가운데 하나의 부품 결함도 없이 몇 년간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이 과연 얼마나 될까. 판매보증충당부채 설정과 처리는 현대차와 기아 등 완성차 업체에 숙명과 같다.

문제는 언제 어떤 차량의 어느 부품에서 결함이 발생할지, 그래서 고객에게 얼마의 무상 보증 수리비를 지급할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현대차와 기아는 과거 사례들을 참고해 판매보증충당부채를 쌓는다.

지난 5년간 현대차와 기아가 매년 평균 쌓은(설정하는) 판매보증충당부채는 각가 2조8478억원, 2조11669억원이다. 두 회사가 합쳐서 매년 약 5조원을 쌓았다.

감사인들이 예의주시하는 부분은 이 점이다. 과거 사례들을 참고해 미래에 부담해야 하는 무상보증 수리비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자의반 타의반 오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년 쌓는 판매보증충당부채는 전액 비용으로 처리된다. 감사인 입장에서는 회사가 최대한 적게 판매보증충당부채를 설정해 수익성 방어를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 측은 판매보증충당부채를 KAM으로 선정하면서 "과거 실적과 비교 분석을 통해 예상 수리 건수를 산출할 때 경영진이 사용한 가정의 합리성을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가 밝힌 차량 판매 대수도 맞는지 꼼꼼히 따졌다.


◇'판매량 증가·세타2 엔진' 등으로 더 중요해진 판매보증충당부채

판매보증충당부채는 최근 현대차와 기아에 더 중요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했던 2020년 293만대로 감소했던 연간 합산 판매량이 2021년 306만대, 2022년 316만대로 2년 연속 증가했다. 무상보증 수리비는 차량 판매량 증가와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더불어 과거 자체 제작한 '세타2 엔진'을 탑재한 쏘나타와 투싼, K5 등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수리비를 부담하기로 2020년과 2022년 결정했다. 이러한 화재 발생은 해당 차량들을 출고할 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바다. 이에 따라 추가 부채를 부담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차와 기아는 2020년과 2022년에 8조782억원과 8조6137억원을 판매보증충당부채로 설정했다. 대개 현대차와 기아는 매년 총 3~4조원의 판매보증충당부채를 설정해왔다. 이를 고려하면 세타2 엔진 결함으로 두 회사 합쳐서 2020년과 2022년에 4조원씩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타2 엔진이 대형 이슈이긴 했지만 현대차와 기아가 적극적으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은 점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미리 대규모 충당금을 쌓으며 비용 처리했기 때문에 세타2 엔진과 관련해 수익성이 추가로 약해질 가능성은 차단됐다"고 평가했다.

판매보증충당부채를 추산하고 회계 처리하는 조직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이끄는 (기획)재경본부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의 CFO는 서강현 부사장과 주우정 부사장이다. 두 부사장은 내부회계관리자일 뿐 아니라 사내이사로 이사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감사인을 맡고 있는 회계법인을 상대하는 감사위원회에 보고하는 자료를 만드는 곳도 재경본부 산하의 회계팀, 재경기획팀 등이다.

(왼쪽부터) 현대자동차 서강현 부사장, 기아 주우정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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