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다채로운 고객군을 확보하면서 오는 4분기부터 실적 반등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TV 패널사업에선 기존 LG전자, 소니에 이어 최근 글로벌 TV 1위인 삼성전자를 새로운 고객군으로 확보했다. 모바일 사업에서도 주요 고객사인 애플이 아이폰15용 패널 주문량을 늘리면서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PC 패널 사업에서도 호재가 상존한다. 노트북과 모니터 패널가격이 8개월 만에 상승 전환하면서 향후 LG디스플레이 실적개선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부터 현대까지' 고객군 많아졌네
LG디스플레이의 밸류에이션을 가늠해볼 수 있는 주가수익비율(PER)은 13일 기준 -1.37배다. 작년 6월부터 최근까지 4분기 연속 적자 태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다만 동일업종 PER인 -1.27배와 비교하면 유효한 상태다. 시가총액은 5조3959억원이다.
당장 펀더멘탈 개선은 어렵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추산한 LG디스플레이의 2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4조 7371억원, 영업손실 9094억원이다. 2분기 손실폭은 1분기(1조984억원)와 비교했을 땐 19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흑자전환이 어려운 상태다.
다만 증권업계는 올해 4분기를 실적 반등 시점으로 내다보고 있다. 관측의 근거는 총 4가지다. 우선 전통 사업군으로 분류되는 '대형' TV 패널 분야에서 글로벌 TV 1위인 삼성전자로부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수주 물량을 신규로 따냈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이달부터 출시하는 83형 OLED 4K TV 신제품 패널을 맡았다.
이는 가동률 상승,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의 LG 패널 주문량은 내년까지 LG디스플레이 대형 OLED 전체 생산능력의 20~30%인 200만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향후 양사간 신뢰관계가 견고해지면서 공급량을 300~500만대로도 늘려갈 수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LG디스플레이는 하반기 신규 고객 확보와 주문량 증가로 OLED 가동률이 상승할 것"이라며 "3분기엔 적자축소, 4분기부턴 지난해 1분기 이후 7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중소형 패널 부문에서도 신규 고객 확보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전장(오토) 패널 수요도 많았졌다. 현대차는 하반기 출시 예정인 2024년형 제네시스 GV80 부분 변경 모델에 27인치 파노라믹 차량용 OLED 패널을 탑재하기로 했다. 현대차가 메인 디스플레이에 처음으로 OLED 패널을 달면서 첫 공급망으로 LG디스플레이 택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선두 지위를 차지하면서 전장 시장도 선점해왔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기준 글로벌 차량용 OLED 패널 시장은 LG디스플레이가 51.7%의 점유율로 1위, 삼성디스플레이가 41.2%의 점유율로 2위에 올랐다. 올 초 열린 CES 2023에서 투명 OLED와 업계 최초의 차량용 18인치 슬라이더블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완전 자율주행 컨셉트카를 선보이며 업계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애플의 수주 물량 확대, PC 패널 단가 확대
신규 고객사 뿐 아니라 기존 고객사들의 패널 주문량이 많아진 점도 실적 호재로 작용한다. 애플의 아이폰 공급망 내 존재감 확대가 대표적이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애플의 LG디스플레이 패널 채택 비중은 지난해 20%가량에서 올해 33%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근거는 애플 공급망에 있던 중국 BOE의 할당량이 LG디스플레이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데서 비롯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최근 중국 BOE를 상대로 OLED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BOE는 애플의 기술 표준을 맞추지 못하면서 공급망 진입 가능성이 낮아졌다.
특히나 아이폰15 프로 시리즈에 공급되는 OLED 패널은 국내 디스플레이사들만 구현해낼 수 있는 고도화된 기술이 적용된 터라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진입하기엔 기술 장벽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방식을 적용해 기존 저온폴리실리콘(LTPS) 방식의 OLED 대비 소비 전력을 약 20% 절감한 게 특징이다. LPTO 패널은 LTPS보다 판매가가 40% 가량 높아 수익성 개선 기여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LG디스플레이는 이달부터 아이폰15용 OLED 패널 생산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플러스·프로·프로맥스 등 4가지 모델 가운데 고부가 상위 모델인 프로 시리즈(Pro, Pro Max)에만 패널 공급을 하게된다.
김 연구원은 "향후 애플의 LG디스플레이 주문량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며 "올해 LG의 아이폰 OLED 패널 출하량은 6000만대, 점유율 30%로 전망되고, 이중 아이폰15 OLED 패널 출하량은 3600만대, 점유율 40%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향후 애플과의 접점 확대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애플이 2025년을 목표로 폴더블 맥북 모델을 구상하고 있는 가운데 폴더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사들과 생산계획, 개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5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23 OLED & MICRO 디스플레이 세미나'에서 "LG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 철수에 따른 매출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 태블릿PC용 OLED 시장 진입이 시급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PC모니터, 노트북용 패널가격이 8개월 만에 상승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 하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TV에 이어 PC·노트북 등에 들어가는 IT 패널도 전반적인 판가 상승에 합류한다"며 "패널 업체가 노트북 PC용 제품을 크게 감산해온 만큼 수급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