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는 현대자동차보다 종속기업 수가 적다. 종속기업은 자회사와 자회사의 자회사인 손자회사 등을 가리킨다. 2023년 3월 말 기아는 24개, 현대차는 125개다. 지난해 말 법인세법 개정의 대상인 해외 종속기업 규모도 기아는 24개, 현대차는 107개다. 기아의 종속기업은 모두 해외법인이라는 특징이 있다.
종속기업의 사업 범위도 현대차가 더 넓다. 기아 종속기업은 철저하게 완성차와 부품을 판매한다. 반면 현대차 종속기업은 완성차와 부품을 판매할 뿐 아니라 모빌리티와 금융 서비스, 투자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한다.
이 때문에 기아는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에서 완성차 판매 과정에서 필요한 금융 서비스는 현지 현대차 종속기업을 활용해 고객에게 제공한다. 현대캐피탈아메리카, 현대캐피탈서비스UK, 현대캐피탈캐나다 등이다. 이러한 이유로 기아는 세 개 기업의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있다. 세 개 기업은 현대차에는 종속기업이고 기아에는 관계기업이다.
종속기업이 많다는 건 배당수익원이 많다는 뜻이다. 지난해 기아가 종속기업 24곳을 포함해 지분투자한 기업으로부터 거둔 배당수익은 1218억원이다. 같은 시기 현대차의 배당수익은 1조5676억원으로 기아 배당수익의 10배가 넘는다.
단 기아에는 현대차 종속기업 중 가장 우량한 '현대모터아메리카(Hyundai Motor America)'보다 이익과 수익성 양쪽에서 더 나은 종속기업이 있다. 현대모터아메리카와 같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치한 해외법인으로 현지에서 완성차와 부품을 판매하는 '기아아메리카(Kia America, Inc)'다.
기아아메리카는 올해 1분기 별도기준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으로 각각 8조1477억원, 8784억원을 올렸다. 순이익률은 10.8%다. 같은 시기 현대모터아메리카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9조4452억원, 7121억원이다. 순이익률은 7.5%다. 매출액은 현대모터아메리카가 크지만 순이익 규모와 수익성에선 기아아메리카가 앞선다.
올해만 실적이 좋았던 것도 아니다. 기아아메리카는 2019년 당기순이익으로 전환한 뒤 올해 1분기까지 총 당기순이익으로 5조73억원을 올렸다. 이 기간 국내 본사에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5조73억원은 고스란히 기아아메리카 이익잉여금으로 이동했을 것이다. 이익잉여금의 직접적인 배당 재원이다.
재무 안정성 면에서도 기아아메리카는 뛰어나다. 올해 3월 말 부채비율은 102%다. 같은 시기 현대모터아메리카의 부채비율인 170%보다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배당금은 자본총계를 구성하는 이익잉여금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에 배당금 지급하면 부채비율은 상승한다. 부채비율이 낮아야 배당금을 확대할 여지가 크다.
꾸준한 순이익과 풍부한 이익잉여금, 높은 수익성, 그리고 낮은 부채비율은 최근 기아가 해외법인으로부터 수취하는 배당금을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기아아메리카를 가장 먼저 꼽은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중요한 곳이기 때문에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가 기아아메리카 이사를 겸하고 있다.
기아아메리카에도 과제는 있다. 완전 자회사인, 국내 본사 입장에선 손자회사인 기아조지아(Kia Georgia, Inc.)다.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생산법인으로 연간 34만대를 생산하는 곳이다. 올해 1분기에는 79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으나 지난해는 연간 기준으로 737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그간의 순손실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비상장법인이고 기아아메리카가 지분 100%를 들고 있기 때문에 완전 자본잠식이 직접적인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내부에서 현금을 창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설비투자금을 기아아메리카가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이 점을 고려하면 매년 적지 않은 규의 배당금을 국내 본사가 가져오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