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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리쇼어링 시대 개막

국내 지주사 활용법은

④해외투자 여력 확대…신규기업 M&A, 기존기업 지배력 강화

이민호 기자  2023-06-21 16:15:18

편집자주

지난해 말 법인세법 개정으로 '자본 리쇼어링 시대'가 열렸다. 기업들은 전보다 세금 부담이 한층 낮아진 상황에서 해외 자회사(해외 법인)가 올린 이익을 국내 본사로 가져올 수 있다. 이 자금은 국내 투자와 해외 재투자, 주주 배당 등의 재원으로 쓰일 전망이다. 이미 법 개정 직후 해외에서 자금을 끌어와 투자금을 비축해둔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THE CFO가 '자본 리쇼어링 시대'의 변화와 의미를 짚어본다.
법인세법 개정으로 해외법인으로부터 배당금 수취가 확대되면서 그룹 지주회사 측면에서의 해외법인 배당금 활용법에도 관심이 쏠린다. 해외법인 배당금이 국내 지주회사를 거쳐 해외투자 재원으로 이용되면 신규 해외기업 인수와 해외 자회사 유상증자 여력을 키워줄 전망이다.

◇해외 자회사 배당금, 지주사 대상 배당재원 가능…낮은 지배력은 한계

올해 들어 주요 그룹의 해외 자회사로부터 배당 수취가 늘어난 데는 지난해 법인세법 개정이 주효했다. 해외에서 이미 과세된 배당금은 국내에서 5%만 과세되고 나머지 95%는 비과세되도록 개정되면서 그동안 해외 자회사 내부에 쌓이던 이익잉여금을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그룹으로서는 새로운 자금조달 통로가 생긴 셈이다.


그룹 내 국내 사업회사가 해외 판매법인이나 생산법인 등 자회사로부터 배당을 끌어올 경우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시설투자나 연구개발(R&D) 등 내부 자금소요로 소화하는 방법이다. 미국법인, 인도법인, 체코생산법인 등 해외법인으로부터 총액 2조8100억원(59억달러) 규모 배당을 수취해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자금으로 이용할 계획을 밝힌 현대차가 대표적이다. 현대차 미국법인만 보더라도 지난해말 자본총계가 5조498억원으로 1년 새 2조4008억원 확대돼 배당여력이 크게 높아진 상태다.

또다른 방법은 사업회사가 끌어온 배당을 그룹 지주회사로 배당 형태로 옮기는 방식이다. 지주회사가 해당 배당금을 확보하면 자본이 확충되는 효과가 발생해 그룹 전반적인 자본재분배 재원으로 활용 범위를 큰폭으로 키울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개정 법인세법 시행 첫 해인 올해는 해외 자회사로부터 배당금을 늘린 국내 사업회사가 지주회사에 대한 배당을 큰폭으로 늘린 사례는 찾기 어렵다. 올해 1분기 인도법인(3786억원), 태국법인(1607억원), 싱가포르법인(254억원) 등 해외 자회사로부터 합산 6095억원의 배당을 가져온 LG전자도 지주회사인 ㈜LG에 대한 배당지급은 386억원에 그쳤다. 앞서 LG전자가 지난해 1분기 해외 자회사로부터 배당을 수취한 경우는 러시아법인으로부터의 1567억원이 유일했으며 ㈜LG에 대한 배당지급은 468억원으로 올해보다 오히려 더 많았다.

이는 지주회사의 국내 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전반적으로 높지 않은 국내 그룹 지배구조의 특징이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LG전자에 대한 ㈜LG의 지분율은 33.67%이며 현대차에 대한 현대모비스의 지분율은 21.64%다. 지주회사의 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낮을 경우 사업회사가 지급한 배당금을 지주회사가 온전히 수취하지 못하고 외부유출이 우려된다. 이 때문에 지주회사에 배당을 지급하기보다는 사업회사 자체 자금소요에 대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지주사 해외투자 재원 확보…해외 자회사 지배력 확대

그럼에도 사업회사의 주주친화정책 제고 기조와 맞물려 지주회사의 자본재분배 여력 확대를 동시에 고려한다면 내년부터 사업회사의 배당지급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 지주회사가 이렇게 확보한 배당금은 지분율이 낮은 국내 핵심 자회사에 대한 유상증자 자금으로 이용할 수 있어 지배구조 개편이나 지배력 강화의 열쇠가 될 수 있다.

특히 가장 부각되는 장점이 지주회사의 해외투자 여력을 키워줄 수 있는 점이다. 해외에 직접 설립해 지배력이 탄탄한 판매법인이나 생산법인 외에 신규 해외기업 인수자금이나 지분율이 낮아 관계기업으로 분류되는 해외기업에 대한 유상증자 자금으로 쓸 수 있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해외 자회사 이익잉여금이 국내로 배당금 형태로 들어온 이후 다시 해외기업 자본금과 자본잉여금으로 전환되는 흐름이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3사가 지난해 7월 미래신사업 투자 목적으로 설립한 미국 지주회사 HMG글로벌(HMG Global)에 대한 유상증자로 투자여력을 키워줄 수 있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현대차는 지난해 9월 보유하고 있던 보스톤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주식전량 현물출자와 현금출자(합산 7431억원)를 병행해 HMG글로벌이 발행하는 신주를 취득하는 방법으로 HMG글로벌 지분 49.5%를 확보했다.

HMG글로벌은 현대차 외에 기아가 현물출자로 지분 30.5%(4967억원)를, 현대모비스가 보스톤다이내믹스 주식전량 현물출자로 지분 20%(2862억원)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기아와 현대모비스도 각각 4조4300억원(33억달러)과 2500억원(2억달러)의 배당을 해외법인으로부터 수취할 계획을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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