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

롯데물산 계열 지원부담 상쇄하는 롯데타워

②1.4조 차환 임박, 등급 스플릿에 조달여건 악화…'4조 유형자산' 완충력↑

고진영 기자  2023-06-30 16:13:16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THE CFO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롯데물산은 최근 목마른 그룹사에 유동성을 밀어주는 움직임이 도드라진다. 롯데건설에 대여금을 제공하고 롯데케미칼에 수천억원을 출자했다. 또 계열사로부터 롯데월드타워 지분을 전부 사들이면서 조단위 지출이 있었다.

나간 돈이 많았으니 레버리지 부담이 높아진 것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문제는 이달 롯데그룹 계열사 신용등급이 줄하향하면서 롯데물산 역시 등급 스플릿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조달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 다만 롯데월드타워 등 덩치 큰 보유자산이 롯데물산의 재무 융통성을 보완하고 있다.

근 3년간 계열사향 자금유출이 계속되면서 롯데물산은 차입부담이 적잖이 증가했다. 2020년 총차입금이 약 2조원(별도기준)이었는데 올 3월 말엔 연결 기준 2조8732억원(리스부채 포함)까지 늘었다. 롯데물산은 2021년까지 종속기업이 없었으나 코랄리스 지분 인수 뒤로 연결 재무제표를 작성한다. 차입금이 늘어난 이유엔 코랄리스 차입금이 포함된 영향도 있다. 2022년 말 기준 코랄리스의 총차입금은 2598억원이다.

이를 합친 롯데물산의 총차입금 가운데 1년 내 갚아야하는 단기성 차입금 비중은 약 1조4298억원으로 절반(49.8%) 수준이다. 국내 시중은행 등에서 대출한 단기차입금 3751억원, 만기가 다가와 유동성으로 전환한 장기차입금 9106억원, 역시 유동성으로 바뀐 장기사채 1299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조달 창구별로 보면 금융기관 차입(1조5472억원)이 많았지만 사채도 1조1080억원으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할인발행차금을 제외한 금액이다. 이중 공모채로 7189억원을 조달했고 나머지(3891억원)는 지난해 유로본드(RegS)를 발행해 끌어왔다. 2019년 찍었던 3억달러 규모의 유로본드를 차환하기 위해 지속가능채권(Sustainability bond) 형태로 발행한 채권이다.


롯데물산은 수년 전만해도 공모채 시장을 자주 찾지 않았다. 2013년 12월 공모채를 발행했다가 미매각을 겪고 7년간 발길을 끊었다.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 개발사업에 3조원을 투자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했기 때문이다. 시장의 평가를 받기엔 마뜩찮은 측면이 있었다. 이 탓에 일본계 은행 대출을 비롯해 사모채 등으로 필요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2014년 롯데월드몰, 2017년 롯데월드타워를 개장한 이후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거두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자신감을 회복한 롯데물산은 2020년 공모채 시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 2000억원을 조달,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렀다. 이듬해 역시 4000억원어치 공모채를 찍는 등 정기 이슈어로 자리매김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올해의 경우 성적이 다소 시원치 못했다. 2월 진행한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2년물 400억원, 3년물 600억원 등 1000억원을 모집했는데 주문받은 규모는 1400억원에 그쳤다. 채권시장안정펀드가 들어오지 않았으면 자칫 미매각이 날 뻔 했다는 평이다. 당시 롯데물산의 신용등급 전망이 한국기업평가는 'AA-, 부정적', 한국신용평가는 'AA-, 안정적'으로 갈린 점이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결국 이달 정기평가에선 한국기업평가가 롯데물산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 부정적'에서 'A+, 안정적'으로 강등했다. 반면 한국신용평가는 기존 등급과 전망을 유지했고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롯데물산의 기업신용등급을 'AA-, 안정적'으로 평정하면서 시각이 엇갈렸다.


등급 스플릿이 발생한 만큼 추후 시장성 조달은 더 쉽지 않아질 수 있다. 롯데물산은 연간 EBITDA(상각전영업이익)가 2000억원 안팎, 올 3월 말 기준 연결 현금성자산은 2644억원(단기금융상품 1657억원 포함) 수준이기 때문에 차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유형자산과 투자부동산, 지분증권 등 추가 담보여력을 계산에 넣으면 대체자금 조달력은 충분하다고 볼 수있다. 롯데물산은 올해 3월 말 연결기준으로 토지와 건물 등 유형자산이 3조7900억원, 투자부동산은 1조1600억원에 이른다. 이밖에 장부가액이 2조8000억원가량인 롯데케미칼 지분(20%)도 보유하고 있다. 롯데물산의 신용도를 보완해줄 수 있는 요인들이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현재 전체 차입금 중 회사채 차입비중은 약 30% 이며 향후 한국기업평가 등급 하락에 따른 자금시장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라며 "다양한 자금조달을 통해 안정적 재무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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