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LCC 생존 재무전략

'회계처리 기준' 바꿔 비용 줄인 에어서울

⑩항공기 설치 자재 '리스개량자산', 비용 처리 기간 10년으로...비용 절감 효과 '뚜렷'

양도웅 기자  2023-06-26 15:23:17

편집자주

LCC(저비용항공사)들이 '드디어' 다시 비상하고 있다. 일제히 흑자전환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미래 전망 지표 중 하나인 선수금도 대폭 늘어났다. 하지만 다시 비상에 성공하기 전까지 LCC들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일본 불매운동으로 줄일 수 있는 비용은 최대한 줄이고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은 최대한 확보하는 지난한 세월을 감내해야 했다. THE CFO가 LCC들이 4년간 어떻게 생존했는지 그간의 재무전략을 리뷰한다.
에어서울의 비용 구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연료유류비'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전체 영업비용에서 연료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2%로 1위다. 코로나19 팬데믹 마지막 해로 평가받는 2022년에도 비중 40%로 1위를 차지했다.

연료유류비는 기업이 재량껏 줄일 수 없는 비용이다. 매입단가를 낮추기 위해 일반적으로 활용하는 거래처 다변화도 연료유류비에서는 딱히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행인 점은 여객 수요가 줄어 항공기를 전보다 덜 띄우면 연료유류비가 감소한다는 점이다.


◇매출액 줄 때 연료유류비는 '줄고' 감가상각비는 '그대로'

소위 말하는 매출액과 비례해 움직이는 대표적인 '변동비'가 연료유류비다. 가령 2019년 735억원이었던 연료유류비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한 첫해인 2020년 201억원으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335억원에서 721억원으로, 연료유류비 감소율과 비슷하게 3분의 1로 줄었다.

연료유류비에 뒤를 이어 전체 영업비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감가상각비'다. 에어서울에 감가상각비란 차량운반구와 리스개량자산(빌린 항공기에 설치한 자재 등) 등을 구입하는 데 투입한 비용을 정해진 기간에 정해진 액수로 나눈 비용처리하는 과정을 말한다.

2019년 기타비용을 제외한 6개 항목에서 감가상각비는 인건비와 함께 13%로 두 번째로 큰 비중을 보였다. 2022년에도 14%로 두 번째로 큰 비중을 나타냈다.


감가상각비는 연료유류비와 달리 매출액과 비례해 움직이는 정도가 크지 않아 '고정비'로 불린다. 2020년 매출액과 연료유류비가 전년 대비 3분의 1로 줄어드는 사이 감가상각비는 297억원으로 전년 대비 0.2%(약 1억원) 줄었을 따름이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매출액이 요동치는 동안 감가상각비는 지속해서 매년 200억원을 웃돌았다.

업황과 관계없이 매년 비슷한 금액을 지출해야 하는 까닭에 감가상각비는 불황 때 기업을 적자와 자본잠식에 빠뜨리는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공개 석상에서 감가상각비가 큰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입장에서 밝힌 적도 있다.


◇유형자산 내용연수 최대 10년으로...총 62억 감가상각비 절감 효과

물론 감가상각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유형자산과 무형자산 등을 매입하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투자를 하지 않는 건 지속가능성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이가 제안하지 않는다. 방법은 감가상각비를 회계 처리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에어서울도 이러한 전략을 택했다.

2022년 에어서울은 유형자산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리스개량자산의 내용연수를 기존 '3.6~8년'에서 '3~10년'으로 사실상 늘렸다. 가령 100억원에 구입한 리스개량자산을 비용 처리하는 기간을 최대 8년에서 10년으로 늘린 셈이다. 이렇게 하면 매년 비용 처리하는 규모를 12억50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20% 줄일 수 있다.

실제 내용연수 최장기간을 8년에서 10년으로 늘린 2022년 에어서울의 감가상각비는 218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줄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4년간 가장 적은 감각상각비를 부담한 해가 2022년이다. 이러한 비용 절감과 업황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에어서울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최초로 매출총이익 단계에서 플러스(+)를 보였다.


같은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진에어 등은 에어서울처럼 감가상각비를 회계 처리하는 방식을 변경하지 않았다. 모회사가 아시아나항공으로 동일한 에어부산도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에어서울에 비용 절감은 절실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감가상각비를 회계 처리하는 방식은 재무제표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들이 눈여겨보는 사안 중 하나"라며 "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이 '적정의견'을 표명한 것을 보면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에어서울은 항공기 추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감가상각비가 다시 증가할 여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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