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이 수익성 제고의 일환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는 가운데 회사의 재무 수장을 새롭게 발탁했다. 자금과 IR 부문에 강점을 지닌 허승재 전 이랜드월드 자금본부장을 경영지원본부장 상무로 중용했다. 그의 선임은 해외법인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금 지원과 모회사의 재무건전성 제고 등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아워홈 재무라인 '이랜드 DNA' 이식 아워홈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경영지원본부장이 관련 역할을 맡아 재무라인을 총괄하는 구조다. 아워홈 경영지원본부의 경우 세부적으로는 자금과 회계, 총무, 법무 등의 지원 업무를 관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분기에 아워홈과 인연을 맺은 허 상무는 자금과 IR 부문에서 오랫동안 전문성을 쌓은 인사다. 이랜드그룹과 동아원, 크리스탈지노믹스 등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중 재직기간이 가장 긴 곳은 이랜드그룹이다.
그는 성균관대 회계학을 졸업한 후 2001년에 이랜드그룹으로 입사하며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2008년까지 이랜드리테일과 이랜드, 이랜드개발 등에서 자금팀장을 지내며 실무를 담당했다. 이후 이랜드그룹을 떠나 동아원과 크리스탈지노믹스 등에서 근무했던 허 상무는 2012년에 이랜드그룹으로 복귀했다. 복귀 당시 그는 홍보실에서 IR을 전담했다.
2015년부터는 이랜드그룹 CFO실에서 기획과 IR실장을 지냈고 2017년에는 이랜드월드 패션부문 CFO에 올랐다. 이후 그룹 자금본부장과 아시아BG CFO, 그룹 IR·자금본부장 상무를 역임했다.
아워홈이 허 상무를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선임한 배경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랜드그룹 재직 당시 그가 보여준 재무구조 개선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그가 이랜드그룹의 지주사인 동시에 패션부문을 관장하는 이랜드월드의 부채비율을 낮추는 작업에 깊이 관여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랜드월드는 허 상무가 자금본부장을 맡았을 당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었다. 각종 M&A를 통해 미국, 유럽 등 해외 사업 확장에 많은 자금이 투입되고 있었다. 이에 허 상무는 자본 확충과 브랜드 매각 등에 관여하며 부채비율을 낮추는 데 역량을 모았다. 그 결과 2016년 말 기준 159% 수준이었던 이랜드월드의 부채비율은 이듬해 122%까지 줄었고 2019년 말에는 101%까지 낮아지게 됐다.
◇베트남 등 '아시아 전문성' 빛 볼까 허 상무가 아워홈에서 재무와 더불어 경영지원과 관련된 업무도 담당하고 있는 만큼 그의 글로벌 전문성은 회사의 해외 사업 확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워홈은 현재 미국과 중국, 폴란드, 베트남 등 총 4개 국가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다. 해외법인의 경우 단체급식 사업이 핵심이다. 현지 사업장의 경우 베트남이 45개로 가장 많으며 중국(40개)과 미국(2개), 폴란드(1개) 등이 뒤따르고 있다.
이러한 4개의 해외법인 중 베트남은 허 상무와도 인연이 깊은 국가다. 그가 이랜드그룹에서 2020년에 아시아BG(비즈니스그룹) CFO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당시 허 상무는 베트남과 인도 시장을 주로 담당했고 이랜드그룹은 아시아BG를 신성장 동력 발굴 차원에서 주의 깊게 보고 있었다.
베트남은 아워홈의 사업 확장 측면에서도 중요한 국가다. 지난 2020년에는 지분 100%를 출자해 가정간편식(HMR) 수출과 호텔 운영 등 신규 사업을 전개하는 '베트남아워홈식품 유한책임회사(이하 베트남아워홈식품)'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기존 현지 법인인 '베트남아워홈 유한책임회사(이하 베트남아워홈)'는 단체급식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완성하게 됐다.
아워홈이 베트남 등 글로벌 영토 확장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허 상무의 향후 역할은 해외 투자를 위한 자금 지원과 모회사 차원의 재무건전성 제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아워홈은 2019년부터 매년 해외 법인을 늘리고 있다. 2019년에는 미국에 단체급식 사업을 위한 현지 법인인 OURHOME CATERING을 설립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베트남과 폴란드에 베트남아워홈식품과 OURHOME POLAND를 세웠다. 이들을 위해 아워홈은 지분 100%를 출자했다.
다만 해외법인의 향후 사업 확장 등을 위한 투자금 등을 모회사인 아워홈이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현금 확보와 차입금 비중 축소는 선행되어야 하는 과제다. 현금성 자산의 경우 2022년 말 개별 기준으로 전년 대비 22% 증가한 2325억원이다. 현금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지만 차입금 비중이 43%라는 점을 고려하면 해외법인 지원을 위한 자금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아워홈의 높은 부채비율도 중장기적으로는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개별기준 부채비율은 지난 2020년에 198%를 기록한 이후 조금씩 줄고는 있지만 여전히 150%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2021년과 2020년에 기록한 부채비율은 각각 154%와 141%다. 해외 법인의 자금 지원을 위한 외부 조달에 대비해 부채비율의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아워홈 관계자는 "아워홈은 미국 등 총 4개 국가에 법인을 두고 단체급식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실적을 회복하기 위해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