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회계 리스크 관리를 위한 자체적인 안전망 구축과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내부회계관리에 필요한 규정과 조직, 시스템 등을 재정비 중이다. 안정적인 연결 내부회계관리제도 도입을 위한 그룹차원의 시스템 구축 등에도 힘쓰고 있다.
◇신(新)외감법이 가져온 변화 SK그룹의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신(新)외부감사법이 도입된 2018년 11월 이후로 큰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신외감법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분식회계 사태를 계기로 관련 법이 전부 개정된 것으로 외부감사 대상 기준 개선과 제도 규율 강화, 과징금 부과 기준 마련 등이 강화됐다.
계열사별로 차이는 존재하지만 SK그룹은 신외감법 도입 이후인 2020년을 전후로 내부회계 규정의 개정과 전담 조직 신설 등이 이뤄졌다. 전담 조직의 경우 그룹 내에서는 SK가스가 빨랐다. 2018년부터 내부회계전담부서라는 명칭으로 관련 부문을 컨트롤하고 있다.
이듬해 SKC가 내부회계 TF를 신설했고 2020년에는 SK이노베이션과 SK디앤디가 전담 조직을 꾸렸다.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SK디스커버리가 내부회계 조직을 만들었다.
SK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의 경우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에 맞춰 2018년 12월에 내부회계관리규정을 전부 개정하기도 했다. 세부적으로는 대표자의 책임과 적격성, 제도 설계·운영, 보고·평가 등이 새롭게 구축됐다.
SK하이닉스의 내부회계관리부서에는 2022년 말 기준으로 총 10명의 인원이 배치됐으며 이 중 8명이 내부회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동시에 회계처리부서와 세무운영부서, 자금운영부서, 공시관련부서 등에서 회계 업무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SK하이닉스의 내부회계관리총괄은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우현 재무담당 부사장이 책임지고 있다. 1967년생인 김 부사장은 삼보컴퓨터 등을 재직하다 2014년에 SK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2017년 SK텔레콤 재무본부장과 SK텔레콤 전략기획그룹장 겸 SK브로드밴드 코퍼레이트센터장 등을 거쳐 2021년 말부터 SK하이닉스의 곳간을 관리하고 있다.
SK그룹 내에서는 김 부사장처럼 CFO 또는 그 역할을 담당하는 인사가 내부회계관리를 총괄하는 구조를 쉽게 볼 수 있다. SK텔레콤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케미칼의 경우 김진원 Corporate Planning 담당과 오택승 경영지원실장, 김기동 경영지원본부장 등이 내부회계관리자를 맡고 있다. SK디스커버리와 SK디앤디, SK렌터카, SK바이오사이언스 등도 사내 재무 수장이 내부회계를 총괄하는 구조다.
◇채비 끝낸 '연결 내부회계관리' SK그룹은 내부회계관리 체계를 재정비하기 위해 규정과 조직적인 변화와 더불어 전산 시스템 영역에서도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방안의 일환으로 지난해 초에는 연결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위한 그룹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연결 내부회계관리제도의 경우 올해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를 시작으로 기업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도입된다. 애초에는 2025년에 전체 도입할 예정이었으나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관련 제도는 5년 유예되어 2030년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SK그룹은 연결 내부회계관리제도 도입을 위한 준비를 사전에 마무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작업은 2021년 하반기부터 추진되어 2022년 1월에 끝났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비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자산 2조 이상 상장사의 연결 내부회계 외부감사 수감을 위한 시스템 고도화 전체 비용은 1100억원 규모며 회사별로는 약 6억원이 필요하다.
내부적인 의사결정 기간 등을 고려하면 2021년 초부터 시스템 구축을 위한 작업 등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이 2020년을 전후로 내부회계관리 강화를 위한 전담 조직 신설 등이 진행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스템 작업 역시 같은 맥락에서 추진됐다는 게 재계 평가다.
내부회계 조직 강화 등은 궁극적으로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며 이를 위한 SK그룹의 의지는 외부감사 비용에서도 엿볼 수 있다. 최근 3년 동안 그룹 전체의 외부 감사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외부감사의 경우 내부회계를 포함한 전반적인 회계 부문의 점검이 이뤄지는 만큼 회계 투명성 강화를 평가하는 잣대 중 하나로 활용된다.
실제 SK그룹(SK리츠 제외)의 2019년 말 기준 외부감사 비용은 110억원이었지만 이듬해 30% 증가한 143억원을 기록했다. 관련 비용은 매년 증가해 2022년 말에는 181억원을 사용했다. 이는 전년 대비 12% 늘어난 것으로 2019년 이후로는 연평균 18% 증가한 수치다.
2022년 말 기준으로 외부감사에 가장 많은 비용을 투입한 곳은 SK하이닉스다. 총 32억원을 사용했으며 2019년 말 대비로는 43%가 늘었다. 세부적으로는 분기와 반기검토, 별도재무제표 감사, 연결재무제표 감사, 내부회계제도 감사 등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