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2022 PE 애뉴얼 리포트

'토종 자존심' H&Q, 투자·회수 '알찬' 성과의 연속

플레이타임그룹, 머니멀티플 약 2배에 매각…런드리고 시리즈C 투자유치 참여

김경태 기자  2022-12-20 15:21:19
H&Q코리아는 토종 1세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로 한때 투자 성과가 부침을 겪으며 우려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잡코리아 투자금 회수(엑시트)로 대박을 터뜨리면서 '권토중래'했고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올해도 엑시트와 신규 투자에서 꾸준히 실속을 챙겼다. 일각에서 자금 회수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던 플레이타임그룹을 성공적으로 매각하며 3호 펀드 청산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아울러 '런드리고'로 유명한 의식주컴퍼니에 투자를 집행하며 4호 펀드 소진에도 속도를 냈다.

◇플레이타임그룹 엑시트 성공, 3호펀드 성과 기대감 'UP'

플레이타임그룹은 H&Q가 올해 유일하게 엑시트한 바이아웃(경영권 거래) 투자 자산이다. 앞서 H&Q는 2015년 연말께 플레이타임그룹 지분 70%를 460억원에 사들였다. 3년 뒤에는 창업자 전경식 전 대표가 보유하던 잔여 주식 4만500주(30%)도 매입해 단일 최대주주가 됐다.

H&Q는 플레이타임그룹을 인수한 뒤 가치제고(Value-up)에 박차를 가했다. 기업형 관리, 포트폴리오 재편 등을 추진했다. 또 공격적인 영업을 위해 판매관리비(판관비)를 증액했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해외사업 확장에 적극 나섰다.

외형도 급격히 커졌다. 플레이타임그룹의 2015년 매출은 189억원에 불과했다. 2019년 연결 매출은 598억원으로 4년 전보다 3배가량 급증했다. 같은 해 영업이익은 72억원, 당기순이익은 27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엑시트는 순탄치 않았다. IB업계에 따르면 H&Q는 2019년경 스탠다드차타드(SC)증권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한 뒤 플레이타임그룹 매각에 나섰다. 하지만 2020년초 코로나19 팬데믹이 불어닥치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플레이타임그룹은 영유아 놀이시설 운영업체다. 사업 특성상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인생사 새옹지마. 코로나19팬데믹으로 플레이타임그룹은 어려워졌지만 새로운 기회도 생겼다. 플레이타임그룹은 기업형 영유아 놀이시설 운영업체 중 시장점유율 1위다. 다른 사업자들은 개인이 운영하거나 소규모 기업형이다.

이 때문에 경쟁업체들은 코로나19 때 더 큰 타격을 받았고 상당수 폐업했다. 국내 상위권 PEF 운용사가 최대주주로 있던 덕분에 플레이타임그룹은 상대적으로 버틸 수 있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기가 도래하자 오히려 지배력이 커지게 됐다. 플레이타임그룹의 올 상반기 올 상반기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는 70억원 수준으로 흑자 전환했다.

덕분에 엑시트 재도전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올해 5월부터 물밑에서 매각을 추진했고 중앙그룹을 원매자로 찾았다. 약 2달간의 논의를 거쳐 협상이 타결됐다. 중앙그룹 계열사 콘텐트리중앙이 플레이타임그룹 지분 100% 전량을 125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H&Q의 인수금액과 매각금액과 단순 비교하면 투자원금 대비 머니멀티플이 2배에 육박한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었지만 플레이타임그룹 매각은 올 11월초 완결됐다. 이에 따라 H&Q의 3호 펀드 청산에 대한 기대감도 더 커지게 됐다.

3호 펀드에 엑시트를 해야 하는 자산은 '11번가'가 남았다. 11번가는 2018년 SK플래닛에서 분할된 이후 당기순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펀드 포트폴리오 전체의 성과를 따지면 H&Q로서는 급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까지의 성과만으로도 3호 펀드의 내부수익률(IRR)이 3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IB업계에 따르면 H&Q가 투입한 11번가 투자금이 '0원'이 되더라도 3호 펀드의 IRR은 25%를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플레이타임그룹 홈페이지
◇'런드리고' 의식주컴퍼니 투자유치 베팅, 4호 펀드 소진 박차

올해 시장 환경이 어려웠지만 H&Q는 신규 투자를 집행하며 4호 펀드 소진에도 속도를 냈다. 세탁 플랫폼 '런드리고' 운영사 의식주컴퍼니가 진행한 5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라운드 투자유치에 리드 투자사로 참여해 300억원을 베팅했다.

H&Q에서 런드리고 투자를 지난해 합류한 이승호 전무가 담당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그는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컬럼비아대에서 경영대학원(MBA)를 수료했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메릴린치, HSBC 등을 거쳐 2016년에는 한화건설에서 기획실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 후 스탠다드차타드(SC)증권에서 매니징디렉터(MD)로 일했다. 그러다 지난해 H&Q에 합류했다.

H&Q는 국내 PEF 태동기부터 활약한 운용사다. 이종원, 임유철, 이정진 공동대표가 하우스 내에서 1세대다. 그들은 한국의 PEF 시장의 성장과 함께 한 전문가들이다. H&Q는 내부적으로 후계 운용역들을 키우기 위해 애썼다. 김후정 부사장, 이민훈 전무, 백미정 전무가 있으며 이승호 전무도 2세대로 분류된다.

이 전무의 런드리고 투자를 통해 H&Q가 후계에서도 안정적인 투자 역량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투자가 집행된 올 하반기는 자본시장이 크게 경색된 상황이었다. 출자자(LP)들이 암묵적으로 자금집행요청(캐피탈콜)을 꺼리는 상황에서도 호응을 얻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출처: 런드리고 홈페이지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