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광다이오드(LED) 제조에 특화된 서울반도체는 실적설명회에서 '특허'라는 키워드를 강조해왔다. 원천기술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해 승리한 사례를 적극 홍보했다.
투자자들에게 업계 우위를 알리는 취지와 맞닿아 있다. '와이캅' 등 원천기술 보유 내역도 설명하면서 미래 성장성과 판로 확장 가능성을 시장에 계속 어필해왔다.
◇'100전 100승' 어필, LED산업계 우위 강조 서울반도체가 그간 공개한 실적설명회 자료집을 살피면 특허 소송을 모두 이겼다고 어필하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2021년 프리젠테이션(PT) 파일에서 "지난 3년간 8개국 32개 소송 전승"이라는 문구를 적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바이러스 살균 조명 △태양광 유사 조명 △클래식 디자인 전구 등 2세대 LED 기술을 적용한 제품의 지식재산권이 침해된 사건을 둘러싼 판결 결과도 나열했다.
특허 보호 조치를 알리는 노력은 올해 5월 공시한 내용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서울반도체는 2023년 1분기 보고서를 통해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은 2022년 10월 글로벌 최대 유통상 마우저를 통해 판매되던 루미너스 디바이스와 라이트온 제품에 대해 판매금지 명령을 내렸다"며 "2003년 이후 특허 소송에서 모두 이기는 100전 100승의 대기록을 일궈냈다"고 서술했다.
IR에서 지식재산권 화두를 꾸준하게 거론하는 배경은 LED 산업계 우위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지 피력과 맞물렸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가 2021년 말 기준으로 집계한 세계 LED 시장점유율을 살피면 서울반도체는 6.9%로 나타났다. 일본 기업 니치아, 독일 업체 AMS오스람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서울반도체 경영진은 시장 입지를 확고하게 지키고 '경제적 해자'를 갖출 방안은 특허 침해 방지에 있다고 판단했다. 완성차와 디스플레이 산업에 포진한 고객사를 상대로 납품 협상력을 높이는 방편이라는 인식도 한몫 했다. 원천기술을 모방하는 경쟁 업체를 타깃으로 법적 대응한 내용을 대외적으로 알린 이유다.
◇1만8000건 지재권, 와이캅 기술 '단골 아이템' 서울반도체는 IR에서 특허 보유 건수도 집중적으로 알리고 있다. 올해 2월에 진행한 실적설명회에서 '지속 성장 방안'을 소개했는데 1만8000여건의 지식재산권을 갖췄다는 서술이 드러난다. 기술 혁신이라는 가치를 앞세워 자사의 미래 성장성을 투자자들에게 각인시키는 목적이 반영됐다.
특허를 강조하는 기업답게 연구·개발(R&D)에 투입한 실탄은 2020년 이래 늘었다. 연간 지출한 연구개발비용은 △2020년 829억원 △2021년 925억원 △2022년 1029억원 등으로 우상향을 거듭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 역시 2021년 7.1%, 2022년 9.3%, 2023년 1분기 11.3%로 계속 상승했다.
연구 산물 가운데 '와이캅(Wicop)'은 2015년 상용화 이래 서울반도체가 IR 현장에서 빠짐없이 소개한 기술이다. 와이어, 리드프레임, 기판 등의 부속품 크기를 줄인 덕분에 빛을 정밀하게 표현하는 이점을 갖췄다. 반도체 패키지 공정을 거치지 않고 LED칩을 생산할 수 있는 만큼 비용 절감 효과까지 안고 있다.
서울반도체는 올해 실적설명회에서 와이캅 기술의 응용 범위를 넓히겠다고 공언했다. 자율주행차 내부 디스플레이, 차량 주행 조건에 맞춰 각도와 밝기를 스스로 조절하는 지능형 헤드램프 탑재를 염두에 뒀다. 여세를 몰아 가상현실(VR) 시청 제품 등 개인용 IT 기기로 판로를 넓히는 밑그림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