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반도체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분야에서 '강호'로 통하는 코스닥 상장사다. 1987년 창업 이래 국내외 디스플레이업계, 완성차 기업에 납품하면서 36년 업력을 쌓았다.
본업 경쟁력 외에도 돋보이는 건 투자자 소통(IR) 역량이다. 2004년 이래 20년째 가이던스(실적 전망 안내)를 수행해왔다. 특히 전망과 실적의 오차를 줄이려고 분투한 덕분에 한국거래소와 IR협의회가 과거 서울반도체를 'IR 우수기업'으로 잇달아 선정하기도 했다.
◇영미권 사례 벤치마킹 '전망치 구간' 제시 서울반도체가 처음으로 가이던스를 공개한 시점은 2004년 7월이다. 당시 경영진은 수동적인 IR 기조를 탈피하는 방침을 정했다. 리먼브라더스 주최로 열린 해외 기업설명회 행사 '코리아 테크 코퍼레이트 데이'에 참여하면서 처음으로 실적 전망치를 안내했다. 외국인 투자자를 대면하는 만큼 정보 제공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2004년 11월에는 4분기 예상 실적을 발표하면서 △매출 △영업이익 △경상이익 △순이익 등으로 상세하게 나눠 제시했다. 2005년부터는 사업 성과 전망에 수반되는 근거도 내기 시작했다. '고부가가치 제품 매출 비중 확대'를 배경으로 제시했는데, 제품 유형으로 중대형 LCD BLU용 파워 LED 등을 거론하면서 정보 수용자들의 이해를 도운 노력이 돋보였다.
수익성이 나빠질 것으로 예측되면 가이던스를 정정하는 조치도 단행했다.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주가가 등락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인식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2005년 하반기 예상 실적을 고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초 가이던스와 견줘 매출, 영업이익, 경상이익 예상액을 낮췄다. IR팀은 정정 공시를 내면서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이 급락한 여파로 중대형 LCD BLU 광원에 LED를 적용하려던 계획을 미뤘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2010년대 들어서는 영미권 사례를 벤치마킹해 가이던스 구간을 제시하고 있다. 2012년 4월에 2분기 예측 정보를 제공하면서 별도기준 매출을 최소 1900억원, 최대 2100억원으로 적시했다. 영업이익률은 3~5%로 안내했다. 단일 금액 예상치만 공시하면 실제 실적과 오차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만큼 전망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취지가 반영됐다.
◇오차율 '0.2%' 예측우수법인 등극하기도 가이던스를 개선하는 노력이 이어졌지만 전망이 빗나가는 순간도 존재했다. 2014년 4분기 영업이익 예상액을 최소 77억원, 최대 128억원으로 내다봤다. 예측한 매출 대비 3~5% 수준이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영업손실 318억원이 발생한 '어닝 쇼크'로 나타났다. 재고평가손실이 일어날 거라고 미처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반도체는 실적 전망이 틀린 상황을 놓고 주주들에게 솔직하게 사과하는 길을 택했다. 2015년 2월 열렸던 기업설명회에 이정훈 대표가 직접 마이크를 잡고 "4분기 이익 가이던스를 제대로 못 지켜 투자자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표명했다. 2015년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제로(0)'로 잡는 등 최대한 보수적인 가이던스를 내놨다.
한때 시련을 딛고 서울반도체는 가이던스와 실적 괴리를 좁힌 기업으로 도약했다. 2019년 이래 4년 연속으로 IR협의회가 서울반도체를 'IR 우수기업'으로 선정한 비결이기도 했다. 2020년에는 한국거래소가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실적예측공시 우수법인'으로 서울반도체를 선정했다.
실적예측공시 우수법인에는 직전 연도 이전 3년 동안 가이던스를 제출한 업체 가운데 예측치와 실적 오차율이 가장 낮은 회사라는 의미가 담겼다. 실제로 2020년 4분기 매출액은 3105억원으로 전망 3100억원과 비교하면 오차율이 0.2%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