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올레핀(PO), 폴리염화비닐(PVC), 가성소다(CA) 등 케미칼 사업이 중심이었던 2010년대 한화케미칼은 이제 없다. 2020년 간판을 한화솔루션으로 바꿔 단 이후 현 한화솔루션의 가장 큰 사업 부문은 신재생에너지(태양광) 사업부문이다.
◇솔라원·큐셀 인수 이후 다년간 사업구조 개편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한화솔루션이 '진입'하는 단계였다. 단기간에 사업이 커질 수 있었던 비결은 적극적인 M&A다. M&A를 실행할 수 있었던 오너와 경영진들의 결단력도 있었다.
한화솔루션 신재생에너지 사업부문의 시작은 2010년이다. 당시 한화케미칼은 100% 자회사로 '한화솔라홀딩스'를 설립하고, 한화솔라홀딩스를 통해 중국 태양광 모듈·셀 기업이자 미국 나스닥 상장법인이었던 '솔라펀파워홀딩스'의 지분 49.99%를 4300억원에 인수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무산 이후 새로운 먹거리를 모색 중이었던 한화그룹의 과감한 '한수' 였다. 솔라펀파워홀딩스는 한화그룹 인수 이후 사명을 '한화솔라원'으로 바꿨다.
1년 뒤에는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S&C(현 한화에너지)가 각각 출자해 '한화솔라에너지'라는 국내 법인을 세우고 충북 진천에서 태양광 사업을 시작했다. 이 법인은 2년 뒤 '한화큐셀코리아'로 사명을 바꿨다.
한화솔라원 인수 2년 뒤인 2012년, 한화그룹은 글로벌 태양광 업체였던 독일 소재 '큐셀'사를 인수했다. 앞서 한화솔라원을 인수했던 한화솔라홀딩스는 '큐셀인베스트먼트'를 세우고, 큐셀인베스트먼트는 자회사 'Hanwha Q CELL GmbH'를 설립해 이 법인을 통해 큐셀 사의 자산을 양수했다. 한화그룹은 현금 약 555억원을 지불하고 말레이시아 현지 공장의 부채 약 3000억원을 떠안는 조건으로 큐셀을 인수했다.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 인수로 한화그룹은 중국을 비롯해 큐셀이 보유하고 있던 독일·말레이시아 셀·모듈 생산 공장을 비롯해 미국·호주·일본의 영업 법인들을 손에 넣게 됐다. 동시에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발전시스템'이라는 태양광 밸류체인도 완성하게 된다. 다만 추후 시황 악화로 밸류체인의 일부는 포기했다.
한화그룹은 2015년 한화솔라원과 큐셀을 합병했다. 한화솔라원이 큐셀을 흡수하는 방식이었다. 큐셀인베스트먼트 지분을 한화솔라원에 현물 출자하면서 현재의 '한화큐셀(Hanwha Q CELLS Co., Ltd.)'이 탄생했다. 한 쪽으로 지분을 집중시키면서 한화솔라홀딩스는 한화큐셀의 지분율을 94%대까지 올렸다. 동시에 한화솔라원이 상장사였기 때문에 큐셀은 우회 상장 효과도 봤다.
2018년 한화케미칼은 한화솔라홀딩스와 한화큐셀(Hanwha Q CELLS Co., Ltd.)을 다시 한번 합병했다. 한화솔라홀딩스(비상장사)가 한화큐셀(상장사)을 합병하는 방식으로 이는 곧 나스닥 시장에서의 상장 폐지를 뜻했다. 시장 유통 지분 6%를 약 500억원에 인수하면서 한화큐셀은 한화케미칼의 100% 자회사가 됐다.
또 앞서 언급됐던 2011년에 설립된 한화큐셀코리아는 한화케미칼의 100% 자회사였던 한화첨단소재와 합병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가 됐다. 이 과정에서 한화첨단소재가 한화큐셀코리아의 기존 주주였던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S&C(당시 에이치솔루션)을 비롯해 중간에 신임 주주로 등극한 한화종합화학에 합병 교부금을 지급했다.
이후 2019년 태양광 국내 사업(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과 태양광 해외 사업(Hanwha Q CELLS Co., Ltd.)가 합병했다.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는 한화투자증권과 한화저축은행 지분과 태양광 개발 자회사 지분 등을보유한 '한화글로벌에셋'과 태양광·플라스틱 사업체인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로 분할하고 한화케미칼이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흡수 합병했다. 이를 통해 한화케미칼은 본사 태양광 사업 부문이 국내 사업을 하고, 자회사 한화큐셀을 통해 해외 사업을 영위하는 구조로 탈바꿈했다.
이 구조는 2023년 1분기 말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업 부문명이 '태양광'에서 '신재생에너지'로 바뀌었을 뿐이다.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이 국내 사업을 맡고, 자회사 한화큐셀(Hanwha Q CELLS Co., Ltd.) 등이 해외 사업을 맡는 구도다.
◇자산만 20조…기업·그룹 정체성 바꾼 M&A 크게 보면 2010년 솔라원 인수, 2011년 한화큐셀코리아 설립, 2012년 큐셀 인수가 현 사업을 만든 큰 이벤트였다. 다소 복잡한 사업구조 개편 과정을 거치면서도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사업 불리기에 집중했다.
작년 말 연결 기준 신재생에너지 사업 부문의 자산총계는 20조원을 돌파했다. 케미칼 사업 규모 등을 모두 합쳐도 신재생에너지 사업 부문을 능가하지 못한다.
큐셀 사를 인수하면서 말레이시아 공장의 부채를 떠안았을 만큼 사업 초기에는 재무건전성도 보장하지 못하는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크게 개선됐다. 올해 1분기 말 연결 기준 신재생에너지 사업부문의 자본총계는 13조4454억원이다. 부채총계는 5조7331억원으로 부채비율은 42.6%에 불과하다.
매출도 작년 10조원을 돌파했다. 작년 신재생에너지 사업 부문의 연결 매출은 11조2294억원으로 2021년 6조7038억원 대비 167.5% 상승했다. 큐셀 사를 인수한 직후인 2013년 매출은 1조7361억원으로 약 10여년 만에 매출이 6.5배가량 늘었다.
재계 관계자는 "현 한화의 태양광 사업을 만들었던 2010년대 초반의 두 건의 M&A를 필두로 태양광 관련 사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기업과 그룹의 정체성이 바뀌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