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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M&A 성공신화

2009년 대우조선을 샀다면 현재 한화가 있었을까

①인수 무산 이후 태양광·화학·방산 중심으로 그룹 성장…한화오션 인수 토대

박기수 기자  2023-05-30 15:21:18

편집자주

기업의 인수가 '성공작'으로 남기 위한 조건은 다양하다. 인수할 기업이 그룹의 경영 방향성과 맞는지 판별하는 능력, 매물이 시장에 나왔을 때 경쟁자들을 이겨낼 수 있는 적극성, 기업을 인수하기 위한 재원 조달 능력, 인수해온 기업의 수익성 제고 등이다. 적시에, 적극적으로, 올바른 매물을 인수해오며 성장해온 대표 기업집단이 있다. 한화다. 태양광과 화학, 방산 등 '빅딜'을 성공적으로 매듭지었던 한화는 2023년 한화오션까지 손에 넣었다. THE CFO는 한화그룹의 M&A 성공역사와 더불어 M&A 과정에서 후방 조력했던 주요 재무 인사들을 살펴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발표한 재계 순위에서 한화는 자산총액 83조원으로 7위다. 8위 GS와는 1조2000억원으로 근소한 우위다. 반면 6위 롯데와는 46조6000억원으로 차이가 있다.

여기에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을 더하면 GS와의 거리는 멀어지고 롯데와의 간격은 좁아진다. 한화오션의 자산총액은 12조3000억원으로 한화그룹 자산총계와 단순 합산하면 95조3000억원이 된다. 한화오션을 품으면서 자산총액 100조원 그룹을 목전에 둔 한화그룹이다.

이런 한화의 '현재'를 만든 순간이 2000년대 후반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 무산이라고 한다면 설득력이 있을까. 시계를 거꾸로 돌려 2009년부터 현재까지 일어난 사건들을 살펴보면 어느정도 맞는 말이다.


15년 전, 2008년 4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에 총력을 다하고 있었다. 김 회장은 임직원들에게도 한화그룹의 '제2의 창업'이라는 각오를 가져달라고 당부할 정도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진심'이었다. GS, 포스코 등 굴지의 대기업집단들과 경쟁한 끝에 한화는 최종인수후보자로 낙점됐다.

하지만 당시 한화의 인수는 무산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자금조달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고 결국 산업은행의 요구를 맞추지 못했다.

대규모 딜이 무산되면서 한화그룹 안팎이 뒤숭숭한 분위기에 사로잡히려 할 때 한화그룹은 곧바로 다음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에 집중했다. 그 아이템은 '태양광'이었다. 김승연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무산 이후 2009년 3월 한화케미칼(현 한화솔루션)의 중장기 전략담당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태양광 사업 영역의 '빅딜'을 쫓기 시작했다.

현재의 한화솔루션 신재생에너지(태양광) 사업 부문을 만든 M&A인 중국 솔라펀파워홀딩스 인수가 그 시작이다. 2010년 하반기 한화솔루션은 당시 세계 4위 태양광 모듈 제조사이자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솔라펀파워홀딩스의 지분 49.9%를 4300억원에 인수했다. 이어 2012년 글로벌 태양광 셀 업체이었지만 일시에 파산했던 큐셀을 인수하면서 단번에 글로벌 태양광 사업 주체로 떠올랐다.

2010년대 중반 삼성그룹으로부터 사온 화학·방산업체들도 현재의 한화그룹을 만든 딜이었다. 한화임팩트와 한화토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한화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은 삼성그룹 '빅딜' 이후 만들어진 회사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2009년 인수했다면 어땠을까. 업계는 2010년대 초중반 닥친 조선업계 부진을 한화가 그대로 떠안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해결하기 위해 한화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한화의 현재를 만든 M&A 기회를 놓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선 한화그룹이 '승자의 저주'에서 허우적될 수도 있었다고 지적한다.

재계 관계자는 "2000년대 후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한 것이 현재 시점에서 평가했을 때 결과적으로 실보다 득이 많았던 선택이었다"라면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하고 태양광 사업과 화학·방산업을 중심으로 그룹을 성장시킨 것이 대우조선해양을 다시 그룹의 품으로 들일 수 있는 토대가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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