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THE CFO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한화솔루션이 신재생 에너지와 케미칼, 첨단소재 등 전 사업분야에서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 대규모 투자에도 재무비율은 안정적인 모습이다. 유상증자와 계열사 지분매각, 배당수익, 자체 현금창출로 현금이 유입된 결과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미국 태양광 밸류체인 구축 프로젝트 투자로 재무부담이 커지는 건 불가피하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사업을 중심으로 한 실적 개선과 추가 차입으로 투자에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화솔루션의 올해 1분기 말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조3985억원이다. 작년 말(2조7997억원) 대비 4012억원 줄어든 수치다. 이번 분기에만 4182억원 규모의 CAPEX가 소요되면서 현금이 일부 소진됐다. 한화솔루션의 연간 CAPEX가 8000억~9000억원 수준이었음을 고려하면 1분기 투자금액은 꽤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3년간 1조~2조원대 현금 곳간을 유지해왔다. 결정적인 시기에 유상증자와 자산유동화, 계열사 지분 매각을 단행한 덕분이었다. 회사는 2020년 12월에 태양광, 수소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금 마련을 위해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같은 해 갤러리아 광교점을 매각 후 재임차하는 방식으로 유동화해 6500억원을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닝보법인과 한화첨단소재 지분을 매각해 약 1조36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했다. 2021년부터 매년 1조원 규모의 조정·상각전영업이익(EBITDA)과 여천NCC로부터 들어오는 연평균 1800억원 규모의 배당수익도 있다.
그러나 현금 유입 속도보다 투자금 등으로 나가는 속도가 더 빨라지면서 지난해 처음 순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는 차입금 증가로 이어졌다. 2020년 5조6886억원이던 차입 규모는 2021년 5조8748억원에서 지난해 말 7조2082억원까지 크게 올랐다가 올해 1분기 말 7조621억원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차입 규모가 작년을 기점으로 크게 늘었지만 아직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평가다. 올해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136%로, 2021년(144%)과 2022년(147%)보다 되레 줄었다. 자본보다 부채가 더 줄어든 결과다. 차입금의존도는 2021년 29%, 2022년 30.2%, 올해 1분기 31.9%로 적정선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 차입금의존도는 보통 30% 밑이면 재무구조가 건전하다고 본다.
다만 1년 이내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 규모가 보유 현금보다 많은 2조8946억원(비중 36.8%)인 점은 예의주시해야 할 포인트다.
앞으로 진행해야 할 투자는 재무부담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화솔루션이 진행하고 있는 투자는 총 14건이다.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2025년 12월까지 남은 투자금액만 약 1조3776억원이다. 케미칼부문의 고순도 크레졸 신사업(1707억원), CA증설(3200억원), 큐셀부문의 탑콘 프로세스 신규 라인 증설(2269억원), 진천 셀·모듈 대형화 웨이퍼 사이즈 적용(1541억원), 셀 신기술 신규 라인 및 파일럿 라인 구축(4423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3조2000억원을 투입하는 미국 태양광 통합 밸류체인 구축 프로젝트 투자를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CAPEX 가이던스로 2조7000억원을 제시했다. 단기적으로 차입 규모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화솔루션은 보유 중인 현금을 투자비로 사용하다가 영업활동으로 유입되는 현금과 차입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금창출력이 매년 확대되고 있는 점은 한화솔루션 입장에서 긍정적이다. 올해 1분기 한화솔루션의 EBITDA는 42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1% 증가했다. EBITDA 마진은 13.9%로, 두 자릿수도 뛰어올랐다. 작년 EBITDA는 2021년 대비 18.4% 오른 1조6417억원이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 부문은 2011년 한화솔루션이 태양광 사업에 처음 진출한 이후 3분기 연속 최대 이익을 올리고 있다. 미국에서 태양광 모듈 판매가 늘어난 영향이다. 현지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매각도 수익성 향상에 힘을 보탰다. 올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세액공제가 본격화되면 이익률은 매 분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IRA는 현지에서 생산되는 폴리실리콘(kg당 3달러), 잉곳·웨이퍼(W당 0.047달러), 셀(W당 0.04달러), 모듈(W당 0.07달러)에 세제지원 혜택을 준다. 한화솔루션이 현재 미국 조지아주 달튼 공장에서 모듈만 생산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한화솔루션에 대해 "향후 태양광 사업부문의 영업이익률 회복을 바탕으로 수익성이 우수하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나 중단기적으로는 차입금이 증가하며 재무안정성이 다소 저하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투자 완료 이후 사업기반 확대에 따른 경상적 수익창출력 강화에 따라 재무안정성 지표가 개선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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