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하우시스는 대외적인 악재와 부진한 신사업으로 수년간 성장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사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사이 LX하우시스의 재무상황은 크게 악화됐다. 신사업 투자를 위한 차원에서 차입금은 늘어났지만 이를 감당할 여력이 되지 않았다. 재무건전성이 급격히 훼손되며 유휴자산을 정리해야 하는 수순에 이르렀다.
LX그룹 고위 경영진들은 LX하우시스의 정체된 상황에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큰 폭의 인적쇄신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해 말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동시에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과거 LX하우시스의 사업 확장을 이끌었던 한명호 사장과 LG그룹 시절부터 구본준 회장에 눈에 든 박장수 전무가 그 주인공이다.
가장 급한 재무관리의 경우 박 전무 부임 이후 개선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박 전무는 차입금 구조를 장기화하고 각종 비용을 감축하는 등 타이트한 재무관리에 나서고 있다.
◇차입금 상환에 집중, 증가세 멈췄다 LX하우시스의 총차입금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늘어났다. 2020년 9484억원이었던 LX하우시스의 연결 총차입금은 지난해 1조1157억원으로 17.6% 늘어났다. 분기별로 따지면 지난 2021년 4분기 이후 지난해 3분기까지 매 분기 차입금이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대외적인 사업환경이 좋지 않았던 지난해의 경우 매 분기 차입금 증가 폭이 1000억원에 달했던 점이 눈에 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어 재무건전성과 현금흐름이 우수하지 않은 LX하우시스에게는 1조원이 넘는 차입금이 부담이다. 지난해 LX하우시스가 금융비용으로 지출한 금액은 480억원으로 나타났다. 직전해인 2021년 LX하우시스의 금융비용은 260억원이었다. 1년 새 차입금이 14%가량 늘어난 점을 감안해도 비용 증가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11월 LX하우시스의 재무관리를 위한 '구원투수'로 전입하게 된 박 전무 역시 차입금 관리를 가장 먼저 들여다본 것으로 보인다. LX하우시스 CFO로 선임된 직후인 지난해 4분기 LX하우시스의 차입금 증가세가 1여년만에 멈췄다. 올 1분기에도 차입금 상환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LX하우시스는 해외 바닥재 및 이스톤 판매 증대, 국내 건축용 단열재 매출 확대, 친환경차 부품 사업의 성장 및 원자재 가격 안정화 등 덕분에 올 1분기 16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에 따른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으로 145억원이 유입됐다. 유형자산 취득 등 자본적지출(CAPEX)를 예년 대비 감축하고 차입금 상환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올 1분기 동안 차입금 156억원이 줄어들었다.
단기차입금을 줄이고 장기차입금을 늘리는 방식으로도 차입금 구조에 변화를 줬다. 유동성 압박을 완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신규 투자계획을 잡지 않으며 자본적지출을 전년 대비 50% 줄이고 판매비와 관리비는 10% 감축하는 등 긴축을 위한 노력도 이행됐다.
◇갈 길 먼 박 전무, 신뢰에 부응할까 박 전무는 LX하우시스로 부임하기 직전까지 구 회장과 함께 LX홀딩스에 몸담았던 인물이다. 구 회장이 신임하는 인물로 여겨진다. LX그룹이 분할되기 전 LG그룹에서 구 회장과 LX홀딩스 설립을 준비해 왔다. 쇄신이 필요한 LX하우시스 CFO로 박 전무를 낙점한 점에서 구 회장의 신뢰를 가늠할 수 있다.
박 전무는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 LG화학 등을 거치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지주사에서 보냈다. 2013년 ㈜LG로 이동한 이후 LX그룹 출범 전까지 쭉 지주사에 있었다. LX그룹 출범 후에도 2년 넘게 LX홀딩스 CFO 업무를 수행했다. 지주사 CFO의 입장에서 LX하우시스의 재무상황과 문제점 등을 이미 파악했을 것으로 보인다. LX그룹이 그리는 큰 그림에 맞춰 LX하우시스의 재무관리에 나설 전망이다.
재무건전성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신용등급 관리에도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2021년 하반기 LX하우시스의 신용등급을 A+로 강등했다. 뒤이어 한국기업평가도 지난해 말 LX하우시스의 신용등급을 A+로 책정했다.
한국기업평가는 △EBITDA마진 8% 이상 지속 △차입금의존도 35% 이하 지속 △순차입금/EBITDA 3.5배 이하 지속 등을 등급 상향변동요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말 44.9%에 달했던 차입금의존도가 올 1분기 말 38.6%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추가적인 차입금 상환과 더불어 EBITDA 회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