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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곡진 역사 끝 '제왕적 권력' 해체한 DGB와 BNK

[지배구조]②회장 구속 사태 겪고 '투명성·정당성' 담보, JB는 일찌감치 '문호 개방'

최필우 기자  2023-05-11 14:41:18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DGB금융과 BNK금융은 2010년대 후반 나란히 최고경영자 구속 사태로 풍파를 겪었다. 양사와 금융 당국이 내린 결론은 같았다. 제왕적 지배구조로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하지 못했고 CEO 비리로 이어졌다는 진단을 내렸다. 처방은 역대 최초의 외부 출신 회장 선임이었다.

5~6년이 지난 지금 양사 지배구조는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DGB는 CEO와 사외이사 선임에 외부 자문기관을 적극 활용해 국내 금융권 모범 사례로 꼽힌다. BNK는 내부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JB금융은 선제적으로 외부 전문가를 기용해 낙하산 또는 폐쇄성 논란에서 벗어나 있다.

◇외부에 일임한 DGB, 내부 검증 강화한 BNK

2017년 5월. 성세환 전 BNK금융 회장은 주식 시세 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룹 자본적정성 개선 목적의 유상증자를 성공시키기 위해 거래처를 동원해 주식 매수를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꼭 1년 만인 2018년 5월에는 박인규 전 DGB 회장이 구속됐다. 불법 비자금 조성과 채용 비리 혐의였다.

혐의점은 달랐으나 문제점은 제왕적 지배구조에 있었다. 성 전 회장과 박 전 회장은 각각 부산은행장과 대구은행장을 겸직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2010년대 초반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권력이 한층 커졌으나 이를 분산하지 않았다. BNK는 김지완 전 회장을, DGB는 김태오 회장을 외부에서 영입하면서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김태오 회장은 권한 내려놓기로 지배구조 개혁 작업을 시작했다.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장악하고 있던 회장 비서실의 권한을 이사회사무국에 넘겼다. 또 대표이사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관여할 수 없도록 했다. 회추위와 사추위를 구성하는 사외이사는 외부 자문기관 또는 주주 추천을 통해 선임하고 있다.

인선자문위원회를 가동해 사외이사 선임에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것도 특징이다. 국내에서 인선자문위를 운영하는 금융지주는 DGB와 KB금융 정도다. DGB는 유일하게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도 외부 기관에 맡기고 있다. 지배구조 정점인 이사회 구성을 사실상 외부에 위탁한 것이다.

같은 외부 출신 회장이었지만 해결 방식은 달랐다. 김지완 전 회장은 외부에 권한을 위임하기보다 내부에서 후계자를 철저히 검증하는 방식을 택했다. 부산은행장과 BNK캐피탈 대표를 각각 은행BU(비즈니스유닛)장, 투자BU장으로 선임해 이사회 비상임이사로 활동하도록 했다.

김지완 전 회장은 외부 출신이었으나 정작 차기 회장 선임을 준비하면서는 외부 출신 기용에 다소 박한 기조를 유지했다. CEO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에 한해 외부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는 지배구조 규정을 뒀다. 이 규정은 지난해 11월 금융 당국의 지적을 받고 수정됐다.

김지완 전 회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면서 잡음이 있긴 했으나 CEO 승계 과정은 투명하게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당초 계획과 달리 내부 검증 시험대에 올랐던 후보들은 CEO에 선임되지 못했다. 빈대인 BNK 회장 체제에서 승계 프로그램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외부 인사 선호하는 JB, '낙하산·폐쇄성' 논란 차단

JB는 지배구조 논란에서 한발짝 벗어나 있는 곳이다. 외부 출신 CEO 선임을 선호하는 기조 덕에 폐쇄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전북은행장과 지주 회장으로 9년 간 재직한 김한 전 회장은 최대주주 삼양사 오너 일가의 친인척이지만 줄곧 금융권에서 활동해 외부 출신으로 분류된다. 김기홍 현 회장도 2014년 JB자산운용 대표를 맡기 전까진 그룹과 인연이 없었던 인물이다.

삼양사의 의중이 반영된 이사회는 경영진 견제 역할을 수행한다. 삼양사는 기타비상무이사를 1명 추천해 CEO, 사외이사와 함께 주요 의사 결정을 내리도록 했다.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되 독단적인 결정은 내리지 못하도록 감시하며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사회 구성을 놓고 2대 주주 얼라인파트너스와 이견을 조율하는 건 과제로 남아 있다. 얼라인은 지분율 14.04%로 삼양사(14.61%)와 비슷한 수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과점주주 체제인 셈이다. 얼라인은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해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려 하고 있으나 JB금융 이사회는 합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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