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퍼런스콜로 진행하는 기업설명회(IR)의 백미는 기업 관계자와 시장 관계자 사이에 오가는 질의응답(Q&A)이다. 투자자를 대변하는 시장의 관심이 무엇인지 드러나고 기업 입장에서 되도록 감추고 싶은 속살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자사 홈페이지에 IR 자료와 음성파일을 올릴 때 Q&A 부분만 제외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THE CFO가 IR의 백미 Q&A를 살펴본다.
신한금융그룹의 자본관리계획과 주주환원책의 축소 가능성이 제기됐다. 신한금융의 재무를 총괄하고 있는 이태경 부사장(CFO)은 올해도 분기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을 일관되게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 부사장은 경기 불안정성으로 다양한 리스크 요인이 산적한 가운데서도 최대한 주주환원정책을 목표대로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보통주자본(CET1)비율 등 금융 당국의 권고사항을 고려해야 한다며 지난해 대비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주주환원은 2021년 이후 신한금융이 매 분기 IR 때마다 일관되게 발표해온 내용들이다. 꾸준한 자산성장과 이를 기반으로한 순이익 극대화, CET1비율 13% 초과 달성 등 안정된 수익과 탄탄한 자본을 바탕으로 주주환원 재원을 풍부하게 유지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나 올해 대내외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와 다양한 리스크 요인 앞에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평가된다.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등 주요 자회사 CFO들도 이전 IR보다 주주환원에 있어 한발 물러선 듯한 모습으로 시장과 소통했다.
◇주주환원율 목표 30%대 깨졌다…분기배당·자사주 약속은 지켜
27일 개최된 신한금융그룹 '2023년 1분기 경영실적' 컨콜에서 질의응답(Q&A)은 최근 신한금융을 둘러싼 대내외 이슈에 대한 질문들이 주를 이뤘다. 부실채권(NPL)발 리스크 관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진화, 주주환원책과 관련된 질문들이 관심을 모았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끈 대목은 신한금융그룹 전체 IR과 재무조직을 이끄는 이태경 부사장과 시장과의 소통이었다. 이전 IR들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가장 핵심적인 질문은 신한금융의 자본정책과 주주환원책 등에 관한 내용이었다.
심종민 CLSA증권 애널리스트는 “자본정책 관련해 이번 분기 1500억원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 향후에도 지속가능할지 궁금하다”며 “1500억원의 크기는 보통주 전환 예정액 감안해서인지, 그 이상의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문의했다.
이 부사장은 “이번 1500억원은 보통주 전환 예정액 감안해서 진행하고 있는게 맞다”며 “분기별 지속여부는 경제 불확실성 해소 여부, 감독당국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또는 규제변화 등에 의해 정책 변경 가능하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어 “최근 규제 방향이 경기대응완충자본, 스트레스완충자본, 글로벌스트레스테스트 참여 등을 통해 선진국 수준의 건전성 확보를 당국에서 주문하고 있어 규제수준은 다소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유동적이긴 하나 분기별로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은 올해는 다양한 상황 등을 고려해 총주주환원율이 소폭 조정됐다. 지난해 30.0%로 극대화된 총주주환원율은 올 1분기 29.6%로 다소 둔화했다. 현금배당금은 2740억원을 기록했고, 자사주 소각은 취득금액 기준 1370억원으로 예정돼 있다.
이 부사장이 향후 공격적인 주주환원정책에 대해 다소 여지를 둔 것은 최근 금융시장이 불안정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 당국 등에서도 주주환원에 기초가 되는 보통주자본(CET1) 관리에 만전을 기하라는 권고를 주기적으로 금융지주사에 전달하고 있다.
올해 신한금융을 포함한 국내 금융사들은 급격한 경기 변동성과 다양한 리스크 요인 등으로 경영안정성이 위협받는 모습이다. 특히 부동산PF 등 잠재 부실이 커진 상황에서 대출자산의 부실채권(NPL) 비율도 상승하는 등 리스크 요인도 커졌다.
금융 당국에선 이전보다 더 강화된 규제 수준을 제시하고 있다. CET1 비율을 최소 13% 이상으로 유지하거나 더 높이라는 권고가 각 금융지주사들에 내려진 상황이다. 다양한 국내외 스트레스요인에 대처하기 위해 선진국 수준의 자본안정성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CET1비율 13%는 안정적인 재무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대부분 은행들이 타깃으로 하는 숫자다. 그러나 신한금융은 지난해 1분기 잠시 13% 수준을 기록한 뒤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13% 이하로 내려갔다.
실제 지난해 1분기 13.0%를 기록했던 신한금융의 CET1비율은 지난해 말 12.8%를 거쳐 올 1분기말 12.5%로 하락했다. 보통주자본을 구성하는 순이익(이익잉여금) 등 증가에도 불구하고 자산성장과 리스크 요인 증가 등에 따른 위험가중자산(RWA)이 더 크게 불어난 탓이다.
더불어 지난해까지 매 분기 공격적인 주주환원책을 가동하며 배당재원과 자사주소각 등에 보통주자본을 대거 소비하면서 전체적으로 자본비율이 소폭 할락한 것으로 평가된다. 신한금융은 국내 금융지주사 가운데 가장 먼저 분기 배당을 정례화 하는 등 지난해까지 주주환원에 있어 가장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Q&A에서 쟁점이된 CET1비율은 금융회사의 자본안정성을 보여주는 데이터다. 금융회사의 자본은 크게 보통주자본, 기타기본자본, 보완자본으로 구성된다. 이들을 모두 아우르는 BIS 기준 총자본비율(BIS비율)과 '순정자본'만을 다루는 보통주자본비율(CET1비율)을 함께 살펴보면 금융사가 위험가중자산(RWA) 대비 얼마나 충분한 자본을 보유하는지 알 수 있다.
CET1비율은 은행의 손실을 가장 먼저 보전할 수 있는 알짜 자본이다. BIS비율에는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권 등 은행의 조달 능력까지 반영된다. 두 지표에는 각 은행의 위기대응능력은 물론 자본을 조달하는 특징까지 담긴 셈이다.
주요 은행마다 시기별로 조금씩 CET1 비율이 달라지지만 대부분 12~13% 사이에서 유지된다. 금융당국은 10.5%를 규제 가이드로 제시하고 있으며 통상 11%가 넘으면 M&A를 위한 재원 마련이 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최근 대내외 위기 상황을 고려해 각 금융지주사는 13% 수준으로 CET1 비율 타깃을 정하고 재무구조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달라진 컨퍼런스콜 관심사 ‘주주환원정책→리스크 관리’
신한금융의 이번 1분기 IR에서는 리스크 관리 등에 대한 질문이 오히려 더 눈길을 끌었다. 이전 IR과 달리 애널리스트들의 질문도 부동산 PF와 NPL자산 등 리스크 요인에 더 집중됐다. 특히 신한금융 핵심 자회사인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CFO들에게 해당 질문이 쏟아졌다.
박혜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손비용 관련 최근 비은행 계열사 대손비용이 증가 중인데 2023년 대손비용 전망을 은행과 비은행권으로 나눠서 설명해 달라”며 “부동산 PF 관련 우려 때문에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했다고 했는데 연간 감안해서 추가 적립을 어느정도 가늠하고 있는지도 설명해 달라”고 질문했다.
방동권 신한금융지주 부사장(CRO)는 “경상적인 대손비용율은 29bp, 추가적립분 감안 시 48bp이고 연간 35bp 수준의 대손비용율 목표로 하고 있다”며 “2023년에는 최근 연체 증가 추세 감안 시 당초 계획보다 높은 약 40bp 전후로 예상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어 방 부사장은 “부동산 PF는 핫이슈가 맞고 특히 브릿지론은 총여신의 2%인 8조800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 중에서 고정이하여신 1075억원, 연체는 1900억원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정확한 예측은 어려우나 올해 중 조금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또 “비은행 그룹사 중심으로 추가 적립을 하고 있는데 1분기 실적 발표 후 2~3분기 발표 시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을 추가적으로 쌓기 위해 고민 중”이라고 부연했다.
이태경 부사장은 “1분기 은행 대손충당금전입액 1785억원을 제외한 나머지가 비은행의 전입액”이라며 “이 비율이 어느정도 유지될 것으로 보이고 당국의 대손충당금 관련 제도 변경 등 감안해 향후의 추가 적립을 감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선제적인 충당금 1850억원 중 은행에 1329억원, 캐피탈 등 비은행에 521억원을 적립할 예정”이라며 “향후 포트폴리오 변화를 감안해서 35bp 수준을 목표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근본적인 수익 저하를 우려하는 질문도 많았다. 특히 비은행 자회사에 대한 부실 이슈보다는 은행의 순이자마진(NIM) 축소를 우려하는 시선이 많았다. 부동산 PF 등 대출자산 부실로 인한 리스크 요인과 이로 인한 수익성 악화보다 핵심 영업활동에서의 수익 저하가 더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준선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의 여건 때문에 NIM 소폭 하락했는데 대출자산 성장이 둔화된 듯하다”며 “향후 계획 및 전망 수정된 것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김기흥 신한은행 부행장(CFO)은 “1분기 은행 NIM은 4분기 고금리 유동성 조달분 및 단기 금리변동부 자산에 의해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8bp 하락했다”며 “3월 머니무브 진정으로 NIM은 2월을 저점으로 3월에 상승국면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김 부행장은 “2분기 이후 고금리 정기예금의 영향이 5월 이후부터 낮아질 것으로 보이고 전환된 유동성 핵심예금으로 인해 NIM에 긍정적 요인이 있다”며 “다만 상생금융 실행으로 인해 하락 요인 있어 종합적으로 2분기 소폭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연간은 전년도 수준의 NIM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부행장은 “자산성장은 전년대비 3.7% 수준인 10조5000억원의 보수적인 성장 목표 갖고 있다”며 “1~2월에 가계대출 마이너스 성장, 기업대출은 경쟁심화로 인해 다소 어려움 있었으나 3월에는 상승국면에 접어들어 연간 계획한 자산성장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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