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지주사 자본재분배 성적표

브랜드사업 매각, 현금흐름 보완책

[이랜드월드]②티니위니·케이스위스 브랜드 매각…중국 물류센터도 처분

이민호 기자  2023-04-14 15:27:19

편집자주

지주사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그룹 각 계열사에 대한 자본재분배다. 지주사는 재무건전성 우위 계열사로부터 배당수익과 상표권사용수익 등을 수취해 이를 재원으로 유상증자나 사채인수 등 방법으로 열위 계열사를 지원한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무리한 자본재분배는 우위 계열사까지 망가뜨리고 지주사의 재무건전성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THE CFO가 각 그룹 지주사의 자본재분배 형태와 이에 따른 재무지표상 변화를 점검해본다.
이랜드월드는 지난해를 제외하고 수년간 자회사로부터 배당을 제대로 거두지 못하면서 부족한 자본재분배 재원을 다양한 방법으로 충당했다. 대표적인 것이 수익성 제고 경영전략과 맞물린 브랜드 사업 매각이었다. 이외에도 자산매각과 투자지분 매각이 이어졌다.

이랜드월드는 2010년대 중반부터 수익성 관리를 주요 경영전략으로 삼아왔다. 지주사이지만 기본적으로 그룹 패션부문 핵심계열사이기 때문에 사업부문 경쟁력 확보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익성 제고 과정에서 자본재분배 재원을 마련하는 성과도 거뒀다.

여기서 기여한 것이 일부 브랜드 사업을 매각하는 방안이었다. 뉴발란스나 스파오 등 고수익 브랜드를 남기고 일부 저수익 브랜드를 정리하는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현금을 마련했다.


티니위니(Teenie Weenie) 브랜드 사업을 매각한 것이 그 시작이다. 이랜드그룹은 2016년 9월 중국 브이그라스(V-Grass Fashion)와 티니위니 브랜드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티니위니 브랜드는 인력, 매장, 재고 등 영업자산을 중국 의념법인(E.Land International Fashion Shanghai)이 보유하고 상표권자산은 이랜드월드가 보유했다.

티니위니 브랜드가 중국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었던 덕분에 영업자산과 상표권자산을 합한 총 매각금액은 8770억원으로 결정됐다. 이중 이랜드월드는 상표권자산 몫으로 책정된 2500억원을 2018년 12월까지 순차적으로 유입했다.

2019년에는 종속기업 케이스위스(K-Swiss)를 매각했다. 케이스위스 브랜드 사업은 이랜드월드가 2013년 미국기업 케이스위스 지분 전량을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이랜드월드는 2018년 5월 중국 엑스텝인터내셔널홀딩스와 케이스위스 매각을 위한 SPA를 체결했으며 그해 8월 잔금거래를 완료했다. 이랜드월드는 케이스위스 매각으로 3000억원을 유입하는 데 성공했다.

매각금액이 비교적 큰 만큼 티니위니와 케이스위스 브랜드 처분은 이랜드월드의 유동성 확보에 기여했다. 2018~2019년 자본을 늘리고 부채를 줄이면서 2017년말 122.5였던 별도 기준 부채비율을 2019년말 101.0%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이 기간 5.4%에 불과하던 영업이익률을 10.5%로 끌어올리면서 핵심 경영목표였던 수익성 제고 성과도 달성했다.


이랜드월드는 자회사에 대한 사업부 양도로 현금을 유입하기도 했다. 2019년 1월 이랜드월드는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의 연장선상에서 쥬얼리사업부를 이월드에 매각하면서 2200억원을 손에 쥐었다. 이랜드월드는 같은 시기 시몬느자산운용 사모투자펀드(PEF)와 유안타증권(인수금융)이 조성한 특수목적법인(SPC)을 대상으로 1108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11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쥬얼리사업부 인수대금을 조달했다.

이랜드월드는 영업이익률을 지난해 17.8%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2020년(6.2%)과 2021년(8.8%) 침체를 이겨낸 결과물이다.

자산매각도 이어졌다. 2021년 12월 중국 상하이 1기 물류센터를 2600억원에 매각했다. 해당 물류센터는 중국 의련법인(E.Land Fashion Shanghai)이 2011년 완공해 운영해왔다. 이랜드월드가 중국 의련법인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물류센터 매각대금은 중국 의련법인의 배당 등을 통해 이랜드월드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자회사 지분을 또다른 자회사에 넘기면서 현금을 끌어온 사례도 있다. 지난해 10월 이랜드월드가 보유하고 있던 이랜드건설 지분 32.8%를 이랜드리테일에 617억원에 넘긴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이랜드리테일이 이랜드건설 지분 50.2%를 확보하면서 자회사로 편입했다. 반면 이랜드월드가 보유한 이랜드건설 지분은 49.8%로 감소했다.

잇따른 현금 확보로 이랜드월드의 부채비율은 지난해말 101.7%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차입금 통제와 영업실적 개선에 성공하면서 채무상환력을 나타내는 순차입금/EBITDA도 지난해말 3.3배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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