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주가방어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경기침체로 성장세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책임경영 일환으로 사비를 들여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도 동참했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최고경영자(CEO) 보수체계 개편으로 최 대표 연봉이 대거 삭감됐는데도 사비 2억원을 쏟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고 있다. 최 대표의 주가부양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최수연 대표, 책임경영 위해 2억원 쏟아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최수연 대표(CEO)는 전날 장내매수 방식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네이버 주식 도합 1026주를 매입했다. 평균 취득단가는 19만4415원였다. 모두 합쳐 사비 약 2억원을 투자했다. 최 대표가 보유한 네이버 주식수는 기존 417주에서 1443주로 늘어났다. 지분은 변함없이 0%대로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다.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도 같은 날 장내매수 방식으로 한 차례에 걸쳐 네이버 주식 519주를 취득했다. 평균 취득단가는 19만3000원으로, 사비 1억원을 투자해 자사주를 취득했다. 김 CFO가 보유한 네이버 주식수는 기존 314주에서 833주로 증가했다. 최 대표는 등기임원이고, 김 CFO는 미등기임원이다.
두 경영진의 장내매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 대표는 지난해 3월 대표로 취임한 직후에도 사비 1억원을 투입해 자사주 314주를 샀다. 김 CFO 역시 같은 시기 CFO로 공식 선임된 이후 1억원으로 자사주 314주를 취득했다. 지난해부터 2년 연속으로 정기주주총회 직후 자사주를 매입하는 모습이다.
전임 대표인 한성숙 전 대표 역시 취임 직후 자사주 매입 행보를 보였다. 한 대표는 2017년 3월 대표로 선임된 이후 장내매수로 자사주 2억5000만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듬해인 2018년 6월에는 2억1200만원어치를 매집했다. 그 이후로는 의미 있는 자사주 매입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2020년 170만원어치를 취득한 것이 전부다.
◇주가 부양 위해 CEO 보수 체계마저도 개편통상 오너 혹은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에 호재로 통한다. 주가 부양에 자신이 있다는 경영진의 의지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주가가 저점이라는 인식을 주기도 한다. 시장에서는 네이버 경영진의 이번 자사주 매입 역시 책임경영의 표현이면서 동시에 주가부양책의 일환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최근 네이버 주가는 고공행진하는 실적과는 상반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1년 12월까지는 40만원대를 찍었지만, 지속적인 하락으로 최근에는 19만원대에 머무르는 상태다. 전날 종가는 19만3000원이었다. 이와 달리 네이버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8조2201억원)을 달성했다.
경영진은 올해 책임경영 차원에서 보수총액 삭감까지도 받아들였다. 네이버는 지난달 정기주주총회에서 7명의 이사에 지급하는 보수의 최고한도를 기존 150억원에서 절반 수준인 80억원으로 깎았다. 네이버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 연속 이사 보수한도 150억원을 유지했지만, 경기침체 대비차 비용절감을 위해 보수한도를 줄였다.
심지어 최 대표는 기본급마저 일부 포기했다. 자신이 받는 전체 보수에서 기본급 비중을 낮추고, 성과급 비중을 늘렸다. 실제로 2021년 한성숙 전 대표는 기본급으로 12억원을 받았지만, 2022년 최 대표는 기본급으로 절반 수준인 6억원 만을 수령했다. 성과급 규모는 실적과 주가에 따라 산정되게끔 했다. 모두 주가부양을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 최 대표의 성과급은 타깃인센티브와 제한조건부주식(RSU)으로 나뉜다. 타깃인센티브 규모는 계량지표(EBITDA 등)와 비계량지표(성장에 대한 기여도 등)를 기반으로 결정된다. RSU 규모는 코스피200(KOSPI200) 지수에 포함된 기업 대비 네이버의 주가상승률에 따라 결정된다. 다만 최 대표는 올해 주가부진 탓에 RSU를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