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인 2021년 2월. 넥슨을 시작으로 게임사들이 개발자 몸값을 올리기 시작하자 네이버를 포함한 IT업계 내부에선 불만이 터져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고(高)숙련 개발자들에 대한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라 네이버 경영진은 마냥 손놓고만 있을 순 없었다.
그렇다고 연봉 인상 경쟁에 곧장 참전하기도 어려웠다. 바로 직전 해인 2020년은 영업수익(매출)이 역성장했고 직원 수는 4000명을 돌파했음에도 1인당 평균 급여는 1억원을 돌파한 해였다.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며 경영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은 때였다.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사진)도 복잡한 속내를 꺼냈다. 그는 2021년 3월 사내 이메일을 통해 "지금 업계의 보상 경쟁은 너무 급하게 이뤄지는 것 같아 후유증이 염려된다"며 "솔직히 저도 회사를 떠나기 전에 '해진이 형이 쏜다' 이런 거 한 번 해서 여러분에게 사랑받고 싶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본인의 감상과 별개로 네이버도 보상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GIO는 "다른 회사가 따라 하기 어려운 연봉 외의 여러 혜택 등에 대한 고민과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주주총회 후 이사회에서 보상 문제를 상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게임 업계와 개발자 영입 경쟁 중 꺼낸 '스톡그랜트'결과는 무엇이었을까. 네이버는 2021년 4월19일 이사회를 열고 '스톡그랜트 제도 도입안'을 의결했다. 기존 주식보상 제도를 스톡옵션에서 스톡그랜트로 변경한 것으로, 주식 살 기회를 주는 스톡옵션과 달리 스톡그랜트는 무상으로 주식을 지급한다.
구체적으로 네이버는 향후 3년간 임원을 제외한 직원에게 대략 1000만원 상당의 자기주식을 연 2회(당해 7월과 이듬해 1월) 무상 지급하기로 했다. 정확한 지급 규모는 당해연도 재직 기간에 맞춰 결정하기로 했다.
주식을 직접 주기 때문에 스톡그랜트는 스톡옵션보다 더 직접적인 보상으로 평가받는다. 납부하는 세금에서도 차이가 있다. 스톡옵션은 권리 행사로 주식을 매입할 때도, 매입한 주식을 팔아 수익을 낼 때도 세금을 낸다. 반면 스톡그랜트는 팔 때만 세금을 낸다.
더불어 스톡그랜트는 스톡옵션처럼 주식 보유기간이나 특정 조건에서 매도해야 한다는 종류의 조건을 붙이지 않는다. 회사로부터 주식을 받는 즉시 바로 매도할 수 있다. 물론 단점은 스톡옵션과 마찬가지로 매도 후에 해당 직원이 바로 퇴사할 수 있다는 우려는 있다. 그런데도 스톡옵션보다 직접적인 보상에 스톡그랜트가 선호된다.
보상을 받는 직원에게만 더 나은 제도라고 볼 수도 없다. 비슷한 비용으로 더 큰 보상 효과를 직원들에게 주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도 인재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유능한 개발 모셔오기'에 혈안이 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속속 스톡그랜트 제도로 선회한 이유다. 네이버도 이러한 변화를 적용했던 셈이다.
◇스톡그랜트 효과?...2년간 직원 수 21% 늘 때 인건비 비중은 '비슷'스톡그랜트를 도입한 지 만 2년이 흐른 지금 네이버 직원 수는 2020년 말 4076명에서 2022년 말 4930명으로 21%(854)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5.77년에서 5.99년으로 소폭 늘어났다.
직원 1인당 평균 급여액은 2020년 1억248만원에서 2022년 1억3449만원으로 31%(3201만원) 확대됐다. 2022년은 2020년과 달리 앞서 스톡옵션을 받은 직원들의 행사 차익이 반영됐다.
이처럼 2020년과 비교해 직원 수와 1인당 평균 근속연수, 1인당 평균 급여액이 모두 증가했음에도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2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전체 영업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속해서 20% 중반대 안팎을 지속하고 있다. 여기서 인건비는 급여와 주식보상비용, 복리후생비를 합한 금액이다.
2021년 연봉 경쟁에 뛰어들면서 내놓은 전략 '스톡 그랜트'가 소기 성과를 낸 셈이다. 보수적으로 평가해도 이해진 GIO가 우려했던 급한 연봉 경쟁에 따른 후유증은 네이버에선 크게 발생하진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이달 10일까지 '2023년 팀네이버 신입 공채'를 진행한다. 경쟁사인 카카오가 지난해와 올해 초에 신입 공채와 경력 채용 규모를 줄인 점과 대비된다. 네이버는 올해 신입 공채에서 수백 명을 뽑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