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지분 투자활동에 적극적인 기업이다. 미래에셋증권, CJ ENM을 비롯해 국내 대기업 여럿과 지분교환 형태로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스타트업 수십개에도 직·간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성적표는 그리 좋지 못했다. 증시가 바닥을 치면서 지분을 맞바꾼 기업들과 네이버가 서로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지분법으로 반영된 관계기업 자본변동까지 합치면 1조5000억원에 달하는 평가손실이 생겼다.

◇네이버, 6000억 평가손실…지분스왑 상대는 1조 손해

지난해 말 기준 네이버는 종속기업과 관계기업을 포함해 모두 368개 기업에 출자 중이다. 이 가운데 관계기업은 지분법으로 회계처리되고 다른 지분증권, 채무증권 등은 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으로 당기손익이나 기타포괄손익에 반영된다. 규모를 보면 당기손익 금융자산은 약 3조원, 기타포괄 금융자산은 1조3000억원 규모를 가지고 있다.

이중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은 대부분이 복합금융상품이나 수익증권, 펀드로 이뤄졌다. 지난해 경기불안의 여파가 미치긴 했어도 타격이 대단치는 않았다. 1260억원 수준의 가치가 떨어져 당기손익에서 차감됐다.

하지만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에서는 그 수배에 이르는 손해를 봤다. 채무상품은없고 모두 주식인데, 파트너십을 체결해둔 업체들의 주가가 하락한 게 크게 작용했다.

네이버는 미래에셋증권, CJ대한통운, 스튜디오드래곤, CJ ENM, 이마트, 까페24, 신세계인터내셔널, 한진칼 등 산업 전반에 걸친 기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업무제휴나 사업협력 목적이며 대부분은 지분스왑 방식으로 주식을 맞교환했다. 이중 까페24는 관계기업으로 분류돼 지분법을 쓰지만 나머지는 시가를 평가해 자본에서 가감한다.


평가손익 내역을 보면 미래에셋증권(7.69%)에서 생긴 손실이 1218억원으로 가장 컸다. 네이버는 원래부터 미래에셋증권과 관계가 돈독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 지분을 나눠가진 2017년 이후에도 네이버파이낸셜이 분사하면서 미래에셋증권이 8000억원을 투자했다.

미래에셋 외에는 CJ대한통운 579억원, 이마트 437억원, CJ ENM 374억원, 한진칼 159억원, 신세계인터내셔날 106억원, 스튜디오드래곤 94억원 등의 가치 하락이 있었다. 또 종속기업들이 투자한 지분상품 몫을 포함해 총 6300억원이 넘는 평가손실이 났다. 법인세 효과를 거친 금액은 4850억원. 작년 네이버의 당기순이익이 673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주식을 맞바꿨으니 손해는 물론 쌍방통행으로 발생했다. 상대기업들의 평가손실 규모는 훨씬 컸는데 1년새 네이버 주가가 반토막났기 때문이다. 2021년 말 38만원대까지 올랐으나 현재 19만원대를 맴돌고 있다. 이 탓에 네이버 주식을 1.72% 가져간 미래에셋증권은 약 5700억원, CJ대한통운(0.64%)은 2100억원, 이마트(0.24%) 780억원, 카페24(0.19%) 574억원, CJ ENM(0.3%),과 스튜디오드래곤(0.3%)이 각각 1050억원씩의 손실을 봤다. 합치면 1조원에 이른다.


◇지분법 자본변동 1조 마이너스…'주범' A홀딩스

이밖에도 네이버는 관계기업들이 입은 손실을 지분법에 따라 반영했다. 관계기업이 가진 기타포괄손익인식금융자산에서 평가손익이 발생하면 이는 '지분법 자본변동'이라는 항목으로 지분율에 따라 자본에 인식된다. 네이버의 경우 관계기업 채권과 주식을 포함한 가치 등락에 따라 1조494억원이 자기자본에서 빠져나갔다. 법인세 효과를 반영하기 전 금액은 1조1360억원이다.

이중 대부분(1조106억원)은 A홀딩스(A Holdings Corporation) 몫으로 나타났다. A홀딩스는 일본 합작법인으로 소프트뱅크가 지분 50%, 네이버가 42.25%를 가지고 있다. 네이버는 이 A홀딩스를 통해 라인 관련 사업을 지배한다. A홀딩스가 중간지주회사인 일본 Z홀딩스 지분을 63.6% 보유하는 방식이다.


Z홀딩스 주가는 2021년 말 주당 700엔대에서 현재 380엔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만 A홀딩스가 입은 평가손실은 Z홀딩스 주가 때문이 아니라 채권에서 생겼다. 네이버의 보유 지분율을 감안해 역산해보면 2조원을 훌쩍 넘는 채권 평가손실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