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TVING)이 ‘예고된 적자’를 딛고 OTT업계의 최강자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티빙은 지난해 1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내면서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제아무리 티빙은 적자를 감수하고 일단 유료가입자 수를 늘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티빙의 적자를 심상찮게 바라보는 투자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티빙의 올해 행보는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KT 시즌(seezn)을 흡수합병한 데 따른 시너지를 본격화하면서도 투자자들에게 당초 예고했던 유료 가입자 수 목표를 올해는 달성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도 이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만큼 올해는 성장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뜻이다.

티빙은 네이버, KT 등과 동맹을 맺은 효과가 발휘되는 데 희망을 걸고 있다. 티빙은 주요 주주로 KT스튜디오지니와 네이버를 확보한 동시에, 네이버의 유료 멤버십을 이용하는 고객과 KT 고객까지 티빙의 잠재고객으로 삼았다.

◇콘텐츠사용원가 급증에 적자 확대, 올해는 2000억 투자 전망

6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티빙의 지난해 적자폭이 확대됐다. 티빙은 2022년 별도기준으로 매출 2476억원, 영업이익 1192억원을 냈다. 매출은 88.2% 증가했지만 영업손실폭이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순손실도 마찬가지다. 티빙은 2022년 순손실 1249억원을 냈는데 2021년 순손실 595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티빙의 적자는 예고된 일이나 다름없다. CJENM이 2020년 티빙을 분할해 독립법인으로 출범시킨 직후 2021년부터 2023년까지 40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티빙은 영업비용 중에서도 특히 콘텐츠사용원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콘텐츠사용원가에는 제작비 등이 반영돼 있는데 티빙의 이 지표는 2020년 160억원, 2021년 707억원에서 지난해 1169억원으로 증가했다. 산술적으로 본다면 티빙이 올해 제작비 예산으로 2000억원가량을 투자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투자자들의 우려가 제기된 배경이기도 하다. 티빙이 적자를 예고하고 일단 콘텐츠 투자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일찌감치 밝혔지만 적자 규모가 1000억원을 웃돌면서 모회사인 CJ ENM은 2월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투자자의 공세를 받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티빙이 이 정도 수준의 적자를 내는 게 맞는지 수차례 추가로 질의했다.

티빙이 올해 제작비를 대거 투입해 콘텐츠사용원가가 증가, 영업손실 규모가 불어난다면 투자자들의 공세는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신용평가는 “티빙은 단기간의 수익성보다 시장지배력 확보가 더 중요한 상황”이라며 “CJ ENM의 티빙 등 비중 확대가 미디어사업의 수익성에는 당분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유료가입자수 500만명 달성 ‘사활’, KT 연합 전선 ‘힘’

티빙이 투자자들의 불안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려면 올해 경영목표인 유료가입자 500만명을 달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영목표 달성에 KT 시즌이 큰 힘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티빙은 지난해 12월 1일을 기점으로 시즌과 흡수합병을 마쳤다.

당장 시즌 합병으로 유료 이용자가 얼마나 늘어났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시즌이 유료 이용자 수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탓이다.


그렇다고 KT와 시너지가 적은 것은 아니다. 잠재 고객 기반이 대폭 확대되는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KT번들 요금제로 시즌을 이용하던 고객의 상당수가 티빙 유료고객으로 자동 전환된 것으로 파악된다. 시즌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125만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들어서는 KT IPTV 서비스 ‘지니tv'가 연동된 서비스도 시작됐다. KT의 IPTV 유지 가입자 수는 2022년 말 기준으로 943만2000명을 기록했다.

티빙은 앞서 네이버와 손잡고 잠재 고객기반을 넓히는 시도를 진행한 바 있다. 2021년 초 네이버 플러스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면 티빙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해 지금도 운영하고 있다.

티빙의 동맹군 확보는 유료가입자 수 증대로 이어졌다. 티빙 유료가입자 수는 2021년 200만명 대에서 지난해 300만명대로 증가했다. 현재 KT는 KT스튜디오지니를 통해 티빙 지분 12.75%를, 네이버는 10.66%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낙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티빙이 지난해 경영목표였던 유료가입자 400만 명 확보도 이뤄내지 못한 만큼 그보다 높은 500만명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MAU가 떨어지고 있는 점도 부담일 것으로 보인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 1월까지만 해도 티빙의 MAU는 515만명을 기록했다. 시즌 합병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기대도 나왔다. 그러나 2월에는 MAU가 474만명으로 떨어지더니 3월 들어 460만명대가 됐다.

물론 MAU가 유료고객의 전체를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OTT업체들이 유료 고객 수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는 만큼 MAU는 이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여겨진다.

티빙 관계자는 “제작비 등은 재무구조 등을 고려해 바뀔 여지가 있다”며 “전통적으로 봄은 사람들의 야외활동이 늘어나는 OTT업계의 비수기라서 MAU가 일시적으로 떨어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