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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 경영권 분쟁

카카오, SM엔터 경영권 잡았어도 당국규제 벽 넘어야

카카오엔터, 금감원 압수수색 받아…공정위 기업결합심사도 '변수'

이지혜 기자  2023-04-07 11:18:06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전에서 승기를 잡았지만, 사업 시너지를 본격화하기까지 가야 할 길이 멀다. 당장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압수수색에 직면했다.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개매수를 카카오 등이 시세를 조종해 방해했는지가 핵심이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와 관련해 법을 어겼다면 무관용 원칙을 적용, 경제적 이익을 취할 수 없게 만들겠다고 경고했는데 본격적 조사가 이뤄지는 것이다.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최대주주에 오르긴 했지만 아직까지 공정위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하지는 않았다. 분위기가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공정위는 플랫폼기업의 혼합형 기업결합을 일반심사로 전환하는 등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카카오엔터, 금감원 특사경에 압수수색 받아…시세 조종 의혹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 등이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본사와 서울 종로구의 사무실을 6일 압수수색했다. 금감원은 2월 말부터 SM엔터테인먼트 주가가 공개매수 기간 중 주식 대량매집 등을 통해 비정상적으로 상승했는지 여부 등을 살펴봤는데 여기에 대한 본격적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금감원이 3월 1일 입장자료를 내고 “공개매수 기간 중 주식 대량매집 등을 통해 공정한 가격 형성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금감원이 신속하게 조사에 착수해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하던 2월 28일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각각 66만6941주, 38만7400주 취득했다. SM엔터테인먼트 지분 4.4%가량을 단 하루에 매수한 셈이다. 당시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은 직전 거래일 대비 7300원이나 올랐다.

이 사실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하이브에 뒤이어 공개매수를 진행하고자 신고서를 공시하며 알려졌다.

다른 의혹도 있다. 2월 16일 IBK투자증권 판교점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 발행주식 총수의 2.9%, 일일거래량의 15.8%에 해당하는 68만3398주를 매수하는 거래가 이뤄졌다. 하이브는 이를 놓고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금감원은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인수한 기타법인의 정체와 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 카카오의 임직원이 연관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록 하이브가 3월 12일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작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당장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승기를 잡았지만, 금융당국의 규제 리스크는 여전한 셈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3월 초 SM엔터테인먼트 주가와 관련해 "특정 세력이나 집단이 위법요소에 관여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최대한 권한을 사용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런 행위가 적발된다면 무관용 원칙을 적용, 경제적 이익을 취할 수 없도록 만들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공정위 기업결합심사 '변수', 이달 말 시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아직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를 남겨 둔 점도 변수다. 현행법에 따르면 15% 이상 주식을 취득하면 30일 안에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하고 관련 심사를 받아야 한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공개매수를 마무리 하고 3월 28일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최종 20.8%, 19.1% 보유한 점을 고려하면 4월 28일까지 기업결합 신고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공정위가 카카오에 썩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플랫폼들의 혼합결합(서로 다른 업종 간 기업결합)으로 인한 진입장벽 증대 효과, 지배력 전이 가능성 등을 엄미하게 검토할 수 있도록 기업결합 심사 기준을 상반기 내 개정할 것”이라고 3월 말 미국에서 열린 '제2회 경쟁당국 수장간 국제회의'에서 밝히기도 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의 기업결합은 수평, 수직, 혼합결합의 성격이 모두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는 데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음원·음반 유통을 전담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SM엔터테인먼트의 IP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웹툰, 웹소설 사업과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사업을 꾸린다면 혼합결합으로도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공정위의 심사 기간이 장기화할 수 있다. 통상 기업결합 심사 기간은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리지만 카카오의 심사는 그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와 시너지를 본격화하는 시점도 늦어질 수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아직 기업결합을 신고하지 않았지만 4월 28일 전까지 이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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