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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 경영권 분쟁

이수만의 SMBM·DM 지분, 하이브 대신 카카오로?

700억 규모 계약 이행 '아직', ESG·법적 변수 산적해 불확실성↑

이지혜 기자  2023-03-20 13:53:17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를 포기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와 계약에도 변화가 생길지 이목이 쏠린다. 이 계약은 하이브가 이 전 총괄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매입하겠다고 밝히면서 함께 맺은 것으로, 하이브가 이 전 총괄이 보유한 SMBM(SM브랜드마케팅), 드림메이커(DM) 지분을 매입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SMBM과 DM은 SM엔터테인먼트와 거래로 수익을 냈는데, 이를 놓고 SM엔터테인먼트의 이익이 이 전 총괄로 흘러들어가는 자금창구 노릇을 한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하이브가 이 전 총괄과 맺은 계약을 카카오에게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카카오도 손해를 보는 선택지가 아닐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더한다. 이 전 총괄의 SMBM과 DM 지분을 카카오가 인수하면 SM엔터테인먼트의 이익이 하이브 등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어서다.

다만 이 전 총괄이 카카오에게 해당 지분을 넘기는 것을 수용할지, 하이브가 해당 계약조건을 카카오에게 이관하는 게 법적으로나 거버넌스 상 문제가 없을지 등이 관건인 것으로 전해진다. SM엔터테인먼트가 SMBM과 DM과 거래를 종료하기로 계획한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다.

◇SMBM·DM 이수만 개인 지분 매입 ‘아직’

20일 엔터테인먼트업계에 따르면 하이브가 아직 이 전 총괄이 보유한 SMBM과 DM 지분을 매입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 계약은 하이브가 2월 초 이 전 총괄과 맺은 건이다. 하이브는 이 전 총괄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 18.4% 중 14.8%를 인수하겠다고 공시하며 “이 전 총괄 등이 보유하고 있는 DM과 SMBM 지분도 매수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당시 하이브는 거버넌스를 개혁한다는 명분과 함께 SM엔터테인먼트의 이익을 유보하는 효과도 노렸던 것으로 보인다.


SMBM은 SM엔터테인먼트의 IP를 활용해 오프라인 MD스토어를 운영하는 등 그룹의 핵심 사업을 담당하는 기업이다. DM은 홍콩 등에서 공연 등을 진행하는 기업이다. 2021년 말 기준으로 이 전 총괄이 보유한 SMBM 지분은 41.73%다. 이 전 총괄과 특수관계인 등의 DM 보유지분은 약 20%대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12일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전을 중단하면서 카카오가 최종 승기를 잡았다. SM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는 이익을 최대한 내부에 유보하는 경영방침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상황에서 하이브가 이 전 총괄과 맺은 계약대로 SMBM과 DM 지분을 매입한다면 SM엔터테인먼트의 이익이 하이브로 흘러들어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전 총괄이 보유했던 SMBM과 DM의 지분만큼 SM엔터테인먼트의 이익이 하이브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카카오가 하이브 대신 SMBM과 DM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렇게 되면 이 전 총괄로 넘어가던 SM엔터테인먼트 이익이 카카오로 흘러들어가며 내부거래 등 거버넌스 이슈와 이익 유출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이브와 계약, 카카오로 이관될까…핵심 변수는

물론 변수도 있다. 카카오가 하이브 대신 이 전 총괄이 보유했던 SMBM과 DM 지분을 인수한다면 이 전 총괄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한다는 의혹까지 떠안게 된다. 하이브는 SMBM과 DM 지분 인수대금으로 이 전 총괄에게 약 700억원을 지급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장철혁 SM엔터테인먼트 CFO는 2월 21일 열린 ‘2022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SMBM, DM 지분까지 하이브가 산 것은 사실상 이 전 총괄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준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카카오가 하이브의 계약을 이관받아 SMBM과 DM 지분 매입 대금을 이 전 총괄에게 지급한다면 같은 논리로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의 ‘포스트 이수만 시대’와 독립적 경영을 보장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이 전 총괄과 계약 이관은 이런 방향성에 어긋날 수 있다.

또다른 변수는 SM엔터테인먼트가 계획대로 SMBM, DM과 거래를 끝낼 경우다. 장철혁 CFO는 더벨과 통화에서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SMBM, DM과 거래를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SM엔터테인먼트가 계획을 이행한다면 카카오가 굳이 수백억원을 써가며 이 지분을 매입할 이유가 사라진다.

이 전 총괄이 하이브가 카카오에게 계약을 넘기는 것을 수용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를 중단하는 데 있어서 이 전 총괄의 의사는 반영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은 15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서 이 전 총괄이 방 의장에게 “이길 수 있는데 왜 그만하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하이브와 카카오의 협상 테이블에 이 전 총괄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이브 관계자는 “해당 계약은 이 전 총괄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체결한 부수적 계약”이라며 “시간을 두고 다양한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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