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응했다. 보유하고 있던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모두 응모하기로 결정했다.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를 포기한 만큼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응해 지분을 빠르게 처분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참여한다고 해서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모두 팔 수 있는 것은 아니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가 하락한 탓에 카카오의 공개매수 경쟁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카카오가 안분비례 방식을 채택하고 모집물량 초과분은 매입하지 않겠다고 밝혔기에 하이브가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의 일부만 카카오로 넘어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하이브가 잔여 지분을 활용해 SM엔터테인먼트, 카카오와 당분간 협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혹은 시간을 두고 카카오에게 블록딜 방식으로 지분을 넘길 수 있다는 가능성도 떠오른다.
◇카카오 공개매수에 SM 지분 전량 응모24일 하이브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 주식 375만7237주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공개매수에 참여해 처분하겠다고 공시했다. 하이브가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에게 넘겨받은 지분 14.8%와 공개매수로 추가 취득한 0.98%를 모두 합친 것이다.
카카오는 7일부터 26일까지 20일 동안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공개매수하고 있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17.5%씩 총 833만3641주를 매입할 예정이다. 26일이 주말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날이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마지막 날인데 하이브가 막차에 올라탄 셈이다.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작업을 돌연 중단하기로 12일 선언한 직후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응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는데 이런 시나리오가 적중했다.
하이브 입장에서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응하는 편이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가장 높은 가격에, 빨리 처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여겨졌을 수 있다. 하이브는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주당 12만원에 매입했는데 카카오는 15만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가 이번 공개매수로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전량 처분하면 산술적으로 1127억원의 차익을 남길 것으로 추산된다. 하이브는 이 전 총괄에게 지분을 넘겨받고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등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매입하는 데 4058억원을 썼다.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따라 주당 15만원에 지분을 모두 매각하면 하이브는 5636억원을 받게 된다.
하이브의 전체 실적에 비춰 결코 적은 규모가 아니다. 하이브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2369억원, 순이익 480억원을 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도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택한 배경으로 꼽힌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한때 16만원대까지 올랐지만 하이브가 경영권 인수작업을 중단하자마자 주가가 10만~11만원대로 곤두박질했다. 카카오의 공개매수가 끝나고나면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SM 지분 전량 처분 어려울 듯, 협력·블록딜 가능성도다만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전량 매각하는 데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 하락으로 카카오의 공개매수가 흥행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응모물량이 최대 매수예정수량인 833만3641주를 넘어설 경우 초과분은 매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응모 주식은 안분비례 방식으로 매수하기로 했다. 예컨대 공개매수 경쟁률이 2대 1을 기록할 경우 A씨가 응모한 10주 가운데 5주만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매입하는 식이다. 다시 말해 경쟁률이 2대 1을 넘어서면 하이브가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 지분 15.78% 가운데 절반만 카카오의 공개매수로 매각하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이브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공개매수는 발행주식총수 중 일부만 취득하는 것"이라며 "공개매수에 응모한 총 주식이 최대 매수예정수량을 넘어서면 처분 주식 수와 처분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고 공시했다.
이렇게 되면 하이브가 카카오와 동거를 당분간 지속하며 협력관계를 맺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는 12일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를 중단한다고 밝히며 “양사의 플랫폼 관련 협업 방안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뤘다”고 밝힌 바 있다.
공개매수로 넘기지 못한 지분은 향후 블록딜을 통해 카카오 등에 넘길 가능성도 떠오른다.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장내매도할 경우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어서다. 하이브가 그동안 실리뿐 아니라 명분까지 의사결정에 반영한 만큼 SM엔터테인먼트 주주들의 입장을 배려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블록딜을 진행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공개매수를 진행한 뒤 6개월 동안은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대상 회사의 지분을 살 수 없다. 카카오가 블록딜로 적어도 6개월간 하이브에게서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살 수 없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시세를 반영해 가격을 산정하겠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12만~15만원선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그러나 이 역시 하이브와 카카오에게 새로운 숙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