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특정 분야에서 사람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안 하는 일을 새롭게 하기 위해, 못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잘하는 일은 더 잘하기 위해서다. 기업이 현재 발 딛고 있는 위치와 가고자 하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이 리크루팅(채용) 활동에 있다. THE CFO가 기업의 재무조직과 관련된 리크루팅 활동과 의미를 짚어본다.
최근 실적 확대와 주가 상승, 신용등급 향상이라는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낸 기아가 시니어급 IR담당자를 찾는다. 기업가치를 높이는 호재가 분명한 만큼 향후 채용될 IR담당자는 긍정적인 환경에서 시장 참여자들과 소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직속 상사는 IR담당인 정성국 상무다. 정 상무는 4년 전 외부에서 영입된 인물로 증권사 출신이다. 기아는 이번 시니어급 IR담당자 채용에서도 증권사 출신을 선호한다. IR조직의 카운트 파트너인 시장 관계자들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높고 애널리스트 출신일 경우 자동차 산업에 대한 이해도 갖추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아 IR조직은 주우정 부사장이 이끄는 재경본부장(CFO 조직) 산하에 있다.
◇IR 업력 충분한, 영어 실력 출중한 경력자 찾는 중
기아가 찾는 IR담당자 직급은 G2~G4다. 2019년 말 회사는 과거 6단계였던 직급을 4단계인 G1~G4로 통합했다. G1~G2는 매니저, G3~4는 책임매니저로 부른다. 과거 기준 최하 대리, 최상 부장급에 해당하는 인력을 찾는 셈이다. 지원 자격 중 하나도 유관 업무 경력 5~15년 이상이다.
이와 함께 증권업계 경험이 있는 인물을 선호한다. 이유는 시장 관계자로 직접 활동하며 상대적으로 다른 업계 출신에 비해 기관투자자와 신용평가사 관계자 등 투자자 네트워크를 다양하게 구축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IR담당자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가 인적 네트워크다.
증권사 출신의 IR담당자들은 기업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가령 지난해 지주사로 전환한 포스코그룹은 포스코홀딩스의 초대 IR팀장으로 삼성증권과 BoA메릴린치 출신의 한영아 상무를 영입했다. 멀리에서 찾지 않아도 기아 IR담당인 정 상무도 신영증권과 골드만삭스 출신이다.
더불어 원활한 영어 회화가 가능한 인물을 찾는다. 기아는 북미와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차량을 판매할 뿐 아니라 지난해 7억달러 규모의 외화채권을 발행하는 등 자금 조달도 한다. 2019년 40%를 웃돌던 외국인 지분율이 30일 현재 36% 수준으로 줄었으나 다양한 방식으로 외국인 투자를 확대 유치하는 데 관심이 크다.
해외 투자 유치 방법 중 하나가 적극적인 해외 IR 전개다. 기아는 매분기 진행하는 실적발표 외에도 매분기 북미와 유럽, 홍콩과 싱가포르를 직접 방문해 NDR(기업설명회 일종)을 진행한다. 또한 외국인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영문 IR사이트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IR담당자로서 영어 회화 능력은 필수인 셈이다.
◇역할은 사실상 딱 하나 '국내외 투자자와 소통'
기아가 IR담당자에게 바라는 역량은 곧 회사가 설정한 업무와 다름없다. 회사는 크게 4가지를 이번에 채용하는 시니어급 IR담당자의 역할로 정했다. △실적발표 IR 자료 제작 △국내외 로드쇼와 컨퍼런스 참석 △국내외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한 시승회와 공장투어 등 진행 △국내외 신용평가기관 평가와 심사 대응 등이다.
4가지로 분류했지만 사실상 하나로 요약할 수 있다. 바로 글로벌 시장 관계자와의 비대면·대면 소통이다. 이는 회사가 선호 역량으로 "열정적이고 적극적", "커뮤니케이션을 좋아하고 협업과 소통이 월활한" 등 두 가지만을 콕집은 이유로 풀이된다. 그만큼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IR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관계자와의 소통에 집중하는 만큼 거래소와 금융감독원 등 당국에 자료를 제출하는 공시 업무는 후순위인 것으로 판단된다. 일반적으로 공시 업무는 IR담당자의 전통적인 업무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국내외 투자자와의 미팅으로 출장이 잦을 것으로 판단돼 이를 후순위에 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기아는 실적과 주가, 신용등급 면에서 투자자가 관심 가질 만한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올해 주가는 30% 가까이 상승하며 8만원에 육박했다. 국내 매출 상위 10개 기업 중 연중 주가 상승률 1, 2위를 다툰다. 올해 3월 한국신용평가로부터 향상된 신용등급 'AA+/안정적'도 받았다. 약 4년만의 'AA+' 진입이다.
단 해외 신용등급은 제자리다. 일례로 기아의 S&P 신용등급은 'BBB+/안정적'이다. 2021년 'BBB+/부정적'에서 전망이 상향됐으나 여전히 등급은 'BBB+'에 머물러 있다. 2018년 'A-'에서 한 계단 떨어진 뒤 등급 조정까지는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이번 IR담당자는 해외 신용등급 향상을 목표로 투자자 소통을 전개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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