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복귀 후 첫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바로 직전일 주주총회에서 5시간에 걸쳐 주주들과 소통한 직후다. 쉰 목소리로 유튜브 방송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한시간 가량 본인의 귀환 이유와 앞으로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서정진식 소통'이 다시 돌아왔다. 국내 기업 중 오너가 대중과 직접 소통에 나서 가감없이 질문을 받고 각본 없는 대답을 주는 것은 셀트리온의 서 회장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역으로 그가 은퇴했던 지난 2년간 셀트리온의 대외활동은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아들인 서진석 공동의장이나 후배인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 중 누구도 서 회장 만큼 앞에 나서 회사를 PR하는 이가 없었다. 서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던 기간의 셀트리온은 전혀 다른 회사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다만 서 회장은 본인의 귀환이 일시적임을 명백히 했다. 다른 사내이사들보다 짧은 2년의 임기인 것도 그 이유다.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을 기회로 만들고자 돌아왔다"며 "회사를 더 성장시켜놓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다시 떠난 후에는 본인의 있고 없음에 차이가 느껴지지 않도록 해보겠다고도 말했다.
◇간담회 화두는 "신약, 3사합병, M&A, 미국 생산시설"서 회장은 마지막 임기 동안 바이오시밀러 회사 셀트리온을 신약회사로 재탄생시키고 3사 합병, 신성장동력 M&A 등 굵직한 이슈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성장하는 실적이 자연히 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 20년간 바이오시밀러로 성장한 셀트리온의 매출비중을 2030년까지 신약(오리지널의약품)이 40%를 차지하도록 키우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첫 신약은 램시마SC가 될 예정이다. 올 10월 중 신약으로 미국허가를 기대하고 있다. 피하주사 형태의 자가면역질환치료제로, 서 회장은 "램시마SC 제품 하나만으로도 미국시장에서 2조원 이상의 매출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 안구에 직접 주사를 하는 형태여서 페인포인트가 극명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를 신약형태로 개발할 여지가 있지만 다른 것들은 모두 신규 플랫폼 기술을 적용한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은 2024년에 임상에 들어가는 신약이 10개쯤 될 것"이라며 "모든 것을 스스로 할 수는 없고 일부는 공동개발, 기술이전의 형태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mRNA, 컨쥬게이션(약물합성), 이중항체, 항체경구투여 플랫폼을 확보 중에 있다. mRNA 플랫폼의 경우 올해 6월말까지 확보하는게 목표다.
이 외 케미컬의약품 영역에서도 개량신약 7개, 신약 2개를 연구개발 중이다.
또, "AI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헬스케어 연구 캐파를 더 키울 것"이라며 "시대의 변화에 같이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을 자체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올해는 작년보다 매출과 이익이 25~30% 신장할 거라고 본다"는 전망을 내놨다.
지난 2년의 은퇴가 정년을 채웠기 때문이었다고 말하는 서 회장은 올해 67세의 나이에도 '발로 뛰는 오너'가 될 생각이다. "미국과 캐나다에 구축한 직판망을 직접 진두지휘하며 영업에 뛰겠다"며 "한달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가 '미국내 제조'를 강조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1년 내로 미국 정부측의 구체적인 방안 제시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당초 중국에 지을 생각이었던 4공장을 계획을 철회했으니 생산시설을 미국에 절반, 한국에 절반 나눠지을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어느 장소가 좋을지, 어떤 인센티브가 주어지는가에 대해서 미국정부와 협의를 할 생각"이라며 "지금 현재도 미국에서 우리 제품이 9000억원 가량 팔리는데 중요한 시장과 시너지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을 피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합병은 금융시장 안정화시 4개월내에도 완료 가능"…5조원 M&A도셀트리온에 있어 회사의 펀더멘털을 재정립하는 것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현안은 합병이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3사 합병에 대해 "준비 단계는 거의 종료했고 금융시장의 안정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시장만 안정화 된다면 마일스톤을 제시하고 이어 최대 4개월 안에 합병 마무리가 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회사의 밸류가 저평가되어 있을 때 우리가 가진 잉여현금을 가지고 대규모 M&A 시장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작년부터 했다"며 "올 상반기가 끝나면 검토대상 회사가 10여개로 압축될 것이고 자금집행을 3분기 말부터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 현금성자산과 채권, 그리고 제 개인 주식을 스와핑 방식으로 하면 4조~5조원 정도의 재원이 있다"며 "필요하면 월가, 혹은 파트너십을 가지고 있던 투자자들과 함께 해 규모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헬스케어 산업에 시너지 효과가 있는 전후방 사업을 중심으로 미국, 유럽, 일본, 인도, 한국의 여러 회사들을 관찰하고 있다"며 "좋은 스타트업들이 재정적으로 어려워한다면 생태계 보강을 위해 투자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포스트 서정진'도 구상…후배들에게 건네는 바통서 회장 임기만료 후 셀트리온은 다시 선장 잃은 배가 되는건 아닐지. 서 회장은 "2년 후에 후배인 서진석 의장이나 기우성 대표, 김형기 대표가 어떻게 승계를 해 나갈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운을 뗐다.
"저는 사실 이렇게 성공한 사업가, 유명한 사업가가 될 줄 몰랐고 다만 직원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회사, 주주들이 투자하고 후회하지 않을 회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회사 모든 주식이 본인 명의로 되어있고 상속세가 60%, 양도세가 20%인 상황에 "제가 죽으면 우리 회사는 국영기업이 된다"고 농담했다. "현금여유가 없어 사전증여가 불가능하다"며 "가족에게 어떻게 상속되느냐보다는 더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게 관심사항"이라고 말했다.
아들인 서 의장에게는 물려받을 회사내 위치를 만들어 주는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떠오른다. 서 회장은 "그룹 중 셀트리온만을 얘기하자면 서진석 의장이 주로 신규제품, R&D 파이프라인을 보고 부자간에 격의없이 해외나 국내기업 투자, M&A등 전략을 살핀다"고 말했다.
또한 "서 의장은 관련분야 전공자이기 때문에 본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네트워크를 활용하는게 장점"이라며 "객관적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며 "회장 티가 나려고 한다"고도 아들을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