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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발행사 유동성

SK렌터카, 치밀했던 '타이밍'…위기극복 비결

①2월 2400억 공모채 성공…시장 면밀히 파악, A급 수요 예상 적중

이경주 기자  2023-03-02 08:00:50

편집자주

고금리 지속과 경기침체 우려. 2023년 우리 기업을 가장 위협하는 요인이다. 중소를 넘어 중견사들까지 유동성 관리에 불이 떨어졌다. 저금리 시기 빌린 수조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데 투자자들은 외면하고 있다. 그 와중에 실적 전망은 밝지 않다. THE CFO는 주요 중견사들의 유동성을 점검하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대응 전략을 취재한다.
SK렌터카는 신용등급 A급 발행사들에겐 모범사례와도 같은 조달 전략을 구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사채 만기는 올 하반기에 돌아온다. 하지만 만기까지 기다리겠다는 생각은 애초 하지 않았다.

어느 때보다 자본시장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기회가 있으면 잡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올 연초부터 시장 분위기를 예의주시했다. AA급 우량 회사채들에 대한 수요가 확인되고 금리까지 떨어지자 A급에도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판단하고 과감히 베팅했다. 물론 A급 중에서도 양호한 신용도를 갖췄기에 가능했다.

예상은 적중했고 2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저렴한 이자로 발행해냈다. 유동성 부담을 크게 덜어냈다.

◇작년 말부터 AA급 분위기 주시…금리 메리트 확신, 과감한 베팅

SK렌터카는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가 총 650억원이다. 2021년 9월 찍은 600억원 규모 회사채(46-1회)가 올 9월 만기다. 올 11월에도 50억원 규모 사모채를 갚아야 했다. 거액의 차환 자금이 필요한 것은 3분기다.



하지만 SK렌터카는 레고랜드 사태로 급격히 경색됐던 회사채 시장이 지난해 말부터 우량채 위주로 조금씩 풀리는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당시는 AA급도 위축된 상태라 A급은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실제 AA-급인 한화솔루션이 10월 중순 수요예측에서 1500억원 모집하는데 신청액이 130억원에 그쳤다. 그러다 12월 초 SK㈜(AA+) 2700억원, 직후 SK텔레콤(AAA)도 같은 달 중순 3100억원 어치를 찍는데 성공했다. 해가 바뀌면서 올 1월 비슷한 체급(AAA~AA) 발행사들이 줄줄이 도전했다. KT(AAA)와 포스코(AA+) 등이 연이어 사상 최대 신청을 받는 등 시장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억눌렸던 수요가 신용 위험이 낮은 발행사들에게 분출된 것으로 A급에 대한 투심은 반신반의했던 상황이다. 실제 효성화학(A0)이 1월 중순 1200억원 모집을 했다가 전략 미매각이 나며 현실을 드러냈다.

SK렌터카는 신용등급이 스플릿(신평사간 불일치)이 나있는 상태였다. 한국기업평가는 A+(안정적)를,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A0(긍정적)으로 평가했다. A+와 A0 사이에 있다. 완벽한 A+급도 아니기에 성공을 장담할 순 없었다.

다만 가능성을 확인한 지표가 있다. AA급에 투심이 대거 쏠리다 보니 이들 회사채가 금리가 비정상적으로 떨어진 것이다. LG화학(AA+)이 1월 27일 3년물을 3.725%에 찍었다. 같은 날 국고채 3년물 금리(3.31%)보다 0.4%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현재(2월 28일) 3.795%로 LG화학 금리보다 높아져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금리 메리트가 크게 떨어졌다. 일부 여신기관은 AA급 회사채 투자 수익률이 수신금리에도 못 미쳐 역마진이 우려됐다. 이에 SK렌터카는 수익률이 사대적으로 높은 A급에도 기회가 있을 거라 판단했고 과감히 베팅에 나섰다. 2월 2일 수요예측에 나섰다. 효성화학 이후 A0급(금융사 제외) 도전은 SK렌터카가 처음이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1200억원을 모집했는데 무려 1조68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이에 최종 2400억원으로 증액 발행을 결정했다. 흥행덕분에 금리도 좋은 조건으로 형성했다. 1.5년물은 4.37%, 2년물은 4.48%, 3년물은 4.579%다.


<자료:더벨 플러스>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불과 10여일 전 경쟁사 롯데렌탈은 SK렌터카보다 우량한 신용등급(AA-)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더 비싼 금리로 회사채를 찍었었다. 1월 30일 발행했는데 3년물 금리가 5.011%로 SK렌터카 3년물(4.579%)보다 0.4%포인트 이상 높았다.

SK렌터카 관계자는 “AA급 금리가 국고채 수준으로 낮아졌을 때 A급에 대한 수요가 분명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다른 발행사 몇 곳 분위기를 추가로 확인한 후 바로 발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단기차입금 상환…차입장기화, 비용절감 두 마리 토끼

조달 성공은 재무적으로 큰 힘이 됐다. SK렌터카는 2019년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공격적으로 외형성장을 도모해왔다. 그만큼 소요자금도 거액이라 차입을 병행해왔었다. 공모채 발행을 하지 않거나 실패했을 경우 성장이 제한되고 유동성 부담도 커질 수 있었다.

SK렌터카는 핵심 영업자산이 렌터카다. 렌터카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매출을 늘리는 길이다. 제조업으로치면 증설투자(자본적지출, CAPEX)과 같은 투자다. 다만 렌터카업체는 회계적으로 렌터카에 대한 투자(구매)를 CAPEX가 아닌 운전자본으로 분류한다.



SK렌터카는 운전자본투자액이 최근 5년간 항상 EBITDA(감가상각전영업이익)를 상회해왔다. 영업으로 창출하는 현금만으론 부족해 차입을 통해 투자금을 마련해왔다는 의미다. 실제 총차입금은 2018년 말 8037억원에서 2022년 3분기 말 2조2281억원으로 3배 가까이 불어났다.

올해도 자본시장이 경색된 와중에도 차환 이상의 조달이 필요했던 상황이다. SK렌터카는 2월 공모채로 차입장기화를 도모하기로 했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으로 단기성차입금은 약 6600억원으로 총차입금의 3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올 3월까지 만기도래하는 기업어음 1950억원 어치를 차환할 계획이다. 해당 기업어음은 작년 하반기 금리가 비쌀 때(5~8%) 발행한터라 차환으로 비용절감 효과까지 보게됐다.

남는 금액인 450억원은 렌터카 구매에 사용할 계획이다. 재무개선과 함께 성장도 지속할 여력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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