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준 하이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멀티 레이블 체제로 지배구조를 정비한 뒤 주주 환원 정책을 설계해가고 있다. 자회사인 레이블사로부터 배당이 유입되는 현금흐름을 구축한 뒤 하이브 자본 구조를 조정해 배당 재원을 만든다. 내년 주주 환원 정책 시행까지 남은 과제는 수익성과 현금흐름 관리다.
하이브는 내년부터 주주 환원을 예고했다. 올해 결산 실적을 토대로 내년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배당을 포함한 주주 환원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매년 연결 기준 지배주주 순이익 30% 안에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실시할 계획이다.
지난해까지는 주주 환원 정책을 시행할 재무 여건이 안 됐다. 배당 가능 이익을 확보해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하이브의 별도 기준 배당 가능 이익은 마이너스(-)449억원이다.
상법은 이익배당 한도를 규정하고 있다. 결산기 순자산(자본총계)에서 자본금·자본준비금(주식발행초과금 등)·이익준비금·미실현이익 등을 공제한 금액 내에서만 이익배당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이브는 지난해 말 별도 기준으로 자본총계(2조4456억원)보다 주식발행초과금(2조4699억원)이 더 큰 자본 구조였다. 비상장 주식 등이 포함된 회계 계정인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에서 발생한 평가 손실 2834억원이 자본총계 차감 요인이었다. 이익잉여금은 587억원으로 이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CFO는 주주 환원 정책 도입에 앞서 자본 구조부터 손보기로 했다. 오는 30일 주총에 자본준비금 1조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주식발행초과금 일부를 이익잉여금으로 옮겨 배당 가능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주식발행초과금은 하이브가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때 늘린 주주 납입 자본이다.
내년부터 안정적으로 주주 환원 정책을 펼치려면 자본 구조 변경이 불가피했다. 자본준비금을 감액하지 않으면 지난해처럼 비상장 주식에서 평가 손실을 인식하거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을 때 자본총계가 줄어들어 배당 가능 이익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는 2020년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뒤 주주 환원보다 투자에 집중했다. 유보 이익을 주력 사업에 재투자해 성장 동력 확보에 힘썼다.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매니지먼트사인 이타카 홀딩스(Ithaca Holdings) 등 굵직한 인수·합병(M&A)로 아티스트 라인업을 늘렸다.
2021년에는 분할·합병으로 사업 구조를 재정비했다. 하이브에서 방탄소년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레이블 사업을 떼어내 빅히트뮤직으로 물적분할했다. 동시에 하이브가 자회사 하이브쓰리식스티(음악·음반 유통, 광고·공연 기획 등)·하이브아이피(IP 관련 사업)를 흡수합병했다. 하이브는 전사를 총괄·관리하며, 각 레이블 IP를 바탕으로 2·3차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솔루션 영역에 집중하는 형태다.
아티스트를 육성하고, 음악 제작을 담당하는 레이블 영역 수익은 주로 자회사로 잡혔다. 하이브는 별도 기준으로 종속기업·관계기업 투자 주식을 장부금액으로 인식했다. 처분 이익은 기타수익으로, 배당금 수익은 금융수익으로 반영했다. 하이브가 별도 기준으로 이익잉여금을 누적해 빠르게 배당 가능 이익을 늘려가기 어려운 수익 구조였다.
올해 주총에서 배당 원천을 늘린 다음에는 전사 수익성과 현금흐름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 하이브가 거두는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에 따라 주주 환원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이브의 연결 기준 지배주주 순이익은 △2020년 857억원 △2021년 1368억원 △지난해 523억원이었다.
지난해에는 연결 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방향이 엇갈렸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5% 증가한 236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권 손상(787억원) 등 무형자산 손상차손 834억원이 기타비용(1543억원)으로 잡혀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928억원 감소했다.
주주 환원 자금을 집행하는 하이브 별도 기준 현금창출력은 개선됐다. 별도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0년 761억원 △2021년 246억원 △지난해 1499억원이었다. 2021년 분할·합병 뒤 지난해부터 자회사 빅히트뮤직에서 들어오는 배당금(813억원)이 영업활동현금흐름에 추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