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업계는 지난해 모처럼 우호적인 시장환경을 누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격히 오른 원자재 가격과 킹달러 현상이 상사업계의 최대 실적 경신을 이끌었다.
그야말로 '화려한' 부활이었다. 각 기업이 수출역량을 갖추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산업계에서 종합상사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상사업체의 전통적인 사업영역인 트레이딩 사업의 영업이익률이 낮아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여겨지기도 했다. 기존 사업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본격화한 자원개발 사업 등 신사업이 드디어 빛을 보고 있는 모습이다.
재도약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상사업체들이 어떤 방식으로 투자자들에게 보답했는지 주목된다. 건설·패션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삼성물산을 제외한 우리나라 대표 상사업체 포스코인터내셔널·LX인터내셔널·현대코퍼레이션의 주주환원 현황을 살펴봤다.
실제 지난해 초 3사에 투자했다면 연말에는 수익을 볼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년간 주가 추이와 더해 지난해 말 기준 주주명부를 토대로 지급하는 배당금을 더해 살펴본 결과다.
◇LX인터내셔널 TSR 39%, 주가와 배당 '쌍끌이'포스코인터내셔널·LX인터내셔널·현대코퍼레이션 모두 지난해 플러스 TSR(Total Shareholder Return·총주주수익률)을 기록했다. TSR은 주주가 일정기간 동안 한 기업의 주식을 보유했을 때 거둘 수 있는 수익을 나타내는 지표다.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을 고려해 1년 단위로 끊어 살펴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중 TSR이 높았던 기업은 단연 LX인터내셔널이었다. 지난해 LX인터내셔널의 TSR은 39%에 달했다. 무엇보다 주가의 상승흐름이 TSR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LX인터내셔널의 지난해 연말 시가총액은 연초 대비 28.9% 올랐다. LX인터내셔널이 주로 취급하는 팜오일과 유연탄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점이 주가 오름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넉넉하게 책정된 배당금 역시 TSR 수치를 대폭 끌어올렸다. LX인터내셔널이 지난해 사업연도에 대한 총배당금으로 책정한 금액은 총 1079억원이다. 1주당 3000원을 지급했다. 시가배당율은 7.3%, 연결 기준 배당성향은 20.9%로 나타났다. 직전해인 2021년 23.6%에 비해 배당성향이 줄었지만 당기순이익 자체가 큰 폭으로 올라 배당금 총액은 더 많았다. LX인터내셔널이 1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배당에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스코인터·현대코퍼, 결정적 요인은 '배당'LX인터내셔널과 달리 포스코인터내셔널·현대코퍼레이션은 주가흐름으로 주주들에게 수익을 안겨주지는 못했다. 지난해 초 2조7759억원이었던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시총은 같은 해 연말 2조7883억원이 됐다. 소폭 오르기는 했지만 큰 의미는 없는 수치다. 현대코퍼이션의 경우 시총이 지난해 연초 2196억원에서 연말 2143억원으로 2.4%가량 하락했다.
이같은 추이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 모두 플러스 TSR을 기록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현대코퍼레이션의 지난해 TSR은 각각 5%와 1%였다. 두 회사 모두 배당이 TSR을 높인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주가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는 가운데 배당을 통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배당에 쓴 금액은 1234억원으로 나타났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배당금 역시 창사 이래 가장 높은 규모다. 현대코퍼레이션의 경우 지난해 최대 실적을 달성하기는 했지만 총 배당금은 72억원으로 직전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매년 비슷한 규모의 배당을 집행하는 안정적인 배당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자사주 정책 꺼내들 가능성은포스코인터내셔널·LX인터내셔널·현대코퍼레이션은 자사주 매입 혹은 소각과 같은 주주환원 정책은 실시하지 않았다. 주가의 흐름이 크게 부정적이지는 않았던 만큼 자사주 정책을 꺼내 들 필요성이 적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주가 상황에 따라 자사주 정책을 실시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LX인터내셔널과 현대코퍼레이션은 모두 지난 2020년 '주가 안정화'를 명목으로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미 전력이 있는 만큼 주가가 하락할 경우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해 자사주 정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최근 시장 흐름에 발맞춰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는 일도 고려할 수 있어 보인다.
LX인터내셔널(당시 LG상사)은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LX인터내셔널은 397억원의 자사주만 매입한 후 자사주 매입을 위한 신탁 계약을 해지했다. 2020년 하반기에 접어들며 주가가 크게 상승해 주가 안정화를 위한 자사주 매입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듯하다.
현대코퍼레이션(당시 현대종합상사)도 비슷한 시기인 2020년 4월 9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개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약 6개월에 걸쳐 계획에 따라 자사주 매입을 완료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시장 및 회사의 상황에 맞게 필요시 배당 및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들을 균형있게 검토해 실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그간 주주환원 차원에서 자사주 정책을 펼친 이력은 없다. 다만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속한 포스코그룹 다른 계열사들이 자사주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