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그룹 지주사들의 투자형 지주사로의 전환은 최근 몇 년간 눈에 띄는 트렌드다.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만들고 나아가 '만년 저평가'에 갇힌 지주사의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방책으로 보인다.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 순수 지주사는 배당금·임대료·브랜드 수수료 외에 별다른 수익이 없다. 부가적인 이윤을 낼 수도 있을 뿐 아니라 그룹 전체 포트폴리오 관리에도 도움이 되는 투자활동은 지주사가 향할 수 있는 최선의 방향으로 여겨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SK㈜가 2017년 처음으로 투자형 지주사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이후 ㈜GS, 포스코홀딩스, HD현대 등 지주사들도 투자형 지주사로의 '변신'에 나서기 시작했다. 투자형 지주사로의 전환이 기업가치 상향으로 이어졌을까. 또 이런 전환이 주주들의 이익으로 돌아 수 있을까. 대표적인 투자형 지주사 SK㈜의 지난해 주주환원 현황을 순수 지주사 ㈜LG와 비교해 살펴봤다.
◇SK㈜ 기업가치, 투자활동보다 그룹 이슈에 '출렁'SK㈜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34조5496억원, 영업이익 8조750억원을 거뒀다. 직전해인 2021년에 비해 매출은 38.4%, 66.2% 늘었다. 자회사를 통해 전개하는 정유업에서의 사업 호조가 지분법 이익으로 반영되며 실적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굵직한 투자활동으로 투자형 지주사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해 1월 미국 세포·유전자 치료제 위탁생산기업(CDMO) CBM에 42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4월에는 국내 SiC 전력반도체 설계·제조사 예스파워테크닉스에 1200억원을 투입해 경영권을 인수했다. 테라파워, 아톰파워와 같은 유망 에너지 기업 투자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SK㈜가 지난해 투자에 쏟은 금액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실적도 올랐고 유망한 기업에 대거 투자를 했지만 주가는 하락 추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연초 주당 25만5000원으로 마감했던 SK㈜의 주가는 연말 18만9000원으로 25.9%나 하락했다.
복합적인 요인이 주가 하락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및 그룹의 주력 계열사 SK하이닉스의 실적부진,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 도입에 따른 SK E&S 수익성 악화 우려 등이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시장에서는 분석한다. SK온의 배터리 사업을 둘러싼 자금조달 이슈 등도 투자심리 위축으로 나타났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를 놓고 살펴보면 SK㈜의 투자활동이 그룹사의 각종 이슈를 뚫고 기업가치 제고를 이끌지는 못한 모양새였다. 이런 경향은 순수 지주사인 ㈜LG와 큰 차이가 없었다. ㈜LG의 경우 지난해 주식시장의 침체 속에서 전장 및 배터리 중심의 그룹 성장전략이 주가하락을 방어한 것으로 보인다. 연초 대비 연말 ㈜LG의 주가 하락폭은 3.6%에 그쳤다.
◇배당금 더 많이 주는 곳은 어디?양사는 모두 지난해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하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다양한 정책 중 투자자들이 느끼는 가장 직접적인 환원정책은 배당이다. SK㈜와 ㈜LG는 배당정책을 손보며 투자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나섰다.
SK㈜의 경우 배당수입의 30% 이상을 배당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며 배당정책을 명확히 했다. ㈜LG는 기존 '배당 수익을 한도로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일회성 비경상 이익 제외)의 50% 이상을 환원'하겠다는 기존 정책에서 '배당 수익을 한도로'라는 문구를 없앴다.
배당정책만 따지면 SK㈜보다 ㈜LG의 정책이 더 투자자들에게 전향적이다. SK㈜의 배당수익은 별도 당기순이익보다 낮은 경향을 보인다. 즉 SK㈜는 별도 당기순이익보다 적은 배당수익의 30%를 배당에 쓰는 셈이다. 반면 ㈜LG는 일회성 비경상 이익을 제외한 별도 당기순이익의 50%를 배당한다. ㈜LG의 정책이 배당 기준 및 수치 모두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책정한 배당금을 살펴보면, 절대적인 금액으로는 SK㈜가 지급한 주당 배당금이 ㈜LG보다 많기는 했다. SK㈜는 지난해 보통주 기준 주당 1500원의 중간배당, 3500원의 기말배당을 더해 총 5000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LG가 책정한 배당금은 보통주 1주당 3000원이다.
다만 실질적인 수익률로 따지면 ㈜LG가 더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G 배당금의 시가배당률은 3.7%로 집계됐다. SK㈜의 경우 2.5%로 계산됐다. SK㈜보다 ㈜LG 주주들이 배당으로 투자금 대비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셈이다.
배당에 투입한 총 금액도 ㈜LG가 더 컸다. 지난해 ㈜LG가 배정한 배당금 총액은 4745억원으로 나타났고, SK㈜는 2800억원을 지난해 실적에 따른 배당에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