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중 대표적인 저배당 기업으로 꼽히는 태광산업이 1990년대부터 매년 지급한 배당총액이 500억원이 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 이후 매년 외형 확장과 함께 순이익을 꾸준히 창출해왔으나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을 비롯해 배당총액이 매년 큰 변화가 없었다. 주주환원 확대 차원에서 배당성향을 높이고 배당정책과 관련 가이던스를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최근 재계 동향에 역행하는 사례로 꼽힌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지난 달 2022년 사업연도 실적에 기반해 보통주 주당 175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배당총액은 약 15억원이다. 태광산업의 작년 연결 순이익은 3418억원(비지배지분 제외)이다. 이를 토대로 계산한 연결 배당성향은 0.43%다.
금융감독원 공시(DART)로 확인할 수 있는 태광산업의 배당 이력은 1994년부터다. 당시부터 태광산업은 매년 1주당 1000~1925원의 배당금을 지급해왔다. 대부분 주당 1750원을 배당했다. 2018년 화학업 호황으로 대규모 이익을 올렸을 때도 주당 배당금이 3000원에 불과했다. 당시 배당성향은 1.18% 수준이었다.
1994년부터 작년까지 태광산업이 주주들에 나눠준 배당금을 모두 합치면 약 426억원이 나온다. 불황기를 제외하면 매년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왔던 태광산업이 약 30년 동안 배당한 금액을 모두 합친 것 치고는 상당히 미미한 금액이다.
배당성향 역시 대부분 0~1%대를 기록해왔다. 2012년(4.44%)과 2016년(10.30%) 이례적으로 배당성향이 높아졌던 적이 있지만 이때는 배당금 총액이 늘어나서가 아닌 순이익 감소가 주 요인이었다.
코스피 상장사들의 평균 배당성향과 비교하면 태광산업의 배당성향은 턱없이 낮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9~2021년 코스피 상장사들의 평균 배당성향은 41.25%, 39.55%, 35.41%이다. 순이익의 3~4할을 배당하는 것이 평균인 점을 고려하면 태광산업의 배당 의지는 사실상 없는 셈이나 다름없다.
배당 정책 등 재무 관련 이슈는 통상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몫이다. 다만 태광산업은 CFO들의 변동과 관계없이 일관적인 배당정책을 펴왔다. 현 CFO는 이명철 상무다.
배당에 대한 특별한 가이던스나 정책도 찾을 수 없다. 최근 많은 코스피 상장사들은 수시공시 등을 통해 향후 일정 사업연도 동안의 배당정책 등을 예고한다. 잉여현금흐름(FCF)의 일부를 배당하거나 일정 수준의 배당성향 이상을 유지하겠다고 밝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정책을 명문화하지 않더라도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가이던스를 기재해 배당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주고 있다.
30년 전부터 이어진 관습을 이어오고 있는 탓에 태광산업은 트러스톤자산운용 등 행동주의 자산운용사들의 타깃이 됐다. 태광산업의 지분 5.8%를 보유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주당 1만원의 배당을 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이외 △주식분할 △자기주식 취득 등을 주주제안으로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