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그룹 전자·휴대폰·반도체 장비 자회사인 한솔테크닉스가 1년여 전 인수한 '한솔아이원스'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기존 보유 차입금을 비롯해 사업 확장 과정에서 늘어난 차입금 등에서 발생하는 차환 이슈 등에서 한솔아이원스의 뛰어난 현금창출력이 든든한 재무 지원군이 되고 있다. 올해 적지 않은 차환 이슈를 해결해야 하는 한솔테크닉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유경준 상무 역시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 환경 악화에 조달 비용 '급상승'한솔테크닉스의 조달 환경은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한솔테크닉스는 최근 한 차례 공모채 발행을 제외하면 대부분 사모채 발행을 통해 운영자금 및 차환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다 2021년 후반기부터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조달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일반 사모채 뿐만 아니라 P-CBO(자산담보부증권) 시장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특히 작년 하반기 급격한 시장금리 인상이 한솔테크닉스에 부담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한솔테크닉스는 작년 11월 24일 3년 만기 200억원의 P-CBO를 포면이율 6.5%에 발행했다. 직전 발행은 작년 6월 말 2년 만기로 발행한 50억원의 사모채였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이율이 4.1%였다.
6.5% 채권이 발행되기 이전 시점인 작년 3분기 말 이미 한솔테크닉스는 이자비용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작년 3분기 누적 연결 기준 한솔테크닉스의 이자비용은 84억원으로 2021년 3분기 누적분(35억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한솔테크닉스는 올해 역시 만기가 도래하는 사모채 대응을 위한 차환 등에 기민하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까지 도래하는 사모채 규모는 450억원이다. 여기에 7월과 9월에 각각 70억원, 100억원의 사모채 만기가 도래한다. 각 채권들의 발행 당시보다 현 시장금리가 대거 상승한 상태이기 때문에 차환은 곧 조달비용 상승을 의미한다.
금융기관 차입금에 대한 만기 연장도 CFO의 대응 과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한솔테크닉스는 한국산업은행 등으로부터 350억원을 단기차입한 상태다. 이자율은 3.53~4.07% 수준이다.
여기에 자회사들의 차입금 관리도 한솔테크닉스의 모니터링 대상이다. 한솔아이원스를 제외한 나머지 자회사들은 작년 3분기 말 기준 △하나은행 △카시콘은행(KASIKORN BANK) △수출입은행 등으로부터 약 711억원의 단기차입금을 빌린 상태다. 한솔테크닉스 본사 단기차입금과 합치면 1061억원 규모다.
시설투자 등 자본적지출(CAPEX) 대응을 위한 재원 마련도 과제다. 한솔테크닉스는 작년 4월부터 세정코팅 고객수요 증대를 대응하기 위해 288억원을 들여 안성에 공장을 짓고 있다.
◇한솔테크닉스보다 돈 더 잘버는 한솔아이원스다행인 점은 한솔아이원스 인수 후로 연결 기준 커버리지 지표가 크게 개선됐다는 점이다. 한솔테크닉스는 작년 초 반도체 전공정장비 기업 '아이원스(현 한솔아이원스)'의 지분 34.47%와 신주 등을 총 1275억원에 인수했다.
삼성전자의 4대 사업부(CE, IM, DS, DP)가 주요 거래처였던 한솔테크닉스는 아이원스 인수 이후 DS(반도체)부문 까지 거래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한솔아이원스 인수는 주력 사업 분야를 액정표시장치(LCD)에서 반도체 장비까지 넓히는 상징적인 딜이었다.
한솔아이원스는 한솔그룹 편입 이후 곧바로 스스로 '캐시카우'임을 입증하고 있다. 작년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293억원, 297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무려 23%다. 한솔테크닉스의 작년 한해 연결 영업이익이 545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테크닉스 연결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한솔아이원스가 책임졌을 것으로 예측된다.
아이원스를 기반으로 한 연결 영업활동현금흐름(OCF) 개선으로 한솔테크닉스의 연결 현금성자산도 2021년 말 대비 증대되는 효과를 봤다. 2021년 말 기준 한솔테크닉스의 현금성자산은 871억원이었다. 작년 말 이 수치는 1605억원까지 늘어났다.
앞서 언급된 만기 도래 채권과 차입금 등을 보유 현금으로 대응할 수 있는 원천이 바로 이 현금성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CFO 입장에서는 새로 등장한 캐시카우인 한솔아이원스가 고금리 시기 차환 대신 상환을 택하는 등 여러 선택지를 만들어주는 든든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