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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

한솔제지, 올해 만기 도래 차입 '5400억' 대응법은

작년 특수지 '대박, 전사 수익성 제고…유동성 대응에 긍정적

박기수 기자  2023-03-06 15:27:18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더벨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국내 대표 제지기업 한솔제지가 작년 단기차입금 확대에 따라 올해 만기 대응 이슈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발행한 회사채들 중 상당 부분이 올해 만기가 집중돼 유동성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이 와중에 작년 기록한 '특수지' 사업 부문에서의 견조한 실적은 부채 대응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만기 도래 차입금 '5000억 이상'…대응 어떻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솔제지의 작년 3분기 말 별도 기준 단기차입금 잔액은 3417억원이다. 2021년 말에는 단기차입 잔액이 1211억원이었다. 9개월 만에 단기차입금 규모가 2.8배 이상 늘어났다.

신규 대출처에서 단기차입을 끌어 쓴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은 기존 차입처에서 단기차입금액을 늘렸다. 예를 들어 2021년 말 우리은행의 단기차입 잔액은 100억원이었는데 작년 9월 말에는 이 금액이 370억원으로 늘어났다. 산업은행에서도 단기차입 잔액을 700억원에서 900억원으로 늘렸다.

은행권 차입 외 회사채들 중 만기가 올해로 다가온 회사채도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5월 말 만기가 다가오는 제253회 공모채가 있다. 해당 공모채는 2020년 5월 3년 만기에 이자율 2.64%로 발행했다. 이외 사모채 시장에서 발행한 외화사채도 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남아있던 외화 사모채 잔액 중 올해 11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은 717억원이다.


은행권 단기차입과 더불어 회사채까지 올해 한솔제지가 대응해야 하는 금액은 약 5416억원으로 추정된다. 사내 상황에 따라 상환과 차환책을 적절히 섞을 것으로 예상되나 상당 부분이 차환될 것으로 예측된다. 보유 현금성자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작년 3분기 말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은 254억원에 불과하다. 올해 2월 말 만기가 도래했던 외화채 282억원은 동일 금액으로 이미 차환이 완료됐다.

차환이 이뤄진다면 조달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 이미 한솔제지는 작년 말 조달비용 상승을 경험했다. 증권정보포털 SEIBro에 따르면 한솔제지는 작년 11월 말 200억원의 사모채를 발행했다. 각각 100억씩 1년 만기와 2년 만기로 발행했는데 표면이율이 8%, 8.2%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연말 자금시장 경색으로 12월과 1월 운용자금 안정화를 위한 목적으로 사모채를 발행했다"라면서 "당시 시장 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못해 금리가 높게 발행된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수지 사업 '날개'…유동성 대응 숨통

이 와중에 받아든 작년 견조한 사업 성적표는 한솔제지로서 큰 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 부진했던 특수지 사업 부문이 대반전을 기록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솔제지는 작년 연결 매출 2조4580억원, 영업이익 1302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대비 매출은 34%, 영업이익은 2.14배 늘어났다. 2021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8342억원, 607억원이었다.

한솔제지의 사업 부문은 크게 세 곳으로 △인쇄용지 △산업용지 △특수지 사업 부문이 있다. 201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인쇄용지의 매출 규모가 가장 컸고 산업지와 특수지 사업이 비슷한 규모의 매출을 뽑아냈다. 그러다 2020년으로 접어들면서 산업용지와 특수지 사업의 매출이 점점 늘어났다.

작년에는 특수지 사업 부문이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했다. 특수지 사업의 매출은 7418억원으로 산업용지(6263억원), 인쇄용지(6725억원) 사업 부문보다 더 많은 매출을 기록했다. 특수지 사업 자체만으로 놓고 보면 2021년(5253억원) 대비 41.2% 매출이 늘어났다.


특수지 사업이 제대로 기여한 곳은 전사 영업이익이다. 특수지 사업은 2020년과 2021년 각각 48억원, 12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그러다 작년 776억원으로 대반전을 이뤄냈다. 인쇄용지(183억원)과 산업용지(731억원) 사업보다 더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특수지는 말 그대로 특수한 기능을 갖춘 종이로 산소와 수분을 차단하는 종이 포장재 '프로테고', 섬유 원단에 간접 인쇄하는 '전사지', 연소가 잘 되지 않는 '난연벽지', 라벨 스티커에 사용되는 '글라신지' 등이 있다. 이외 영수증, 티켓, 복권용지 등에 쓰이는 '감열지'도 특수지에 속한다. 일반용지 대비 고가로 구성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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