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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전투기 '판로 확대'로 가이던스 충족 사활

②'완제기 수출' 전망치 대폭상향, 주력기종 'FA-50' 수주성과 좌우

박동우 기자  2023-03-07 16:39:18

편집자주

IR은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위해 펼치는 주요 경영 활동 중 하나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선택'의 영역에 놓인 활동이라 기업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라 성과는 천차만별이다. 과거 실적을 돌아보는 데에서 그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시장 전망과 사업계획 등을 풍성하게 제공하는 곳도 있다. CFO와 애널리스트 사이 이견이 담긴 질의응답(Q&A)을 여과 없이 공개하는 상장사도 있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IR 활동을 추적해 공과를 짚어본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전투기 판로 확대'로 매출·수주액 가이던스를 충족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최근 3년새 실적 전망치에서 '완제기 수출'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대폭 상향됐을 정도로 해외 시장 개척의 중요성이 부각된 모양새다.

특히 주력 기종인 'FA-50'의 수주 성과가 가이던스 달성 여부를 좌우하고 있다. KAI가 폴란드, 말레이시아 정부를 상대로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중동, 미주 시장 석권을 목표로 분투하는 배경이다.

◇올해 매출 예상치 산정근거 '폴란드 계약분'

KAI가 올해 연결기준 매출 가이던스로 제시한 금액은 3조8253억원이다. 작년에 거둔 매출 2조7869억원과 견줘보면 37.3% 늘려잡은 수치다. 구체적으로 살피면 △국내 사업 1조7869억원 △완제기 수출 1조2354억원 △기체 부품 8030억원으로 설정했다.

2022년 실적과 비교해 단연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 부문이 '완제기 수출' 영역이다. 지난해 완제기 수출로 발생한 매출(1271억원)보다 9배 넘게 불어난 1조2000억원대로 예상했다. 국내 사업 매출이 전년 실적 대비 5.8% 감소하고, 기체 부품 섹터에서는 7.3%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 대목과는 대조적이다.



완제기는 제조 공정을 마무리한 완성품을 뜻한다. 항공기, 인공위성 등이 대표적이다. 완제기 수출 분야에서 발생하는 매출 전망치는 최근 3년 동안 가이던스를 통틀어 가장 많은 수준이다. KAI는 △2020년 5000억원 △2021년 4000억원 △2022년 3318억원 등의 예상치를 제시했다.

수출 실적에 기대를 거는 건 초음속 전투기 'FA-50'를 판매한 성과와 맞닿아 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인접국인 폴란드는 대대적인 군비 확충에 나섰다. 한국산 무기 제조사들에 러브콜을 보냈고, KAI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과거 KAI의 완제기 수주 실적이 아시아 권역에 국한했던 만큼 판로를 서구로 넓히는 의의가 존재했다.



2022년 9월에 폴란드 군비청과 30억1828만달러(4조2081억원) 규모의 수출이행계약을 체결하는 '잭팟'을 터트렸다. KAI가 2028년 9월 말까지 FA-50 경공격기 48대를 인도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선수금은 계약 총액의 30%인 1조2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11월 말에 받았다.

KAI는 짜여진 일정에 맞춰 올해 FA-50 전투기 12대를 넘긴다. 3분기에 4대를 먼저 공급하고 10~12월에 기체 8대를 납품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앞선 수주 결실 덕분에 매출 우상향 가능성이 뚜렷해진 만큼, 예년과 견줘 완제기 수출 실적 가이던스를 대폭 끌어올리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중동·미주 석권 로드맵 '호실적 기반'

신규 수주 가이던스에도 'FA-50 전투기'의 존재감이 녹아들었다. 올해 수주액 전망치 4조4769억원 가운데 완제기 수출 부문에서 1조1669억원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측했다. 전체 수주 금액의 26.1%를 차지한다. 예상치를 낙관한 근거는 말레이시아 국방부와 맺은 계약에서 찾을 수 있다.



2022년 초에도 말레이시아 정부와 FA-50 공급 계약이 연내 맺어질 거라는 전망을 가이던스의 판단 근거로 제시했으나, 현지 정권 교체 여파로 체결 시점이 2023년으로 늦춰지는 바람에 지난해 신규 수주 성과로 반영되지 못했다.

말레이시아 계약 건은 KAI가 동남아 시장을 눈여겨보고 2019년에 전투기 공급 입찰 제안서를 내면서 첫 발을 뗐다. 인도, 중국, 러시아, 이탈리아, 튀르키예 등에 포진한 업체들과 경합한 끝에 올해 2월 9억1970만달러(1조1952억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FA-50 전투기 18대를 말레이시아 당국에 공급하는 내용이 골자로, 납기는 2029년 8월까지다.



KAI는 '완제기 수출'을 실적 퀀텀점프의 동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단순히 전투기 납품을 넘어서 기체 부품의 판로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유지·보수만 원활히 이뤄지면 짧게는 30년, 길게는 50년가량 전투기를 운용할 수 있는 대목과 맞물려 있다.

당장 눈여겨보는 시장은 이집트다. 중동 권역의 방산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로드맵의 연장선에 있다. 현지 정부가 신형 전투기 36대 확보 계획을 공개한 만큼, KAI는 2024년까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 국방부의 발주 동향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늦어도 2025년까지 공군 전술훈련기 280대를 도입하는 구상을 세웠기 때문이다. 해군에서도 고등훈련기와 전술훈련기를 통틀어 220대를 새롭게 배치할 예정이다. KAI는 지난해 6월 록히드마틴과 전투기 판매에 초점을 맞춘 협력합의서(Teaming Agreement)를 체결했다. 수주전을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취지가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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