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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던스 10년' KAI, 실적격차 널뛰기 개선과제

①초기 '이익 전망치'도 제시, 2018년부터 '매출·수주'로 개편

박동우 기자  2023-03-06 17: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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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은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위해 펼치는 주요 경영 활동 중 하나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선택'의 영역에 놓인 활동이라 기업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라 성과는 천차만별이다. 과거 실적을 돌아보는 데에서 그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시장 전망과 사업계획 등을 풍성하게 제공하는 곳도 있다. CFO와 애널리스트 사이 이견이 담긴 질의응답(Q&A)을 여과 없이 공개하는 상장사도 있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IR 활동을 추적해 공과를 짚어본다.
국내 방산 기업으로 손꼽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첫 가이던스(guidance)를 낸지 10년이 지났다. 과거에는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전망치도 제시했으나, 2017년 분식회계 논란을 겪은 이래 '매출·수주' 예상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개편했다.

예측과 실적의 격차가 매년 널뛰기하듯 벌어지는 현상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수주액 가이던스와 실적 간 오차율의 변동성이 극심했다. 전망치가 투자자의 기업 가치 판단을 보조하는 데 기여하는 만큼, 간극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이 앞으로 IR(Investor Relations) 실무진들에게 주어진 과제다.

◇상장 계기 시작, '분식회계 논란'으로 가이던스 변화

KAI가 처음으로 실적 전망을 제시한 시점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회계 관리와 자금 조달을 총괄하던 인물은 이동신 재무관리실장이었다. 앞서 2011년 6월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만큼, 상장사로서 기업 정보 공개의 범위를 넓힐 필요성이 대두됐다. 매출, 영업이익, 수주액 등 3대 지표의 가이던스를 안내하면서 첫 발을 뗐다.

전망치 공개 항목은 여러 차례에 걸쳐 변화를 겪었다. 수주 금액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예상치 공시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신 실적설명회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나 최고경영자(CEO)가 구두로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다. 연간 신규 수주 규모가 △2012년 2조335억원 △2013년 6조1000억원 △2014년 2조4000억원 등으로 변동성이 컸던 만큼, 명문화된 방식으로 가이던스를 안내하는 데 부담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가이던스 항목에서 수주액이 한동안 사라지고, 당기순이익 예상치가 빈 자리를 채웠다. 2015년에는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 전망까지 제시했다. 2014년 이래 2016년까지 KAI가 공시한 순이익 실적은 해마다 가이던스를 웃돌았다.

매출과 수주액 전망만 공시하는 현행 방식이 자리잡은 건 2018년이다. 문석주 재경실장의 부임을 계기로 기존 가이던스 항목 중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사라졌다. 직전 해인 2017년에 분식회계 논란이 불거진 대목과 맞물렸다. 2013년부터 2017년 1분기까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부풀렸다는 혐의가 드러나면서 경영진이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분식회계 논란을 겪으면서 KAI는 매출을 인식하는 기준을 바꿨다. 회계업계의 지적을 받아들여 대금을 지급하는 즉시 수익으로 반영하던 방식을 폐기했다. 대신 사업 진행률에 맞춰 실적을 계상하기 시작했다. 과거 매출·영업이익을 포함해 2017년 당시 가이던스도 바로잡았다. 그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3401억원에서 마이너스(-) 919억원으로, 당기순이익 예상액 역시 2300억원에서 -1503억원으로 수정됐다.


◇수주액 변동성 극심, '국제정세·경제환경' 변수

위기를 수습하는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로 '투자자 신뢰 회복'이 부각됐다. 이익 가이던스의 경우 최초 예상값과 수정치 사이 간극이 심한 만큼, 꾸준히 전망을 내놓기에 여의치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국내외에 무기를 공급하는 본업 특성을 감안해 수주액 전망 공시를 부활하는 결정을 내렸다.

매출과 수주액에 한정해 가이던스를 낸지 6년차에 접어들었다. 최근 5년 동안 매출을 살피면 2019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실적이 전망치에 못 미쳤다. 2020년에는 실적과 예상치의 오차율이 -14.3%까지 떨어졌으나 △2021년 -9.3% △2022년 -5.5% 등으로 점차 간극을 좁히는 양상이다.


수주액에서는 예측과 실제 성과의 괴리가 더욱 극심하게 나타났다. 국제 정세, 경기 변동 등의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2019년과 지난해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9년 초 KAI는 그해 연간 신규 수주 규모를 2조6240억원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실적을 집계한 결과 1조4775억원으로 나타났다. 당초 가이던스보다 77.6%가량 적은 금액이었다.

2022년에는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신규 수주 성과를 일궈냈다. 4조1890억원 규모의 수주액 실현을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예측한 값의 2배가 넘는 8조7444억원이었다. 당초 6098억원으로 내다봤던 기체부품 영역에서 3조6092억원의 수주 성과를 실현한 덕분이었다.

1조3160억원으로 설정했던 완제기 수출 부문 역시 3조6626억원의 결실을 거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동유럽에 안보 불안이 고조됐고, 폴란드 정부를 상대로 경공격기 FA-50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KAI 관계자는 "그동안 완제기 수출 부문에서 금액 가이던스와 실적의 격차가 상대적으로 컸다"며 "외국 경제환경, 안보 정세, 상대국 정부 예산 등의 정보를 최대한 수집해 전망 정확성을 제고하는 데 주력했으나, 실제 전개 상황과 예측이 들어맞지 않으면서 가이던스 역시 실적에 부합하기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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