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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절차 변화 바람

한화그룹, 무배당 금융 계열사부터

⑨금융 3사만 정관 개정, 사업 재편 마친 ㈜한화 행보 '주목'

심아란 기자  2023-03-02 16:39:19
한화그룹이 일부 계열사에 한정해 배당 절차 개선을 추진한다. 한화생명 등 금융 3사가 올해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선제적으로 손본다.

지난해 사업구조 재편을 마친 지주회사 한화와 비금융 계열사는 연말에 배당 주주를 확정하고 이듬해 주주총회에서 배당액을 결정하는 관행을 유지한다. 금융 계열사 3곳의 경우 무배당 기조를 유지한 만큼 배당을 재개해 주주환원 효과를 극대화할지 주목된다.

◇금융 3사 배당 절차 개선, 관건은 배당 재개

2일 기준 한화그룹 내 7개 상장사는 정기주주총회 소집 결의를 마쳤다. 주총에 상정한 안건을 살펴보면 한화생명·한화손해보험·한화투자증권 등 금융 3사는 배당 절차 제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앞서 올해 초 금융위원회가 배당금액을 정한 이후 권리 주주를 확정하도록 배당 절차 제도 변경을 예고한 상태다.

구체적으로 한화그룹 금융 3사는 배당 기준일을 의결권 기준일과 분리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매년 결산 시점에 맞춰 배당 받을 주주를 확정해 왔다. 이 경우 주주들이 배당금을 예상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투자 의사결정을 내려야 했다. 앞으로는 주주총회 이후에 권리 주주를 확정해 배당 수익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목표다.


다만 한화그룹의 금융 3사는 올해 배당을 실시하지 않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한화생명의 경우 2021년까지만 해도 매년 배당을 진행했으나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미배당을 결정했다. 부채적정성평가(LAT)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2021년 말 재무건전성 준비금 9685억원을 적립하면서 배당 여력이 위축된 데 영향을 받았다.

증권업계에서는 한화생명이 새로운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을 도입하면서 재무건전성 준비금 환입을 통해 다시 배당재원을 확보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에 배당절차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 의안이 통과될 경우 당장 내년부터 주주 편의성을 고려한 배당이 가능해진다.

한화손해보험은 2019년을 끝으로 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실적 악화와 자본잠식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들어 수익성 회복이 뚜렷해지고 자본건전성이 개선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2020년까지 배당재원이 없었다. 이듬해 수익 개선 등에 힘입어 배당을 실시했으나 지난해 다시 적자로 전환하면서 배당 기조를 이어가진 못했다. 그룹 내 상장사와 비교하면 배당 정책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배당성향 30% 유지를 목표로 하는 만큼 추후 배당 재개에 따른 주주환원 극대화가 기대된다.

◇사업경쟁력 키운 ㈜한화에 쏠린 눈

한화그룹 내 비금융 4개사는 배당절차 개선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한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이 해당된다. 이 가운데 한화솔루션을 제외한 나머지 3곳은 꾸준히 배당을 실시한다.

그룹 지주회사이자 지난해 사업구조 개편을 마치고 사업경쟁력이 커진 한화의 행보가 관심거리다. 한화는 작년 11월에 한화건설을 흡수합병하면서 실적 개선 기대감도 높아졌다. 2016년에는 확정 배당을 보장하는 신형우선주를 발행해 주주친화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한 가지 미흡한 부분으로는 보통주에 대한 배당 정책의 부재가 지목된다. 지난해 재계 순위(자산총액 기준) 10위권 업체들과 비교하면 배당 정책을 수립하지 않은 비금융 지주회사는 한화가 유일하다. 상위 그룹 가운데 SK·LG·롯데지주·포스코홀딩스·GS·HD현대 등은 모두 구체적인 배당 계획을 주주에게 정기적으로 안내한다.


앞으로 주주의 권리 보장을 강화하려면 배당 정책 수립과 함께 배당 절차 개선이라는 두 과제가 주어진 상태다. 내년부터는 거래소에 제출하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배당 정책 개선 여부도 기재해야 한다. 준수하지 않을 경우 이유와 계획을 설명해야 하는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도 변화는 필요하다.

한화는 지난해 제출한 보고서 기준 지배구조 핵심지표 15개 가운데 9개를 지키고 있다. 10대그룹 비금융 지주회사 중 롯데지주와 함께 가장 낮은 준수율이다.

한화 관계자는 "배당절차 변경은 그룹 내 회사들마다 상황에 맞게 판단해 결정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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