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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특정 분야에서 사람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안 하는 일을 새롭게 하기 위해, 못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잘하는 일은 더 잘하기 위해서다. 기업이 현재 발 딛고 있는 위치와 가고자 하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이 리크루팅(채용) 활동에 있다. THE CFO가 기업의 재무조직과 관련된 리크루팅 활동과 의미를 짚어본다.
지난해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받은 LG생활건강 IR부서의 팀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이직했다. 명시적 책임이 거론된 건 아니지만 해당 제재 조치 이후 기존 LG생활건강 IR부서 임원과 팀장 등 관리자급이 전부 이동하게 됐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재완 LG생활건강 IR팀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이직했다. 전 팀장이 이동하자마자 준비한 가장 큰 IR행사는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였다.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최대 투자 행사로 손꼽는 행사로 코로나19 이후 3년만에 대면으로 진행됐다.
행사에서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생산능력과 포트폴리오, 글로벌거점 등 3대 성장축을 기반으로 한 주요 성과와 올해 사업 방향, 중장기 비전 등을 발표했다. 국내기업으로는 처음으로 7년 연속 메인 트랙에서 발표를 진행한 케이스다.
특히 3년만의 대면 행사인 만큼 IR업무를 오랜시간 담당해온 전 팀장의 역할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로나19 이후 IR을 더 공격적으로 하기 위해 팀장급을 구하던 와중에 전 팀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옮기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지난해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된 파장이 이어진 결과라는 평이 나온다. 당시 IR부서였던 M&A·IR부문에서 2021년 4분기 실적공시 전 매출 관련 일부 내용을 증권사 측에 전달한 게 원인이었다.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에 따르면 매출액, 영업손익, 당기순손익 등 실적 관련 내용은 거래소에 먼저 신고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2021년 4분기 LG생활건강 실적이 시장전망치를 하회했다며 당시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하면서 주가가 13% 넘게 떨어진 영향도 컸다"면서 "다른 부서가 아닌 IR부서에서 문제가 생긴 만큼 이에 대한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M&A·IR부문 임원이었던 문선화 상무도 올해부터 신설부서인 해외사업혁신부문으로 이동했다. 아예 기존 M&A·IR부문을 해체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이뤄진 인사다. 기존 조직이 맡았던 IR 업무는 금융부문 아래로 이관됐다.
문 상무는 LG생활건강 입사 후 IR팀장, IR부문장, M&A·IR부문장을 연이어 맡는 등 오랜시간 IR 관련 재무파트에서 일했다. 국제회계사(AICPA) 출신에 숫자에도 밝은 영향이 컸다. IR 전문가였던 문 상무가 갑자기 IR부문을 떠나 신설부서로 이동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문 상무 부서 이동은 조직개편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동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 팀장의 경우 잘 알지 못하지만 몇 년간 집에서 먼 거리를 출퇴근하면서 이직을 결심한 것으로 들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