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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의 승부수

EBITDA 개선만 해결 과제일까

⑤모회사 전문경영인-자회사 오너 CEO 구도, 주요 기업집단 중 '유일'

박기수 기자  2023-02-21 16:13:17
SK온이 조달과 재무구조 관리에 더욱 애를 먹을 수밖에 없는 요인은 '사업성'에 있다. SK온은 아직 배터리 사업으로 현금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이 투자재원을 마련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이뤄낼 수 있는 원천이 없다는 의미다.

◇올해 EBITDA 개선?

2021년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중장기 사업계획 공시를 통해 올해 배터리 사업에서 2022년 영업이익 흑자전환, 올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목표치로 1조원을 제시했다. 다만 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율 이슈 등 경영 환경이 악화하면서 애초에 내걸었던 목표와는 거리가 먼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SK온은 작년 연결 기준 영업손실로 9912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누적 EBITDA는 마이너스(-) 4468억원이다.

다만 서서히 현금흐름 창출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작년 3분기에도 3개월치만 보면 최초로 EBITDA 흑자(94억원)를 기록했다. 이달 초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SK온이 올해 EBITDA 연간 흑자를 기록하고, 내년에는 영업이익도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재계에서 찾아보기 희귀한 거버넌스

EBITDA와 영업이익 개선이 '시간 문제'라면, SK온의 과제는 모두 사라지는 것일까. 일각에서는 재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모회사-자회사 간 거버넌스 구도를 언급한다.

21일 현재 지주사 체제의 주요 대기업집단의 지주사(모회사)-계열사(자회사) 이사회 구성에 따르면 모회사 최고경영자(CEO)가 전문경영인이고, 자회사 CEO가 오너경영인인 곳은 SK그룹(SK이노베이션-SK온)이 유일하다. SK이노베이션에는 김준 부회장이, SK온에는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SK그룹의 다른 계열관계 속에서는 이런 관계를 찾아볼 수 없다. 지주사 SK㈜에 최태원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기타 자회사들은 전문경영인 CEO다. SK텔레콤·SK스퀘어의 대표이사도 전문경영인이다. SK스퀘어의 자회사 SK하이닉스 역시 전문경영인 CEO(박정호 부회장)다.

기타 기업집단에도 '모회사 전문경영인 CEO-자회사 오너 CEO'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LG그룹의 경우에도 지주사에 오너 경영인인 구광모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자회사인 LG화학·LG에너지솔루션·LG전자 등에는 전문경영인 CEO가 배치돼있다. HD현대그룹 역시 지주사인 HD현대에 정기선 대표이사가, 자회사 현대중공업·현대오일뱅크 등에는 전문경영인 CEO가 있다.

모회사와 자회사 CEO가 모두 오너인 경우도 많다. 한화그룹과 GS그룹, 한진그룹 등이 여기에 속한다. ㈜한화-한화솔루션, ㈜GS-GS에너지, 한진칼-대한항공 모두 동일인 혹은 동일인의 가족 구성원들이 각각 모회사와 자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SK이노베이션같은 지주사는 자회사들의 주식을 소유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자회사들의 현황을 관리하는 주체다. 통상 지주사의 자회사는 경영 현황이나 주요 경영 이슈 및 리스크 등을 지주사에 '보고'하는게 일반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이 지주사에 있고 오너가 자회사 CEO를 맡는 현상은 형식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지만 국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구조"라면서 "모회사와 자회사 간의 소통과 상호 협조 과정에서 두 경영인 간의 호흡이 다른 그룹보다 더욱 중요해보인다"고 말했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2010년대 취업제한 때문에 계열사의 미등기임원을 지내다 SK온이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물적 분할 이후 탄생한 후 2달 뒤인 2021년 12월 중순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경영 복귀 이전에도 최 수석부회장은 그룹 배터리 사업의 총괄 역할로 각종 현안을 보고받았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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