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멘트 ‘빅(BIG) 3’(출하량 기준)는 이사회 구성에서 차이가 뚜렷하다. 사모투자펀드(PEF)와 오너 일가로 지배구조가 다른 점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같은 오너회사라도 오너 일가의 개입 정도에 따라 세부구성이 달라진다.
쌍용C&E는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해 사내이사를 없애는 한편 지배회사인 한앤컴퍼니(한앤코) 임원진이 기타비상무이사로 대거 선임돼 이사회를 손에 쥐었다. 한일시멘트와 아세아시멘트는 오너 일가가 사내이사로 등재돼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운데 아세아시멘트가 사내이사에서 오너 일가의 비중이 더 높았다.
◇쌍용C&E, 한앤코 임원 ‘기타비상무이사’ 이사회 장악…집행임원제 도입PEF 한앤코는 2016년 4월 쌍용C&E를 인수하면서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등 이사진도 대거 물갈이했다. 한앤코는 사실상 1대 주주였던 한국산업은행을 포함한 출자전환주식매각협의회와 2대 주주였던 일본 태평양시멘트가 보유한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쌍용C&E를 인수했다. 기존 쌍용C&E 이사진은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6명으로 구성됐는데 사내이사 4명 중 3명이 산업은행과 일본 태평양시멘트 측 인물이었다.
한앤코는 쌍용C&E 인수 초기 한앤코 소속 임원을 쌍용C&E 사내이사로 포함시켰다. 윤여을 회장과 이동춘 부사장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2017년 3월 윤여을 회장과 이동춘 부사장의 지위를 기존 사내이사에서 기타비상무이사로 변경하면서 사내이사 자리를 없앴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이어오는 기타비상무이사와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 체제가 정착됐다.
앞서 2016년 10월에는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하면서 이사회와 집행부를 분리시켰다. 이에 따라 쌍용C&E 집행임원진은 이사회에서 배제됐다. 명목상으로는 이사회의 감독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집행부에 책임경영을 부여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집행임원을 이사회 결의로 선임하기 때문에 이사회를 장악한 한앤코의 쌍용C&E에 대한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홍사승 대표집행임원 회장, 이현준 대표집행임원(총괄) 사장, 김두만 재무부문 총괄 부사장, 이병주 CSM 및 지원부문 담당 부사장, 지준현 시멘트영업 및 슬래그시멘트 사업부문 총괄 부사장 등 핵심 임원진은 모두 집행임원으로 분류돼있다.
집행임원제도는 한앤코를 포함한 PEF 운용사가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도입하는 보편적인 장치다. 한앤코는 또다른 포트폴리오 기업인 한온시스템이나 케이카에도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한온시스템 이사회는 윤여을 회장, 한상원 대표이사 사장, 배민규 부사장이, 케이카 이사회는 윤여을 회장, 조성관 부사장, 김성주 부사장이 각각 장악하고 있는 형태도 동일하다.
쌍용C&E 이사회는 기타비상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을 합해 총 7명으로 구성돼있다. 기타비상무이사에는 윤여을 회장, 조성관 부사장, 김성주 부사장 등 한앤코 측 인물이 포진해있으며 윤여을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있다. 쌍용C&E는 다음달 29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이들 기존 기타비상무이사 전원에 대한 재선임을 예고한 상태다.
윤여을 회장은 1956년생으로 일본 조치대를 졸업했으며 한앤코 설립자인 한상원 사장과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 때 인연을 맺어 2011년 한앤코에 합류했다. 이전에는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소니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을 잇따라 역임해 ‘소니맨’으로 불렸다.
조성관 부사장은 1982년생으로 미국 스탠포드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MBA를 마쳤으며 김성주 부사장은 1972년생으로 중앙대를 졸업하고 소니코리아와 웅진식품에서 본부장을 역임했다.
◇한일시멘트, 오너 일가 지배력 확고…CSO도 등재PEF 운용사가 최대주주인 쌍용C&E와 달리 한일시멘트와 아세아시멘트는 탄탄한 오너십을 기반으로 한다. 이 때문에 이사진에 오너나 오너 일가가 사내이사로 포함돼있다. 쌍용C&E가 감사 선임 없이 이사회 내에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가동하고 있지만 한일시멘트와 아세아시멘트는 감사를 선임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한일시멘트의 경우 전통적으로 이사회를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사내이사수를 사외이사수보다 많이 두는 것이 특징이다. 상법에 따르면 자산규모(별도 기준)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사외이사가 3명 이상이면서 이사 총수의 과반수가 돼야 한다. 하지만 2021년말 한일시멘트 자산총계는 2조원보다 적은 1조8792억원으로 이 의무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한일시멘트는 2018년 7월 인적분할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신설회사가 한일시멘트가 되고 존속회사가 한일홀딩스가 됐다. 분할 직전인 2017년말 한일시멘트의 이사진은 총 5명으로 구성됐으며 이 중 3명이 사내이사, 2명이 사외이사였다. 사내이사로는 오너인 허기호 대표이사 회장을 포함해 곽의영 전 대표이사 사장과 장오봉 전 영업본부장 부사장이 포함됐다.
분할 후 가장 큰 변화는 허기호 회장이 한일홀딩스 사내이사로 남으면서 한일시멘트 사내이사에 허기호 회장의 동생인 허기수 당시 경영·관리·기술 총괄 부사장이 등장한 점이다. 분할 직후인 2018년말 한일시멘트 이사진은 총 4명으로 구성됐으며 이 중 사내이사가 곽의영 전 사장, 장오봉 전 부사장, 허기수 당시 부사장 등 3명이었다. 이후 한동안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1명의 체제가 유지되다 2022년 들어 또 한번 변화를 맞았다.
변화의 계기는 2021년 11월까지 전근식 대표이사 부사장과 각자대표이사를 맡았던 허기수 당시 사장이 부회장 승진과 동시에 대표이사를 사임하면서부터다. 허기수 부회장은 사내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으로만 남았다. 여기에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신설해 사내이사에 편입시킨 점도 주효했다. 이에 따라 2022년 3월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1명이 추가돼 이사진이 총 6명 체제로 재편됐다.
현재 사내이사에는 허기수 부회장, 전근식 부사장, 이노선 영업본부장 전무, 오해근 안전실장(CSO) 상무가 포함돼있다. 허기수 부회장은 1970년생으로 허정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의 삼남이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UC버클리 MBA를 마쳤다. 전근식 부사장은 1965년생으로 한양대를 졸업하고 한일시멘트 경영지원본부장, 한일현대시멘트 본사 총괄 부사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일시멘트 대표이사 외에도 한일홀딩스 대표이사(사내이사)와 한일현대시멘트 대표이사(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1967년생인 이노선 전무는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고려대 EMBA를 취득했다. 한일현대시멘트 본사 영업총괄과 총무인사담당을 거쳤다. 1965년생인 오해근 상무는 한일시멘트 인천공장장을 거쳐 한일시멘트 기술연구소장과 여주공장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일시멘트 안전실장 외에도 한일현대시멘트 안전실장(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아세아시멘트, 사내이사수 6명 ‘압도’…이훈범·이인범 포함아세아시멘트는 2013년 10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부터 사내이사 6명과 사외이사 2명의 이사 총수 8명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아세아시멘트도 한일시멘트처럼 인적분할 당시 신설회사가 아세아시멘트가 되고 존속회사가 아세아㈜가 됐다. 아세아시멘트도 2021년말 자산총계가 1조1712억원으로 사외이사 과반수 선임 의무를 적용받지 않는다.
아세아시멘트는 사내이사에서 오너 일가의 비중이 높은 점이 특징이다. 이훈범 회장과 이인범 부회장이 사내이사에 포함돼있다. 이병무 아세아㈜ 명예회장의 장남이 이훈범 회장이고 차남이 이인범 부회장이다. 이훈범 회장은 1969년생으로 아세아㈜ 대표이사 회장(사내이사), 아세아제지 회장(사내이사), 한라시멘트 회장(사내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이인범 부회장은 1971년생으로 아세아㈜ 부회장과 아세아제지 부회장(사내이사)에도 올라있다.
이외에는 임경태 생산총괄 대표이사 사장, 김웅종 영업총괄 대표이사 전무, 양승조 경영지원본부장 전무, 최병준 생산본부장 상무가 사내이사에 올라있다. 임경태 사장은 1961년생으로 충북대를 졸업하고 한라시멘트 생산본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라시멘트 대표이사 사장(사내이사)도 겸임하고 있다.
김웅종 전무는 1961년생으로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아세아시멘트 시멘트영업팀장과 영업본부장을 거쳤다. 1958년생인 양승조 전무는 청주대를 졸업하고 아세아시멘트 재무팀장을 역임했다. 1964년생인 최병준 상무는 인하대를 졸업하고 아세아시멘트 공무팀장을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