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이 파격적인 새 주주환원책을 앞세워 유상증자 악령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최근 4년 간 총 1조9000억원 규모 유증 여파로 주가 저평가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배당, 자사주 소각 정책을 재정비해 주가 침체에서 탈출하고 주주 신뢰를 되찾는 게 급선무다.
오는 5월로 예정된 전환우선주 보통주 전환이 분수령이다. 7500억원 규모로 보통주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주식 가치 희석이 예상된다. 신한금융이 주주 가치를 지킬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신뢰 회복이 가능하다.
◇주주환원 강화에도 '유증 전 주가' 하회국내 금융지주 주가는 PBR(주가순자산비율) 0.4% 수준으로 전반적인 저평가 상태에 있다. 금융 당국이 코로나19 여파를 감안해 2020년 배당 성향을 제한한 것도 이후 주가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 신한금융의 경우 타 금융지주와 달리 유증이 추가적인 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신한금융은 2019년 7500억원, 2020년 1조1582억원 규모로 유증을 단행했다. 2019년 2월 12일 유증 발표일 종가 기준으로 4만2450원이었던 주가는 이듬해 유증이 알려진 9월 4일 2만9650원까지 하락했다.
2022년 실적발표회(IR)가 있었던 8일 종가는 4만1550원으로 2019년 유증 때의 주가를 회복하지 못했다. IR에서 새로운 주주환원책이 대거 공개됐음에도 아직 유증을 만회할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시장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총주주환원율 30%를 달성했고 올 1분기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발표했다. 올해는 분기별 자사주 소각을 정례화하고 주주환원 확대 기준이 되는 타깃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12%로 타 금융지주보다 낮게 잡았다. 국내 금융권에 전례가 없는 주주환원 의지를 표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2019년 유증 때보다 몸값을 비싸게 쳐주지 않았다.
유증이 필요치 않았다는 견해도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한금융은 당시 3조원을 웃도는 연 순이익을 거두고 있었다. 대규모 유증으로 주식 가치를 희석시키지 않아도 인수합병(M&A) 재원 마련이 가능하지 않았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유증 당시 시장과 소통이 부족했던 것도 투자자들이 등을 돌린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유증이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인한 주가 상승 효과를 떨어뜨리는 측면도 있다. 2020년 9월 유증 신주 발행가액은 2만9600원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10월과 지난 9일 주식 소각을 위해 각각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선 바 있다. 매입 단가는 3만원 중반대에서 4만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주식을 싼 값에 팔고 비싼 가격에 되사는 셈으로 주주가 느끼는 효용은 제한적이다.
◇보통주 전환에 '자사주 소각' 맞불…당국 '자본 확충' 요구 변수오는 4월 30일 신한금융이 IMM프라이빗에쿼티(PE)에 발행한 7500억원 규모의 전환 청구기간이 종료되면서 보통주 수량이 늘어난다. 전환우선주 수량은 1750만주다. 보통주 전환시 IMM PE가 취득하는 신한금융 지분은 3.7%다. IMM PE는 주당 4만2900원에 전환우선주를 매입했으나 최근 주가는 4만원 안팎을 오가고 있다.
신한금융은 IR에서 자사주 매입·소각 의사결정을 내릴 때 보통주 전환에 대해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보통주 전환으로 주주 가치가 훼손될 수 있는 만큼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환원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예고한대로 올해 분기별 자사주 소각이 정례화된다면 2분기 소각이 전환우선주 보통주 전환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이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신한금융은 올해 분기·결산 균등 배당 도입을 선언한 만큼 자사주 소각 규모도 균등하게 나눌 것으로 전망된다. 분기별로 균등한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꾸준히 유지하면 주주 신뢰 회복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리딩뱅크 경쟁사 KB금융이 올 1분기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의결한 것과 달리 신한금융은 1500억원에 그친 것도 2분기 소각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다만 금융 당국의 자본 확충 요구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신한금융은 전환우선주 보통주 전환에 대비해 지난해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금융 당국의 자본 확충 요구로 연기한 바 있다. 이에 올해 분기별 매입과 소각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신한금융은 공격적인 주주환원책을 동원해도 금융 당국이 요구하는 자본적정성 충족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